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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대통령이 네 번 바뀔 동안 오르지 못했던 철도 요금, 이번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한국철도공사가 올해 상반기에 추진했다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공요금 인상 동결' 카드를 꺼내들면서 접어 넣은 '요금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철도 요금 인상은 이재명 정부의 교통 과제 중 하나이자, 국민 설득이 필요한 민생 과제라고 본다. 이번 정부에서도 철도 요금 동결이 유지된다면, 국내 대중교통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된다.
철도 요금이 14년 동안 오르지 못한 이유

▲서울역 매표소의 모습. 철도 요금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4년 동안 동결되어 있었다. ⓒ 박장식
그동안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유독 KTX를 위시한 철도 운임만큼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마지막 철도 요금 인상은 2011년 12월이다. 당시 KTX 요금이 약 3.3% 오르는 한편, 새마을호 요금은 2.2%, 무궁화호는 2%가 인상되면서 지금의 가격 체계가 완성되었다. 당시 요금 인상은 4년 만의 일이었다. 실제로 2011년 이전까지는 철도 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어느 정도 따라갔다.
하다못해 지난 14년 동안 다른 대중교통 요금도 크게 올랐다. 2011년과 비교하면 서울특별시의 지하철 요금은 9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고, 900원이었던 시내버스 요금도 1500원으로 66.7%가량 올랐지만, 유독 KTX, 새마을·무궁화호 요금은 그대로 멈추어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철도 요금 인상 직후였던 2011년 12월 27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KTX의 경쟁 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업무 보고를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말연시 철도 업계가 뒤집어졌다. 경쟁 체제 도입을 두고 '알짜 노선 빼내기', '민영화' 등의 논란이 벌어졌고, 권도엽 당시 국토부 장관은 '경쟁 체제가 도입되어도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대응하고 나섰다.
이후 모두가 알듯 수서발 고속열차의 민간 위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3년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총파업이 벌어지는 등 거센 저항이 이어졌고, 이에 다른 철도 운영 공기업인 주식회사 SR이 출범해 수서발 고속열차, 지금의 SRT를 운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문제는 당시 장관의 공언이 이상한 방향으로 지켜지기 시작했다는 것.
철도 요금을 직접적으로 인상하지는 못하니, SRT 개통에 앞서 KTX의 할인 등이 점점 사라졌다. 대표적으로 KTX와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에서 운영되던 '평일 할인 요금'이 2014년 폐지되었다. 당시 KTX 등 일반열차는 주말 요금에 비해 7.5%가 저렴했는데, 이를 주말 요금과 동등하게 바꾸면서 실질적인 요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요금 인상을 입에 담기 힘든 상황도 이어졌다. 2015년에는 자산 매각 등에 힘입어 한국철도공사가 1천억 원 가량의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고, 2018년에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앞선 강릉선 KTX의 개통, 그리고 강릉선 KTX의 예상 밖 흑자에 힘입어 289억 원의 결산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는 듯한 모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요금 인상을 입에 올릴 법했던 2020년에는 예상 밖 변수가 이어졌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인해 내수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공공요금 인상을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범유행 이후에도 내수 경제는 풀리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터진 12.3 내란 사태, 그리고 역시 그때보다도 더 쪼그라든 내수는 철도 요금 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철도 서비스 악화 불보듯 뻔해... 승객 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

