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책은 단순한 제도 설계를 넘어, 국민과의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한국PR협회는 '정책은 PR로 완성된다'는 주제로 정책소통세미나를 개최했다. 각계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좌표를 탐색하고자 하기 위해서다. (관련 영상|https://www.youtube.com/@weKPRA)
'정책은 PR로 시작, PR로 완성'이라는 제목의 이번 연재는 한국PR협회 주최 세미나에 참여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정책 소통의 본질과 전략을 각자의 전문성과 사례를 통해 정부에 제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높아진 시민의식, ESG와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정부의 소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한국PR협회는 5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정책 소통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2025 한국PR협회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 한국PR협회
모든 것이 흔들렸다. 44년 만의 비상계엄 그리고 탄핵에 이르기까지 122일은 혼돈의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PR인들은 고민했다. 대명천지에 이런 경험을 해도 되나 싶던 마음들을 풀어내다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우리 사회가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리며 갈 수는 있어도, 뒤로 가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정말 대한민국 사회는 앞으로만 나아갔던 것일까.
PR은 퀀텀(Quantum)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PR은 인문학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물과 공기와 같아서 꼭 필요한 데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는 면에서 그렇다. PR은 나서지 않고 뒤에 머문다.
하지만 PR은 바른 것과 삿된(邪) 것을 능히 구분해 낸다. 공중의 상식에 반하는 어떤 의사결정도 PR은 걸러낼 수 있다. 만약 2024년 12월 3일 밤 소집된 국무회의 자리에 PR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니 3년을 거슬러 올라 대통령 출근길 언론 문답이었던 '도어 스테핑'이 남아 있었다면.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애국 시민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떤 정부도 실패할 권리는 없다. 정부의 실패는 정책의 실패에서 오고 정책의 실패는 소통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궁극적으로 소통의 실패가 민생의 실패라는 참담한 상황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시민의 관점에선 '어떤 정부도 실패할 권리는 없다'
한국PR협회가 지난 5월 26일부터 5일에 걸쳐 특별세미나 <정책은 PR로 완성된다>를 진행한 것도 대한민국 PR인들의 고뇌가 무르익었기 때문이고, 그 심경의 일단은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기울어 가는 것을 바로 세운다'는 부위정경(扶危定傾)이었다.
무려 5일 동안 우리는 대관절 정책PR이 무언지, 해외 사례는 어떠한지, 역대 정부의 정책 소통은 어떠했는지, 정책 소통의 톤과 매너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AI와 MZ세대 그리고 ESG와 정책 소통은 어떻게 마리아주(Mariage)를 빚어낼 수 있는지를 놓고 토론했다. 발제와 사례발표 그리고 토론에 이르기까지 참가자들이 뱉어내는 말들은 나긋하고 조곤조곤하였으나 내용은 질타였고 외침이거나 항의였다. 뒤로 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20년 전으로.
찻잔 속의 태풍처럼 놔둘 순 없었다. 우리가 토해낸 농축된 고민과 열정을 묶어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만들어졌고, 나라와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자그마한 이바지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모아졌다. 특별세미나를 끝낸 이후 우리는 다음 스텝을 밟기로 했다.
그 첫 걸음이 정책소통 제안집을 발간하자는 것이었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발전에 꼭 필요한 정책들이 소통에 실패해서 사장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컨센서스(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 합의)가 있었다.
정부가 정책수립 초기 단계부터 소통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제안하자는 것이었다. 이 연재는 한국PR협회의 특별세미나와 제안집을 근거로 한다. 제안이라고 쓰지만 자극이라 읽히기를 바란다. 국정홍보처가 폐지된 후 17년 세월의 더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2025 한국PR협회 특별세미나가 진행되던 중에 <정책은 PR로 완성된다>라는 슬로건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PR로 시작해서'가 빠졌다는 것이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위치'다. 더 나아가면 국민을 어드메에 위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관점이 관건이다.
국민을 정책 수용자가 아니라 정책 공동 설계자의 관점으로 당겨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PR로 시작해 PR로 완성되는 정책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국민주권정부는 한국PR협회가 받았던 지적을 받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 PR인들이 이 연재를 시작하는 본마음이 이것이다.

▲조영석 (사)한국PR협회 회장. ⓒ 한국PR협회
덧붙이는 글 | 조영석은 고려대 학사, 연세대에서 광고홍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에서 32년간 근무하며 홍보담당 임원, 경영관리 본부장, 서비스 본부장을 역임했다. 2025년 3월부터 (사)한국PR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