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가족은 물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을 당한지 75년이 지난 오늘 우리 유족들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창원의 어느 골짜기에서, 괭이바다 어느 곳에서, 떠돌고 계신 영령들을 한자리에 모신 이곳 위령탑 앞에 유족들이 모여 무릎 꿇고 엎드려 맑은 술 올리며 합동추모제를 지냅니다."

14일 오후 창원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있는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 앞에서 열린 합동추모제 전통제례에서 노승용 유족이 축문을 읽었다. 창원유족회(회장 노치수)가 민간인학살 75년만에 합동추모제를 비가 내리는 속에 열었다. 유족회가 합동추모제를 열기는 18번째다.

"원통하고 애통하게 죽음을 당하신 영령들이시여"라고 부른 노승용 유족은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75년이 지나갔지만 이념의 올가미에 씌워져 마산형무소에서, 산골에서, 바다에서 죽음을 당할 그때의 처절하고 애절한 절규가 아직도 이곳 위령탑 하늘에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당해… 죽어서도 눈 못 감은 75년 [현장 영상] 윤성효

그는 "후손들은 님들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학살희생자 일부만 진실규명 되었고 아직 완전한 진실규명을 다하지 못하고 이렇게 합동추모제를 올리는 것을 용서하여 주옵소서"라고 빌었다.

AD
그러면서 "하늘이 내려주신 생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음을 당하신 영령들이시여"라며 "지금 살아있는 우리 후손들이 두 손 모아 엎드려 기원 드립니다. 동족상잔의 아픔 속에 억울하게 학살희생 된 님들께서 부디 평화로운 저 세상에서 편안한 안식을 빌고 또 빕니다"라고 했다.

제례는 오현수 경남민예총 이사장의 초혼무에 이어 김대용(초헌관), 박재홍(아헌관), 이경규(종헌관), 김삼봉·서상천·김영진(첨잔), 김승수·우기수(집사) 유족이 참여해 진행되었다.

명각비에 16명 추가로 새겨 ... 무죄 선고자 26명으로 늘어

위령탑 명각비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뒤늦게 진실규명 받은 희생자 16명이 추가로 새겨졌고, 모두 535명이다.

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희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창원유족회는 1950년 전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군인·경찰 등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당시 마산형무소 재소자 가운데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6건에 26명이 형사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머지않은 시일 내에 3기 진실화해위가 구성될 것이라 믿으며"

기념식에서 노치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국가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의무요 도리이거늘, 전쟁이 났다고 해서 국민을 아무렇게나 죽이면 이게 국가가 할 일입니까?"라며 "1950년 이승만 정부는 내편이 아닐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순수한 농민, 학교선생, 사회활동가, 공무원과 학생 등 대한민국의 국민을 가족도 모르게 잡아가 야밤에 산골이나 바다에 끌고 가 무자비하게 죽인 숫자가 100만 명이라고도 하고 어떤 학자는 120만명이라고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부가 쫓겨나자 1960년 마산의 노현섭 전국유족회 회장을 비롯한 경남·북의 각 유족회장들이 장면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활동하였으나 1961년 박정희 5.16쿠데타로 유족회 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유족회장들을 잡아가 감옥에 넣었을 뿐 아니라 유족들이 학살당한 유해를 어렵게 찾아내 합동묘를 조성한 것도 파헤쳐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였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 후 몇 십년 동안 유족들은 사회의 냉대와 연좌제에 묶여 입도 뻥긋 못하며 숨죽여 살고 있을 때 1999년부터 전국의 많은 뜻있는 학자, 법률가, 시민사회활동가들이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2005년 노무현정부에서 진실화해위가 구성돼 일만명 정도가 진실규명 되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진실화해위를 서둘러 문을 닫아버렸고, 2020년 12월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해 활동하다 여러 잡음만 일으키며 제대로 역할을 못하다 5월 26일 마지막 조사활동과 올 11월 조사보고서를 끝으로 문을 닫게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그간 진실규명을 받은 유족은 다행이지만 아직도 2000여 명이 넘는 신청자들이 진실규명을 받지 못한 유족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며 "그러나 저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3기 진실화해위가 구성될 것이라 믿으며 또 그렇게 될 것이기에 진실규명 받지 못한 유족들께서는 너무 상심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장금용 창원시장권한대행·제1부시장은 박동진 마산합포구청장이 대신 읽은 추모사에서 "추모제를 통해 안보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고,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과 유가족들께서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며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실을 기억하고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은 문순규 의원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참혹했던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이 일부 이루어지고 학살 희생자들을 위해 '창원 위령탑'이 건립되는 등 많은 노력들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지만, 유가족분들의 가슴에 맺혀있는 한을 모두 풀기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으며 완전한 진실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창원시장으로 있을 때 위령탑 건립을 했던 허성무 국회의원(창원성산)은 "유가족의 가슴속에 맺힌 한을 모두 풀기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라며 "저는 그동안 국가의 잘못 때문에 각종 불이익을 당해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 오직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가해자의 사과, 그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광장의 촛불로 탄생한 새로운 정부에서는 하루빨리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숱한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라며 "동시에 이 비극의 뿌리인 동족 간의 이념대결과 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 괭이바다에 잠든 원통한 피해자들의 넋이 진정한 평화 속에 잠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박문수 우리신학연구소장은 "영령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이 기록한 역사에는 '죽어도 마땅한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영령들이 떠나신 지 두 세대가 훨씬 지났음에도 영령의 죽음을 폄훼하고 그날의 진실과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은 아직도 편히 쉬지 못하십니다"라고 했다.

그는 "평화가 시급합니다. 우리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몸으로 깨달아온 사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누구보다 평화를 간절히 원했고 이 평화를 얻기 위해 평생을 싸워왔습니다. 누구보다 우리는 평화를 실현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부모님, 조부모님이 꿈꾸셨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평화의 발걸음을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라고 했다.

추모제-기념식에는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 김창호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 이창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 박미혜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허성무·최형두 의원이 조화를 보냈고, 윤한홍 의원이 조전을 보내기도 했다.

추모시 "해원의 길, 상생의 길"

김유철 시인은 추모시 "해원의 길, 상생의 길"을 읽었다. 다음은 추모시 일부다.

마르지 않는 눈물이었다/마를 수 없는 피눈물이었다//참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도/마른하늘에 벼락이 쳤던 그날의 한순간/귓가에서 떠나지 않는/총소리, 비명 소리/그리고 강요된 침묵//풀어야 한다/떠난 이들의 억울한 마음과/떠나보낸 이들의 가슴에 맺힌 멍을/풀어야 한다 (중략) 풀어야 한다/이제는 다시 학살이란 말이 없도록 다짐하고/이제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길 또 다짐하며/풀어야 한다//해원의 길은 하루아침에 열리지 않는다/왜? 왜? 왜? 라는 진상규명과/빨갱이와 빨갱이 자식이라는/대못을 빼버리는 명예 회복이 이루어진 후/해원의 길은 상생의 길로 나설 수 있다 (중략) 영령들이시어/억울하고 맺힌 마음 풀고/훨훨 떠나소서/우리 민족을 불쌍히 여기고 자비로이 보살피소서/한반도 삼천리 온 누리/평화 속에서 살게 하소서/비나리.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허성무 국회의원.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허성무 국회의원.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14일 오후 창원마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에서 열린 제75주년 18회 창원합동추모제-기념식. ⓒ 윤성효

#추모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윤성효 (cjnews) 내방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