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패배 이후 당내 갈등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강남구의회 우종혁 의원. ⓒ 정수희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혁신과 책임정치 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함께 한 강남구의회 우종혁 의원.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과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 의원을 13일 강남구의회 의원실에서 만났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과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당내 갈등에 대한 젊은 정치인으로서 느끼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우종혁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민의힘의 구성원으로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께서 보내주신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계엄 사태로 치르게 된 조기 대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선 과정에서 지도부의 비이성적 행태로 정당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제는 진심 어린 성찰을 통한 변화와 혁신의 길에 나서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절실하게 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 이번 대선 패배를 젊은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예상은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우리 당은 시종일관 민주당에 끌려다니다가 8.27% 차로 졌다. 대선 내내 정책이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주요 이슈 또한 선점하지 못했다. 아쉬운 지점이 많다. 더군다나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절망스러운 수준이다.
선거 막판에 보수층이 결집하고, 유시민씨의 실언 등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어 그나마 표차를 줄인 것인데 우리가 잘해서 약진했다고 자화자찬한다. 분명한 착각이다. 벌써 보수정권이 두 번이나 탄핵되었다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 정권을 뒷받침하고 대선을 책임졌던 세력들이 뒤로 빠지는 것이 상식이다."
"권력 앞에 고개 숙이며 민심 외면했던 구태 세력들 반드시 걷어내야"
- 당에 혁신과 책임정치 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은.
"지금 바꿔내지 않으면 영영 바뀌지 않을 것이란 무기력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당의 청년 구성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나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까닭도 그러하다.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과 중앙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및 부위원장단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의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이었다.
이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다. 자성과 성찰을 기반으로 한 변화와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뼈를 깎는 쇄신'이라는 말이 더 이상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권력 앞에 고개 숙이며 민심을 외면했던 구태 세력들을 반드시 걷어내고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 기자회견에 담긴 내용이 당내에서 어떻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청년 당직자뿐만 아니라 당의 재선 국회의원 모임 또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 당의 일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고, 혁신의 시간 대신 권력의 셈법에 몰두하고 있다. 당내에서 어떤 의견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은 이런 모습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다. 주인의식과 책임정치를 회복하자는 우리의 외침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기에 당의 책임 있고 권한 있는 이들의 합리적인 결정을 바란다."
- 대선 패배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는 쓴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 당은 당원은 없고 소수 정치인이 주인인 정당이 되어버렸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주류문화를 형성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정치를 구성하는 핵심은 법치에 기반한 책임정치이다. 그런데 책임정치가 실종되어 버렸다. 반성은커녕 스스로를 비호하거나 자화자찬하는데 여념이 없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심지어 문책까지 해야 한다는 의원들이 주류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한 우리 당엔 미래가 없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개혁안 합리적 결정 통해 국힘 변화 초석 쌓아주길"

▲우종혁 의원(맨 오른쪽)이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혁신과 책임정치 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우종혁의원 제공
- 보수의 텃밭이라는 강남에서 젊은 정치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대표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강남에서 의정활동 중인 젊은 정치인으로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많이 느낀다. 특히 지난 12.3 계엄 사태 이후 직면한 어려움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 당을 오래도록 지지했던, 이른바 '골수' 당원의 무기력감이 팽배하다. 보수정권은 벌써 두 번의 탄핵의 탄핵을 겪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당을 거듭해서 지지해 왔지만 지금 우리 당의 모습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당원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기력감과 미력감을 호소한다.
우리 당이 착각하는 것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비록 대선에서는 졌지만 41% 득표로 다시 일어설 기회를 국민이 줬다고 해석하는 점이다. 그게 아니다. 당원들은 상대 후보에게 도저히 표를 줄 수 없어서 우리 당을 찍은 것이지 우리 당 자체를 지지한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냉철한 판단으로 현실을 인식하여 좌표를 설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우리 당 안에서도 시니어 지지자 그룹과 청년 지지자 그룹의 이견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12.3 사태 이후 가히 폭발적인 규모로 청년 당원 탈당이 가속화되었다. 채상병 사태 이후 우리 당의 새로운 지지 기반이었던 2030세대의 실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실제로 우리 강남구와 인근의 서초.송파구는 국민의힘 청년 지지층의 이탈로 인해 개혁신당이 약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개혁신당 득표율- 강남구 10.11%, 서초구 9.85%, 송파구 10,14%)
청년 세대는 합리적인 유권 행사를 하는 투표층이다. 이념에 매몰되지 않을뿐더러 중도.실용적이고 본인의 유불리를 철저하게 계산할 줄 아는 세대이다. 그런데 우리 당이 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청년층, 특히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의 지지 회복을 위해선 철저한 반성과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요즘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인데, 어떻게 바꾸어나가면 좋을지 내 나름의 고민이 많다. 특히 지역에서부터 정치 문화와 보스정치의 방향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보고자 발버둥 치는 중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대선은 유독 힘들고 어려운 선거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런데 자성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으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일개 기초의원일 뿐이지만, 이토록 간절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누구보다 애당심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당이 다시금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고 진정한 '국민의 힘'으로 거듭나길 염원한다.
지금 우리 당은 혁신의 방향과 대상이 무엇인지조차 내부적으로 합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진공 상태에 놓여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이 합리적인 결정을 통해 우리 당 변화의 초석을 쌓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