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위원회 출범식이 열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이한주 위원장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기사보강: 16일 오후 2시 30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하고, 향후 5년간 국정 청사진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가 16일 개문발차했다. 현역 국회의원 22명이 참여하는 국정기획위는 앞으로 약 두 달간 운영된다. 정부 효율화에 방점을 찍은 만큼, 국정 과제 수립 작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오전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판 제막식과 함께 60일간 국정 운영 구상 작업에 돌입했다.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멘토'로 꼽히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맡았다. 부위원장으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용범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 참여한다.
국정기획위 내 분과는 ▲국정기획 ▲경제1 ▲경제2 ▲사회1 ▲사회2 ▲정치행정 ▲외교안보 등 총 7개로 꾸려졌다. 앞으로 각 분과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했던 내용을 검토해, 국정과제를 검토한다. 분과별로 결정된 사안은 매일 개최될 운영위원회에서 내용을 종합, 전체회의 의결로 확정될 예정이다.
그중 국정 의제의 청사진을 설계할 기획 분과에는 박홍근 분과장을 필두로 조승래·허영·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포함됐다.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역시 이름을 올렸다.
국가 재정과 조세·예산을 총괄하고 금융·공정거래 업무를 담당하는 경제1분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회 소속이자 분과장인 정태호 의원을 필두로 오기형 민주당 의원,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이 참여하게 됐다. 오 의원은 당내 꾸려진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오랫동안 상법 개정안을 추진해 온 인물이다. 그만큼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속도가 붙게 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 모임 '7인회'의 핵심 멤버였던 김병욱 전 의원도 경제1분과에 배치됐다.
이재명 정부의 AI 중심 통상 환경 변화 대응책과 에너지·부동산 정책을 설계할 경제2분과에는 분과장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윤준병·황정아·이정헌·위성곤 의원까지 총 5명의 현역 의원이 참여하게 됐다.

▲국정기획위원회 이한주 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또 저출생 고령화 시대 보건·복지 정책을 설계할 사회1분과에서는 이찬진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이 분과장을 맡고 강선우·이용우·김남희 의원이 분과위원으로 포함됐다. 지난 대선 대구시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약했던 간호사 출신 최연숙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사회1분과로 배치됐다. 그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했던 간호법 제정에 찬성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언론·문화 분야를 담당하게 될 사회2분과는 홍창남 부산대 부총장을 분과장으로 임오경·차지호·김현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이 참여하게 됐다. 정치·행정 운영 체계 전반을 검토할 정치행정분과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박균택 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위대훈 변호사도 이 분과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외교·안보 분야에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인 홍현익 분과장과 함께 박선원·이용선 민주당 의원이 분과를 꾸려나가게 됐다. 국정기획위에 포함된 현직 국회의원은 총 22명으로, 국정기획위가 신속한 국정과제 수립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국회의원들을 투입해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7개 분과를 제외하고 국정기획위는 정부조직개편이나 균형발전 등 특정 의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TF를 꾸리기로 했다. 시간을 두고 완성도 높은 안을 선보이겠다는 건데, "과도하게 집중된 기능과 권한은 과감히 분산·재배치"하고 AI 3대 강국 대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자의 경우, 기획재정부 개편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 역시 과거 "기재부가 왕 노릇 한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국정기획위 대변인을 맡게 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제1차 전체회의가 끝난 뒤 열린 브리핑에서 기재부 조직 개편 관련 질문을 받고 "그 부분을 포함해 여러 조직개편 관련 공약과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이 한 약속도 있었다. 포함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정 의제를 상대로 별도 TF가 꾸려지는 배경과 관련해 "분야를 뛰어넘는 문제로 다뤄져야 할 주제가 있다"고 답했다.

▲국정기획위원회 이한주 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국정기획위는 다른 때보다 '속도전'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었다. 이한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인수위 없이 국정이 운영되고 있는 현 상황을 "문 열고 달리는 게 아니라 아예 뚜껑 없이 달리는 열차"라고 묘사한 뒤 "(국정 기획을) 빨리 해야 한다, 빨리빨리 계획을 세워서 빨리빨리 정부가 하는 일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는 한편 "더 중요한 건 실수 없이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국정기획위는 소통 창구를 조승래 대변인을 중심으로 일원화 한다. 아이디어 발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확정된 것처럼 보도될 경우 국민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 대변인은 앞서 언론인들을 향해 "(기획 내용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건 결국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라며 "(국정기획위 내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걸 마치 결정된 듯 (보도)하게 되면 거꾸로 언론과 차단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