▲1997년부터 도입되었던 KTX-1 열차.해당 열차의 수명이 다해가는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에서는 새로운 열차의 도입 비용 마련을 위해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 박장식
요금 동결은 철도 업계, 특히 한국철도공사의 적자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철도 업계가 돈을 충분히 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전기료와 인건비 등이 점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철도공사의 매출액은 2022년 6조 2038억 원, 2023년 6조 3729억 원, 2024년 6조 8620억 원으로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간 서해선 및 중부내륙선 개통 등으로 철도 영업 거리가 늘어난 점과 중앙선 고속화 사업 등으로 인해 KTX가 새로운 구간에서 운행하는 등 객단가가 높아진 점,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한다면 투자 대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는 돈 쓸 일도 많아졌다. 중부내륙선·동해선·남해선 등 새로운 철도 노선이 지난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개통해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영업거리와 운영 역 수가 늘어났다. 관리 인력과 운영·운행 인력이 필요하고, 시설 관리 비용 역시 더욱 많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18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그런 탓에 한국철도공사의 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8년 15조 6천억 원 규모였던 적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좌석 판매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기·유류비 인상으로 인해 6~7년 사이 40% 가까이 늘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2025년 영업적자를 약 2940억 원, 누적 부채를 약 22조3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적자는 늘어만 가는데 목돈이 나갈 일도 생겼다. 고속열차 태동기였던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도입된 KTX 차량, KTX-1 역시 수 년 내로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고속열차 차량의 수명은 30년으로, 빠르면 2027년부터 5년에 걸쳐 새 열차를 도입해야 한다.
KTX-1은 현재 46개 편성, 920칸의 차량이 운행하고 있는데, 한국철도공사는 KTX-1 차량을 전체 교체하고, 인천·수원발 KTX 등 새로운 노선의 운행을 위해 투입되어야 할 차량의 신규 도입 비용을 5조 원 가량(2024년 운행을 시작한 새 차량인 KTX-청룡의 경우 한 칸 당 가격이 50억 원 가량이다 - 기자 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비용 소모가 많은 상황에서 철도 운임이 동결된다면 고속열차를 교체하는 데에도, 시설 관리나 필수 인력 고용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 불보듯 뻔하다. 노후된 열차가 계속 운행해야 하고, 인력 충원이 잘 되지 않으며, 시설 관리가 최소한으로만 이루어진다는 것은 철도가 불안한 교통수단, 나아가 안전하지 않은 교통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당장 한국철도공사의 지난 2023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용역 제공, 즉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익은 4조 9216억여 원이었지만, 반면 용역 제공에 따른 원가는 5조 617억여 원에 달했다. 14년 동안 물가 상승률에 따라가기는커녕 아예 오르지도 못했던 운임은 원가보다 낮은 수익으로 이어졌고, 결국 'KTX에서 벌어 적자를 메우는' 형태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편 철도 요금이 동결 부작용은 철도 업계 내부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경쟁 업계인 고속·시외버스 업계에서도 '철도 요금이 너무 저렴해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수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요금이 인상되는 고속버스와 달리 KTX는 오랫동안 요금이 동결 상태인 탓에 요금 격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고속터미널에서 강릉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 요금은 2017년 2만 1500원에서 2025년 현재 2만 4600원으로 올랐다. 반면 2017년 개통한 서울 청량리역 - 강릉역 간 KTX 요금은 2025년 현재도 2만 6000원에 멈추어 있다. 철도와 고속버스의 소요시간·정시성 차이를 감안한다면, 이 상태가 계속 이어졌을 때 국내 교통 전체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할 수 없는 철도 요금 인상, '연착륙' 성공이 관건

▲철도 운임 인상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무궁화호·ITX 등 서민에 더욱 밀접한 일반열차, 정기권 등의 운임 조정폭을 조정하는 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진은 호남선 무궁화호의 모습. ⓒ 박장식
당장 요금 인상 대신 취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기 위한 몸부림도 적잖다. 당장 일반 열차의 경우 기본요금 2600원의 무궁화호가 오가던 선로에 무궁화호 대신 ITX-마음 등 기본요금 4800원의 신규 동차를 투입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량리역에서 안동역을 거쳐 부전역까지 가는 중앙선 무궁화호가 ITX-마음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미봉책으로 한국철도공사, 나아가 철도 업계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노릇. 결국 철도 요금 인상은 이번 정부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인 데다, 그러면서도 가장 빠르게 추진해야 할 일이 되었다. 철도 서비스 악화는 결국 국민의 안전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은 많은 반대와 정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근 등 필수 이용객이 많은 단거리·정기권 요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하면서, 장거리·일회성 이용객에 대한 요금의 인상폭을 필수 이용객의 것보다 넓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급격한 운임 인상은 독이다. 당초 한국철도공사는 내부적으로 지난 1분기 최대 17% 가량의 요금 인상을 추진했었다고 알려졌다. 서울-부산 간 KTX 요금이 지금의 5만9600원에서 맨 앞 자릿수가 두 개나 바뀐 7만 원대가 될 것이라는 보도에 여론의 반발이 쏟아졌고, 기획재정부가 요금 인상 추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도 국토교통부, 철도 운영 기관 등과의 대화를 통해 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보고받고, 국민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만큼의 인상 적정선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철도 운영에 필요한 재원, 또는 지원금을 투입해 철도 운임의 공공할인 폭을 넓히는, 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 계층을 향한 대안 역시 제안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청년·청소년·임산부에 한해 비선호 시간대 요금 할인, 만 65세 이상에 한해 평일 운임 할인이 이루어지는 것이 전부이다.
아울러 철도 업계 역시 요금이 오르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서비스 강화·철도 이용 경험의 질 상승 등 이용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철도 업계의 어려움을 해갈하는 것도 우선이지만, 공공 요금 인상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