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대전 월평공원의 습지에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도시의 불빛을 피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생명을 찾기 위한 야간 곤충 탐사 수업이 열린 것이다. 이날은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운영하는 '월평공원 습지학교'의 네 번째 수업으로, 무더운 여름밤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마련됐다.
대전 월평공원은 2023년 6월, 환경부로부터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습지 생태계의 풍부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도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생물들과 눈을 맞췄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12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해, 생태교육 전문가 이호단 강사와 함께 '라이트트랩'을 이용한 야간 곤충 관찰을 직접 체험했다.

▲스위핑을 시범 보이는 모습 ⓒ 이경호
해질 무렵, 아이들은 포충망을 들고 숲 가장자리를 누볐다. 이날 이호단 강사는 곤충을 채집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인 스위핑(Sweeping) 기법을 소개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이는 포충망으로 풀잎을 쓸듯이 휘저으며 숨어 있는 곤충들을 채집하는 방법으로, 탐색의 눈과 손의 협업이 필요한 생태 관찰의 기본이다.

▲스위핑을 통해 잡은 곤추을 확인하는 모습 ⓒ 이경호
"해질녘엔 짝짓기를 하려고 곤충들이 많이 나와요. 우리가 지금 바로 그때를 포착한 거죠." 아이들의 눈은 빛을 쫓아 바삐 움직였다. 그 순간, 작은 날개 짓 하나에도 눈을 크게 뜨고 집중했다. 강사는 곤충들의 생애주기와 서식 습성을 설명하면서 "한 마리 곤충도 그 생태계 안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특히 이날 설명된 곤충 중 하나는 작은소참진디기였다. 흔히 '살인진디기'로 잘못 불리는 이 곤충은 사실 전체 진디기 중 99.7%를 차지하는 종이다. 그는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보도된 '살인진디기' 대부분은 바로 이 작은소참진디기이며, 고라니가 사는 지역에는 거의 반드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생태정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행한 보호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라이트트랩 앞, 곤충들의 '밤마실' 시작되다
완전히 어두워진 오후 8시. 라이트트랩 주변이 본격적인 곤충들의 무대가 되었다. 램프를 중심으로 다양한 곤충들이 불빛에 이끌려 날아들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날도래, 등얼룩풍뎅이, 강변거저리, 카멜레온줄풍뎅이, 자나방, 깡총거미, 좀사마귀, 메추리노린재, 모메뚜기, 하늘소부치, 모가슴소똥풍뎅이, 쇠등애, 제주나방 등등 약 50여 종 이상의 곤충들을 관찰하며 설명을 들었다.

▲라이트 트랩에서 관찰 중인 모습 ⓒ 이경호

▲곤충을 관찰하는 아이들 ⓒ 이경호
강사는 "최근 비가 오고 난 뒤라, 습지에 살던 곤충들이 육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이 찬 습지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적응 전략도 설명했다. 빗물에 잠긴 서식지를 피해 이동한 곤충들을 통해, 자연 생태의 역동성도 살펴볼 수 있었다.
손에 올려놓은 방아벌레가 튀는 순간, 아이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일부는 방아벌레를 반복해서 튀게 하며 곤충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몇몇은 이름을 붙이며 곤충과 교감했다. "도시에서 이렇게 다양한 곤충을 만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는 놀면서 배우는 시간이 되었고, 부모에게는 도시 속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넙적사슴벌래 수컷 ⓒ 이경호
마무리 하려던 시간 나온 넙적사슴벌래 수컷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야생의 현장에서 만난 사슴벌래 수컷은 긴장한 듯 보였지만 아이들은 그저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 봤다. 참가한 학생 아버님이 찾아 확인한 사슴벌래에 아이들은 한껏 들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마무리한 야간곤충탐사는 매우 성공적이 었다.
생명의 시간을 배우는 공간, '월평공원 습지학교'
월평공원은 도시계획과 개발 압력 속에서도 살아남은 도심 속 습지 생태계다. 이곳에서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진행 중인 '습지학교'는 단순한 생태교육을 넘어, 아이들의 생명 감수성을 키우는 생태적 실천이다. 이날 수업을 마친 후 아이들은 "다음에 또 올 수 있냐"고 묻고, 곤충 채집망을 놓지 못하고 아쉬워했다. 손에 남은 땀과 흙, 손바닥 위를 튀던 방아벌레의 여운은 이들에게 자연과의 첫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다음 습지학교 수업은 오는 7월 19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며, 여전히 몇 자리 남아있다고 한다. 관심 있는 시민들은 대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탐사를 진행하는 아이들 ⓒ 이경호
덧붙이는 글 | 월평공원 습지학교 신청 링크: bit.ly/월평공원습지학교
장소: 대전 월평공원 (국가습지보호지역)
다음 일정: 2025년 7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