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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비로소’ 팀 학생들이 릴스 콘텐츠와 캠페인 기획을 위해 회의 중인 모습 상: 학생들은 어려운 이론이나 전문용어 없이도 자신들의 감정과 언어를 녹인 콘텐츠로 기후위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하: ‘빗물마블’ 캠페인을 준비하며 직접 보드판을 제작하는 비로소 팀. 놀이와 교육, 행동을 결합한 기후 캠페인을 통해 또래 대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비로소’ 팀 학생들이 릴스 콘텐츠와 캠페인 기획을 위해 회의 중인 모습상: 학생들은 어려운 이론이나 전문용어 없이도 자신들의 감정과 언어를 녹인 콘텐츠로 기후위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하: ‘빗물마블’ 캠페인을 준비하며 직접 보드판을 제작하는 비로소 팀. 놀이와 교육, 행동을 결합한 기후 캠페인을 통해 또래 대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다. ⓒ 한무영

나는 최근 인하대학교에서 특별한 대학생 팀을 만났다. 이름은 '비로소'. 빗물의 '비(雨)'와 시작의 '비로소'가 겹치는 이 팀의 이름에는 그들의 문제의식과 철학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거대한 담론을 자신들의 언어로, 콘텐츠와 체험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이 팀은 정치외교학과와 중국학과에 재학 중인 네 명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후위기를 설명할 때 늘 빠지지 않던 수치와 보고서 대신, 이들은 카드뉴스와 릴스, 보드게임이라는 자신들의 도구를 꺼냈다. 그 안에는 치열한 고민과 세대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기후위기를 말하려면, 우리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팀원 중 한 명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릴스와 카드뉴스로 만드는 '기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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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팀은 매주 두 편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올렸다. 수요일은 '빗물 활용 방안', 토요일은 '빗물 Talk Talk'이라는 형식이었다. 땅꺼짐, 도시열섬, 물순환 단절 등 복잡한 문제를 이들은 명쾌한 카드뉴스로 설명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물이 많아도 문제, 없어도 문제"라는 카드뉴스였다. 기후위기의 역설을 이렇게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전문가인 나도 놀라웠다.

릴스 영상은 또 하나의 강점이었다. MZ세대가 즐기는 밈과 감각적 디자인을 적극 활용해, '기후'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친근하게 전달했다. 학교 곳곳에서 친구들이 릴스를 보고 웃으며 따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기후위기에도 놀이와 미디어가 접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했다.

빗물마블 캠페인, 기후위기를 놀이로 배우다

인하대 '비로소' 팀의 기후변화 행동 빗물마블로 참여를 유도하면서 빗물의 중요성을 일반 학생들에게 전해준다.
인하대 '비로소' 팀의 기후변화 행동빗물마블로 참여를 유도하면서 빗물의 중요성을 일반 학생들에게 전해준다. ⓒ 한무영

오프라인 캠페인에서는 '빗물마블'이라는 게임이 중심이 되었다. 빗물의 여정을 보드게임에 녹여낸 이 활동은 '기후교육'과 '참여'를 자연스럽게 결합시켰다. 학생들은 주사위를 던지고, OX 퀴즈와 3행시 미션을 수행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나는 행사 당일 캠퍼스를 찾았다. 비로소 팀의 부스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준비한 경품은 두 시간 만에 동이 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게임에 참여한 학생들이 "빗물이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비로소 팀은 시민참여에서 그치지 않고, 정책과 제도적 연계를 고민했다. 환경정치 전문가인 김민정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빗물 활용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콘텐츠에 담았다. 릴스에서, 카드뉴스에서, 이 메시지는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기후위기대응사업단장 김정호 교수는 이 활동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비로소 팀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이슈를 자기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고, 주변 친구들을 움직였습니다. 작지만 진짜인 행동이, 미래의 전환을 만들어냅니다."

프로젝트를 마친 후, 팀 대표 기나현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말과 손으로 시작한 기후행동이었습니다. 기후위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나는 이 말을 오래 곱씹었다. 기후위기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기후위기는 기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빗물이라는 소박한 자원도, 대학생의 상상력도, 그리고 그것을 콘텐츠와 행동으로 바꾼 실천력도 모두 해법의 일부다. 한 방울의 빗물이 한 사람의 인식을 바꾸고, 그 콘텐츠가 또 다른 이의 실천을 유도할 수 있다면, '비로 인하여, 비로소',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 간다.

덧붙이는 글 | 이 프로젝트는 (사)물과생명, 인하대학교 기후위기대응사업단(HUSS),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가 공동 주관한 ‘빗물과 기후위기 시민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물모이’란 빗물을 땅에 머무르게 하여 물순환을 회복하고 산불과 기후위기를 예방하는 시민 실천 방식입니다. 학생들의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소통을 하는 기사 시리즈 제 1 화입니다.


#기후위기대응사업단#인하대비로소팀#MZ세대소통#빗물마블게임#물과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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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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