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북대서양조약기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2일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서면브리핑에서 "정부는 대통령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하여 왔다"면서도 "그러나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야당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이 대통령의 불참 결정은 안이한 현실 인식이 부른 외교적 실책"이라며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입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22일 오후 페이스북에 "나토 정상회의 불참, 재고해야 한다. 피한다고 피해 지지 않는다"며 "외교의 중요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일부 보수 언론들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언론의 사설에는 이 대통령이 불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나와 있습니다.
<조선일보> "미국의 국방비 요구에 부담감 느꼈을 수도"
<조선일보>는 23일자 사설에서 " 나토 정상회의 불참, 국익 손상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밝힌 중동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사설은 "미국이 B-2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고,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보복을 시사하면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원유 수입의 72%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무조건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나토 회의에서 동맹국들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올리라는 요구를 하려고 하고 있다"며 "올해 우리 국방비는 GDP의 2.3% 정도여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여기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는 "나토 회의를 피한다고 이런 문제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선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의 대면이 더욱 늦어지게 생겼다. 민감한 시기에 한국이 '미국의 주요 동맹'이 대부분 집결하는 회의에 불참한다는 사실만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나토서 첫 한미 정상회의, 시간 조율 등 진행하다… 막판에 불참하기로 결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상황을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일정을 단축할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의 6월 23일 사설 ⓒ 임병도
<중앙일보> "우리 경제 전반에 충격"
<중앙일보> 사설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안보와 외교 문제보단 경제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습니다.
사설은 "이번 사태는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로 인한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악의 경우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5분의 1과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통과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일보>는 "향후 한반도 안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북한과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 강화, 주한 미군 중동 차출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사설은 "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국내 현안과 중동 중세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한 점은 아쉽다. 중동 사태가 우리 안보-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을 모색할 기회였다는 점에서다"라며 "지난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 사정으로 무산됐던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 "정상회담은 차분히 준비해야"
<동아일보>도 <중앙일보> 사설과 같은 목소리로 경제 위기에 무게를 두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세계 경제는 예측 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유가 상승과 운송비 증가로 국내 물가 상승과 수출·내수 동반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의 전체 수입 원유의 약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경영은 극심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중동은 해외건설 수주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언급했듯이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새 정부에게 당면한 과제가 민생 경제 회복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외교와 안보보다는 시급한 과제로 경제를 우선하며 무게추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어 이 대통령이 경제 회복과 민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보수 언론의 지적처럼 새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할 필요는 분명해 보입니다. 앞서 G7 정상회의 기간이었던 17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벌어진 중동 상황을 이유로 16일 밤 귀국하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과 연관해 "한미 정상 간 첫 만남에서 여러 부담스러운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문제부터 방위비 증액, 북핵 대응까지 한미가 조율할 현안이 적지 않다. 정상회담은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