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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탈핵단체가 18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을 찾아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인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탈핵단체가 18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을 찾아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인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김보성

2017년 6월 18일. 기다렸던 시계의 초침이 밤 11시 59분 59초에서 다음날인 19일 0시로 넘어가자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노후원전의 영구정지를 선언했다. 수십 년 동안 전력을 생산하면서도 각종 사고나 고장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첫 상업 원전인 고리1호기가 완전히 멈추는 날이었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난 2025년 6월 18일 같은 고리원전 앞에서 이번엔 '2호기 폐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를 외친 건 대통령이 아니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환경·시민사회단체가 한데 모여 가로 7m 세로 7m 크기의 대형 펼침막을 들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교훈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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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를 멈춰 세운 것처럼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핵발전소를 이대로 재가동하게 놔둬선 안 된다는 요구였다. 설계수명 40년인 고리2호기는 12.3 내란 사태로 물러난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정책을 강조하면서 수명연장 절차를 밟아왔다. 중대사고를 반영한 사고관리계획서가 빠진 채 진행 중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오는 6월 완료를 목표로 규제 전문기관의 계속운전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원전밀접 지역 주변에 사는 시민들은 1호기 영구정지와 마찬가지로 2호기 또한 폐로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탈핵경남시민행동은 "지난 윤석열 정부가 탈핵을 적폐로 규정하고 관련 인사들을 문책하며 친원전을 외친 결과물이 2호기의 수명연장"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산의 활동가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의 이유부터 되새겼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은 "핵발전소가 지역과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를 분명히 목격했다"라면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건) 인류가 감당 못할 핵폐기물을 미래 세대에 물려주지 않고 안전하게 살겠다는 모두의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탈핵단체가 18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을 찾아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인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탈핵단체가 18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을 찾아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인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김보성

울산과 경남에서 온 이들은 새롭게 들어선 정부가 원전보다 국민의 생명·안전을 우선시하길 바랐다. 강연희 탈핵울산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핵발전소의 위험을 위험 속에서 더이상 살고 있고 싶지 않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지금 시대착오적 정책에 매달려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이 대통령이) 친원전 주장에 흔들려선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무게를 두면서도 "원전의 필요성과 위험성 두 가지를 적절히 조화되게 판단해야 한다"라며 이른바 '에너지믹스' 기조를 강조해왔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소 다른 결이다.

"윤석열식 친원전 정책 청산해야 새로운 세상"

이를 놓고 박 대표는 "윤석열식 친원전 정책을 청산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은 없다"라고 원전 정책 탈피의 중요성을 못 박았다. 위험한 에너지에 매달리면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엄청난 후과를 겪어야 한다는 점을 짚은 그는 이재명 정부가 시민들의 탈핵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불편한 눈길 속에 고리원전 정문 앞을 30여 분간 떠들썩하게 한 이들은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 즉각 중단·폐쇄, 월성 1·2·3·4호기 계속운전 정책 백지화, 신규 원전 건설과 SMR(소형모듈원전) 전면 철회, 국가 차원의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체계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로드맵 등을 주요한 구호로 앞세웠다. 그러면서 끝까지 대응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본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고리2호기 등 노후원전 문제를 전국화하는 데에도 거듭 공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이날 나온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끊임없이 활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 고리1호기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7년 영구정지 됐고, 고리2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났으나 수명연장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 고리1호기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7년 영구정지 됐고, 고리2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났으나 수명연장을 추진 중이다. ⓒ 김보성

#고리1호기#고리2호기#이재명#부울경#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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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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