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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에서 나홀로 근무하다가 '끼임사고'로 숨진 고 김충현 노동자의 영결식이 18일 엄수된 가운데 원청·1차하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주)·한전KPS가 19일 조간신문에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사과문이 형식적이고 오히려 6년 전보다 거꾸로 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인 1조 근무' '안전설비 강화' 등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태안화력은 6년여 전인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곳이다.

김충현씨가 목숨을 잃은 태안화력의 본사인 한국서부발전은 19일 발행된 <한겨레>에 "김충현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동료, 국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실었다. 이정복 대표이사 명의다.

"애도, 위로, 사과, 책임통감"만 있는 한국서부발전 사과문

 한국서부발전(주) 가 19일자 조간신문에 고김충현노동자 '끼임사고'에 관련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국서부발전(주) 가 19일자 조간신문에 고김충현노동자 '끼임사고'에 관련된 사과문을 게재했다. ⓒ 신문웅(한국서부발전(주) 제공)

사과문에 따르면 6월 2일 발생한 김충현씨 사고와 관련해 고인에게 애도를, 유가족·동료에게 위로을 말을 올린다고 썼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서부발전은 회사 차원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라며 "현재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함께 사고 수습 및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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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울러 고인께서 흘리신 땀의 가치를 존중하고,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현장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재차 약속드립니다. 향후 근로자의 안전한 일터 조성을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신뢰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서부발전 홍보팀 관계자는 "대책위와의 합의에 따라 대책위가 지정한 매체에 19일자 지면(광고)에 사과문을 게재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파워오엔엠 직원으로서..." 하청업체 한전KPS의 사과문

 한전KPS 사장과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
한전KPS 사장과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 ⓒ 신문웅(익명의 독자 제공)

한국서부발전의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주)도 김홍연 사장과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에서 "김충현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동료,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운을 뗐다. 해당 사과문은 <경향신문>에 실렸다.

이 회사는 "한전KPS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이번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고 썼다.

"김충현님은 한국파워오엔엠 직원으로서 기술과 능력을 겸비하신 분이며.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셨습니다. 저희에게는 현장의 동료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훌륭한 동료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참담한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을 위한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위험 요소에 대한 전수 점검과 함께 고위험 작업 안전 수칙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용균 사고 때는 "2인 1조 근무, 안전설비 강화" 명시돼 있었는데... "거꾸로 돌아간 것 같다"

 2019년 2월 8일 한국서부발전(주) 김병숙 대표이사 명의로 일간 신문에 게재되었던 '고김용균 사고' 관련 사과문
2019년 2월 8일 한국서부발전(주) 김병숙 대표이사 명의로 일간 신문에 게재되었던 '고김용균 사고' 관련 사과문 ⓒ 신문웅

이같은 사과문은 고 김충현 노동자 사고 발생 16일만에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자 나온 것이다. 그런데 '형식적 사과'라는 비판과 함께 2018년 김용균 사고 당시 사과문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 후인 2019년 2월 8일, 한국서부발전(주)은 김병숙 대표이사 명의로 '김용균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동료,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일간지에 게재했었다.

당시 사과문 핵심은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해야 하는 공기업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부터 저희 한국서부발전은 전문기관 등과 합동 조사를 거처 2인 1조 근무, 6개월 미만 경력자 단독작업 금지 등 근무시스템을 개선하였고 사업장 내의 위험 설비에 대한 안전 장치를 보강하고 설비개선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였다.

특히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조치 사항을 조속히 이행하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도 적극 협조하여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생명의 존엄성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가장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해 나갈 것을 재차 약속드리며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위험의 외주화 방지' 정책 등에 적극 부응하여 신뢰받는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었다.

물론 한국서부발전(주)이 2019년 사과문대로 2인 1조 근무, 설비에 대한 안전장치 보강, 설비 개선 등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한다'는 약속만 지켰어도 고 김충현 노동자의 사고는 막을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위험의 외주화 방지' 정책 등에 적극 부응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던 2019년 약속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했음이 2025년 김충현 사고를 통해 증명됐다.

19일 두 기업의 사과문에 대해 고 김충현 대책위 관계자는 "'김용균 사고' 당시 사과문에는, 물론 지켜지지 않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위험의 외주화 방지' '정부 정책 부응' 등 구체성을 담고 있었다"라면서 "(이번) 한국서부발전의 사과문은 김용균 사고당시 보다도 못하다. 거꾸로 돌아간 것 같다. 한전KPS의 사과문은 고 김충현 노동자의 소속을 굳이 '한국파워오엔엠 직원'으로 명시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느낌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고 김충현 대책위는 충남 태안에서의 장례 절차를 마치면서 정부협의체 참여와 대정부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오후 1시 고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인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발전비정규직연대 노동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충현씨는 본인이 꿈꾸던 아름다운 세상을 끝내 못 보고 지난 2일 생을 마감했다.
김충현씨는 본인이 꿈꾸던 아름다운 세상을 끝내 못 보고 지난 2일 생을 마감했다. ⓒ 고김충현대책위


#고김충현대책위#한국서부발전#한전KPS#태안화력#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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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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