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피해가 아닌 기회의 시작
장마가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물난리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의 한 자투리 공간에는 빗물을 기다리는 대학생들이 있다. '덕모이' 팀은 장마철의 빗물을 모아 '빗물 정원'을 만들며, 기후위기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피해가 아니라 기회로 만들 수 없을까?" 학생들의 이 물음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졌고, 작지만 강한 메시지가 되었다.
캠페인 1: 빗물, 물의 순환 속에 '물모이'가 등장하면?
2025년 5월 22일 목요일, 덕성여자대학교 학생회관 1층에서 진행된 첫 번째 캠페인은 '빗물, 물의 순환 속에 물모이가 등장하면?'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빗물의 순환 구조와 그 속에 숨어 있는 '물모이' 개념을 설명하며 기후위기의 새로운 해법을 이야기했다. 참여 학생들은 빗물OX 퀴즈를 풀고, 실제 모형을 통해 물의 흐름과 저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기후 문제를 이렇게 쉽게 풀 수 있다니 놀랍다", "학교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 건 처음이다"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덕성여자대학교 덕모이 팀이 진행중인 빗물, 물의 순환 캠패인위: 빗물 순환 모형을 설명하는 모습 아래: 캠페인 전경, 왼쪽에서 OX 퀴즈 진행 중 ⓒ 한무영
캠페인 2: 저면관수 화분 만들기 워크숍
2025년 5월 28일 수요일, 덕성여자대학교 자연대학교 B동 202호 강의실에서 두 번째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저면관수 화분 만들기 워크숍'이라는 이름처럼, 버려지는 자재를 이용해 빗물을 활용할 수 있는 화분을 직접 제작했다. 참여자들은 손으로 만들며 빗물의 활용 가능성을 체득했고, 이어지는 퀴즈와 발표를 통해 자연과의 연결을 더욱 생생히 느꼈다.
참여자들은 "직접 만들면서 빗물이 귀한 자원이라는 걸 느꼈다", "플라스틱병이 이렇게 유용할 줄 몰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저면관수 화분 만들기 워크숍화분제작을 마친 뒤의 흐믓한 모습 ⓒ 한무영
참여 학생들의 이야기
김은하 학생: "기후인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처음 접한 '물모이' 개념을 배우고, 빗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홍보 활동을 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활동을 통해 점점 변화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잘못 인식된 환경 이슈들을 과학적 검증과 연구를 통해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김서현 팀장: "기후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알리면서 오히려 제가 빗물 인식에 관련한 오해를 풀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유의미한 프로젝트가 계속되어 보다 더 많은 분들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활동은 단순한 실천이 아닌 '질문에서 시작된 실천'이다. 기성세대가 대규모 시설위주 사업, 거대한 장비, 막대한 예산으로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물었다. "우리처럼 빗물을 받아 정원 하나 만드는 건 왜 안 하지?" 팀원 중 한 명은 덧붙였다. "비싼 걸 하면 결국 그 돈은 우리가 내야 하잖아요. 근데 정작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아요."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빗물 정원'은 단지 식물만 자라는 곳이 아니라 세대 간 대화와 저항의 공간이 되었다.
작은 정원은 정책보다 빠르게 변화를 만든다
물모이와 화분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덕모이 팀은 그렇다고 믿는다. 이들은 빗물 한 통, 공병 하나, 감정 하나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만들었고, 그것을 친구들과 나누었다. 이 정원은 수치와 예산, 기술 대신 감정과 질문으로 움직이는 실천이었다. 정치도, 정책도 아직 변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감정은 변했다. 그리고 그 감정이 또 다른 행동을 만들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대단하고 복잡한 일만은 아니다. 덕성여대 '덕모이' 팀은 아주 작은 자투리 공간, 빗물 한 통, 감정 하나로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정원을 만들었지만, 실은 질문을 던졌다. "왜 쉬운 길은 외면하고, 비싼 길만 가려 하는가?" 작고 쉬운 행동이야말로 가장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사업은 (사)물과생명과 인하대학교 기후위기대응사업단(HUSS)이 공동 주관하고,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가 자문한 ‘빗물과 기후위기 시민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빗물 관리에도 세대 간의 인식 차이와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기후위기를 이유로 대규모 예산이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할 미래세대의 의견은 과연 얼마나 반영되고 있을까요?
“앞으로 돈을 낼 사람에게 먼저 묻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라는 학생들의 물음은 그저 순진한 질문이 아니라, 시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