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로힝야 난민캠프 내 학습센터 6,400여 개가 최근 무기한 운영 중단이 결정되었다. 자금 부족 때문이다. 사실상 유일한 교육 수단이던 학습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약 30만 명의 로힝야 아동(전체 아동의 83%)이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되었다.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해외 원조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전 세계 인도주의 자금난이 심화했다. 이에 따라 로힝야 난민 교육을 포함한 여러 국제 지원 사업이 축소되었고,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의 교육 위기도 그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유니세프 학습센터, 자금 부족으로 폐쇄... 계획을 앞당겨 무기한 중지

▲난민캠프 학습센터 내부 모습 ⓒ 조진섭
2022년 9월 나온 사단법인 아디의 '
로힝야 난민 아동 교육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아동 1054명 설문조사, 90명 심층면접조사), 방글라데시 정부는 로힝야 난민 아동의 정규 공교육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난민 캠프 내 어린이들은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하는 학습센터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제한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학습센터는 로힝야 아동들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학교이자 교육 기회였다.
그러나 유니세프(UNICEF)의 학습센터는 현재 자금 부족으로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방글라데시 뉴스 매체인 <다카 트리뷴 Dhaka Tribune >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유니세프는 로힝야 아동 교육을 지원하던 6개 파트너 기관(BRAC, Coast Foundation, CODEC, Friendship, JCF, Mukti Cox's Bazar)에 방글라데시 현지 자원 교사 1,179명의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와 함께 유치원부터 초등 2학년까지 영어, 과학, 사회과학 수업 중단을 포함한 학습센터 운영 축소 계획도 전달되었다.
당시 유니세프는 6월 6일부터 29일까지 모든 학습센터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이후 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기한 폐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 종료일은 6월 30일로 예정되었으며, 이후에는 일부 필수 과목(로힝야어 문해력 및 버마어, 수학, 생활 기술, 그림)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교과서 신규 구매, 학업 평가, 배치 시험 등은 전면 중단한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새로운 자원 교사 모집은 중단되며, 기존 교사들에게는 6월 30일까지 인센티브만 지급될 예정이었다.

▲6월 3일, 그러나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콕스바자르의 우키아 및 테크나프 지역 로힝야 난민캠프 내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자료사진). ⓒ anniespratt on Unsplash
이 소식을 접한 자원 교사들은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콕스바자르 우키아(Ukhiya)와 테크나프(Teknaf)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캠프 내 학습센터에서 근무하던 약 8000명 교사 중 절반 가량은 로힝야 난민, 나머지는 방글라데시 현지인이었다.
시위에 참여한 교사들은 영어, 과학, 사회과학 등 중단 과목 담당 교사들이 대부분 현지인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해고가 로힝야 교사들과의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일부는 과거 임금 인상 요구 시위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니세프는 이에 대해 자금 부족이 유일한 이유라고 반박하며, 향후 재정이 확보되면 교육 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더 악화했고, 유니세프는 일시 중단 계획을 앞당겨 결국 무기한 폐쇄를 결정했다.
6월 3일, 그러나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콕스바자르의 우키아 및 테크나프 지역 로힝야 난민캠프 내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이 내용을 유엔난민기구(UNHCR)와 방글라데시 난민구호송환기구(RRRC)에 공식 통보했다. 이후로 학습센터 운영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학습센터 폐쇄가 가져올 위기... 지역 사회 불만도 고조될 수 있어

▲(좌) COAST Learning Center / (우) Sristi Learning Center 두 센터 모두 우키아 지역 내 캠프 14에 위치 ⓒ 사단법인 아디
유니세프에 따르면 최근 로힝야 난민 대응을 위한 인도주의 자금의 급격한 감소로 취학 연령 아동의 83%, 약 30만 명이 교육에서 배제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현지 활동가들은 코로나19 당시의 학습 손실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 재개가 이루어진다 해도, 로힝야 커뮤니티 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회복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최대 20%의 아동이 추후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습센터 폐쇄는 단지 교육의 위기만이 아니다. 센터에서 일하던 자원 교사들 역시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었다. 사단법인 아디의 현지 파트너 단체인 로힝야 인권센터(RHRC, Rohingya Human Rights Center)의 활동가는 이번 해고 사태가 로힝야와 방글라데시 지역 주민 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 1200명 방글라데시 현지 교사가 계약 종료 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들이 해당 조치를 차별로 받아들일 경우 지역 사회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지역 주민이 학습센터를 통해 일정한 고용 기회를 얻는다면, 로힝야 난민과의 관계는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며, 이는 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정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적인 관심... "마땅히 누려야 할 아이들의 미래"

▲수업에 참여하는 로힝야 학생들 ⓒ 로힝야 인권센터
유니세프 방글라데시 대표 라나 플라워스는 "즉각적인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아동의 학습 기회가 영구히 사라져버릴 수 있다"라고 경고하며,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를 회복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아디의 로힝야 사업 담당 전예원 활동가는 "학습센터는 로힝야 아동의 교육을 지탱하는 마지막 동아줄이자, 방글라데시 사회와 로힝야 난민 공동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며 "그 폐쇄는 교육권 침해를 넘어 지역 사회의 평화적 공존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국제사회가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