실질적인 노동시간의 감소, 임금의 삭감 여부 등 다양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21대 대선에서는 주4일제, 주4.5일제 등의 공약들이 앞다퉈 쏟아졌다. 한국은 2021년 기준 연평균 노동시간 1915시간(OECD 국가 평균 1716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보다 200시간 이상 더 노동하는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다.
불필요한 주말 및 야간 노동이나 교대제 근무는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전력 소비량 및 교통에서 소비되는 탄소배출 또한 증가시키지만, 국내에서 이에 관한 논의는 부족하다.
2015년 스웨덴의 한 연구에서는 근무 시간이 1% 줄어듦에 따라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이 각각 0.7%, 0.8% 줄어든다고 보고했으며, 주4일제 근무로 변환하는 경우 작업장, 통근, 가정 내 탄소배출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영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1.3%인 연간 1억 2700만톤을 줄일 수 있다는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의 최근 보고서 내용도 확인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문헌조사 및 국내 데이터를 통해 이를 살펴보고, 정책적 개입의 지점을 파악해 보았다.
노동시간 감축과 자원사용 및 탄소배출에 대한 문헌고찰 결과
2021년 발간된 노동시간 감축과 자원 사용 및 탄소 배출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2019년까지 총 15개의 문헌이 확인되었다. 연구는 분석 수준에 따라 국가 수준과 가구 수준의 연구로 나눠진다. 국가 수준의 연구는 말 그대로 국가 단위의 통계를 활용한 분석으로 노동시간은 한 국가 혹은 여러 국가의 연/월 평균 노동시간을 이용하며, 환경 지표의 경우 지역별, 생산 기반의 환경 지표를 사용하며, 화석연료나 에너지 소모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생태발자국을 국가 및 주별 데이터로 산출한다.
가구 수준의 연구는 가구별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의 경우 패널 데이터 등을 통해 확인되는 평균 노동시간을 이용한다. 환경 지표의 경우 소비 기반의 지표를 사용하며, 음식, 주거, 교통, 서비스 등 소비재 별 탄소 배출량 및 탄소발자국을 계산하여 산출한다.
위의 연구 방법들에 상응하여 규모 효과와 구성 효과로 노동시간과 탄소배출 혹은 환경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규모 효과란 노동시간 감소로 인해 경제활동이 축소되고, 이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면서 탄소배출이 감소하는 효과로, 노동시간이 경제 규모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노동시간 감소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배출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노동시간으로 인한 GDP 상승 혹은 하락을 3가지 파트(평균 노동시간, 고용인구비율, 노동생산성)로 분리하여 노동시간 외 변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분석한다. 구성 효과는 노동시간 감소로 인해 사람들이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보내며, 이 시간이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전환되어 탄소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더 많이 여행하거나 자원을 소비하는 활동을 할 수 있어 배출이 늘어날 수도 있고, 가치관 변화로 인한 녹색 소비로의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 위의 효과와 상관없이 도시화 정도,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GDP 기여 비중, 화력 에너지 발전 비중, 환경에 대한 가치관 등을 추가로 보정 변수에 포함하기도 한다.
정리하면, 아래 그림처럼 생산/소비의 변화 또는 소득/시간 사용의 변화로 노동시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며, 분석에 맞는 연구 수준과 효과를 설정하여 진행한다.

▲노동시간과 탄소배출량 간의 관계 ⓒ Miklos Antal et al, 2021.
국가수준의 데이터 분석 결과 (2011~2021년)
국내에는 가구 수준의 자료가 부재하여, 2011-2021년 수집된 국가수준의 데이터(온실가스 배출량, 노동 시간, 임금 등)를 사용하여 분석을 시행하였다. 환경 지표의 경우 2023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자료를 활용한 연간 온실가스배출량을 활용하였으며 노동 시간 및 임금의 경우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통한 상용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의 월 평균 근로시간과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을 활용하였고, 그 외 자료 역시 국가 수준의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하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2011년 이후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며 2018년 이후 감소하다 2021년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되며, 노동시간의 경우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규모 효과의 경우 노동시간과 온실가스배출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으나, 구성 효과는 노동시간과 온실가스배출과의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소득 또한 온실가스배출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나, 노동 시간에 비해 온실가스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구성 효과를 고려하기 위해선 가구 조사를 통한 소비와 그를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 값을 사용하는 가구 수준의 분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노동시간과 탄소배출량 간의 관계는 국가별 산업 비중, 환경 규제, 노동 형태의 분포 등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주4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감축의 영향을 분석하는 영국 및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대기업 및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국내 4-4.5일제 도입 시 이와 같은 분석을 실행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국내 상황의 경우 제조, 유통 및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주말 및 야간 근무나, 24시간 돌아가는 철강, 반도체 등 제조업이나 보건의료, 물류산업에서의 탄소배출량과 같이 특정 산업이나 주말 또는 야간과 같은 근무 형태별 노동시간과 탄소배출량과의 관계를 분석해보는 것이 정책적 개입의 지점에 있어 의미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어떠한 산업과 어떠한 노동시간을 눈 여겨 볼 것이냐가 중요하다.
종합하면, 첫째 산업 전반의 과잉 생산을 줄여 나갈 필요가 있고, 이는 노동시간의 감소를 통해 가능하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에도 도움이 되며, 과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과도한 업무량 및 강도, 장시간 노동 및 야간, 주말 노동을 망라할 수 있겠다. 두 번째는 노동 시간의 감소를 통한 생활 패턴의 변화로 기후위기나 친환경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하여, 행동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권장되는 상품 소비나 자본 축적보다 돌봄이나 상호 연대 등의 다른 가치를 고민하게끔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장시간 노동의 건강 영향에만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6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