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 발송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 발송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아래 강원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 기간 강원도 내 76만 세대에 선거공보물이 배송됐다. 책자형과 전단형 자료가 두 차례 발송됐으며 책자형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각각 8장(16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2장(4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1장(2면) 분량으로 A4 크기의 선거공보물이 배포됐다. 황교안 무소속 후보와 송진호 후보 역시 1장(2면)으로 제작했으나 크기는 절반 정도로 작았다.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는 선거공보 발송일 이전 18일 사퇴해 제외됐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도내 선거 공보물 총량은 A4용지 1976만 장에 달한다. 모두 이어 붙이면 서울-부산을 7번 왕복하고도 남을 만큼의 길이지만, 이들중 다수는 우편함에 넣어져 뜯지도 않은 채 버려졌다. 종이 1만 장을 제작하는 데 30년생 원목 1그루가 소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강원도민 홍보용으로만 1980여 그루가 베어진 셈이다.

양도 양이지만 재질도 문제다. 선거 공보물은 인쇄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비닐 코팅' 용지로 제작되는데, 코팅된 용지는 일반 종이와 달리 재활용이 쉽지 않아, 결국 폐지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제작된 공보물이 대규모 환경오염 폐기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전자식(모바일) 공보물 방식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9월 윤건영 의원이 전자식 공보물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거 기간 춘천 후평동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
▲선거 기간 춘천 후평동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 ⓒ 한림학보

도로를 점거한 선거현수막 역시 처리에 골치다. 공직선거법 제67조에 따르면 선거현수막은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까지 허용된다. 강원도 읍면동 193곳 중 188곳(주민 미거주 지역인 철원 근동·원동·원남·임남면,고성 수동면 등 5곳 제외)에 최대치로 설치됐다면 도내에만 379개의 현수막이 내걸린 셈이다. 현수막 규격을 최대 10㎡로 가정하면, 이번 대선에서 발생한 선거현수막만 3천790㎡에 달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제작된 현수막은 2주가 지나면 철거된다. 지난해 1월 12일부터 시행 중인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에 따라 정당 현수막은 최대 15일 동안만 게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AD
현수막의 주요 소재인 폴리에스터나 플라스틱 합성수지는 매립·소각 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하거나 화학 염료가 그대로 유출돼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잘 썩지도 않는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환경을 위해 선거 현수막을 재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도내에서는 관련 인프라 부족과 시군 지자체의 무관심 등으로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나 선거 현수막은 사용처 특성상 재활용이 더욱 어렵다.

폐현수막 재활용 업체인 서울시 강서구 녹색발전소 관계자는 "선거현수막은 일반 현수막과 규격도 재질도 달라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재활용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폐현수막은 일반적인 규격이 있어 이를 한꺼번에 재단해 에코백·파우치 등으로 만들 수 있는데, 선거현수막은 현행규정상 최대 규격(10㎡)만 정해져 있을 뿐 크기가 제각각이라 일일이 재단 작업을 해야 해 재활용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후보의 얼굴이나 민감한 정치 문구가 크게 인쇄된 점도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쓰기엔 적합하지 않아 쓰레기 자루·마대 등으로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대선과 지선 당시에는 합산해 강원도에선 총 25.17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지만, 이중 재활용된 현수막의 비율은 21.37%(5.38t)에 그쳤다. 나머지 폐현수막은 대부분 소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 기간 사용된 선거운동복도 처분이 쉽지 않다. 강원선관위가 밝힌 도내 등록 선거사무원은 총 5700여 명. 한 명당 한 벌씩만 지급해도 최소 5700벌의 운동복이 남는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모자·셔츠·점퍼·토시·장갑 등으로 구성된 운동복 세트를 지급했다. 후보자 이름이 적힌 점퍼는 물론, 모자 전면부와 장갑 손바닥 부분에 기호 숫자인 '1'이 크게 적혀 있어 일상에서 착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이 선거운동복 역시, 의류수거함에 버려도 다른 옷처럼 재활용되지 않는다. 춘천 소재 헌옷수거단체인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선거운동복은) 재활용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수거는 가능하지만, 다른 헌옷과 달리 판매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폐의류의 상당수가 해외로 수출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선거운동복은 수출도 거의 불가능해 소각할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 2022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인이 선거에 사용된 선전물 재활용을, 2023년에는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 등 11인이 친환경 선거 현수막 의무화를 내용으로 현행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모두 본회의 심의에서 '임기만료폐기' 처분됐다.

기소연 대학생기자

덧붙이는 글 | 기소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제21대대선#선거쓰레기#선거공보물#선거현수막#선거운동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