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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일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진 태안화력 발전비정규직 김충현 노동자를 향한 애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14일(토) 오후 4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립니다.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한 김용균 노동자의 동료 조창희 노동자가 추모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김용균 3주기 추모기간인 2021년 12원 7일 태안화력 앞에서 열린 현장추모제. 앞줄 오른쪽 2명 피켓을 든 사람들 중 제일 뒷줄 가운데가 고 김충현 노동자.
김용균 3주기 추모기간인 2021년 12원 7일 태안화력 앞에서 열린 현장추모제. 앞줄 오른쪽 2명 피켓을 든 사람들 중 제일 뒷줄 가운데가 고 김충현 노동자. ⓒ 김용균재단 제공

우리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2018년 겨울, 칼바람 부는 어둠 속에서 친구이자 동료였던 김용균을 잃고 우리는 뜨거운 눈물로 거리를 걸었습니다. 위험한 현장에서 혼자 일하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 그가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 깜깜한 컨베이어벨트 터널이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그리고 2025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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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태안화력에서, 또 다른 형제 같은 동료 김충현님이 같은 방식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혼자 일하다 기계에 끼여 세상을 떠난 김충현님은 6년 전 용균이의 사고와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날도 김충현님은 혼자 기계설비를 점검하고 있었고 누구도 곁에 없었습니다. 아무도 '괜찮아'라고 묻지 못했고, 기계는 차갑게 돌아가기만 했습니다.

현장에서 봐왔던 김충현님은 언제나 말없이 일하셨습니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시고, 젊은 친구들에게도 먼저 인사해주시던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땀범벅이 된 작업복 속에서도 늘 묵묵히, 조용히, 자기 일을 다 하셨던 분이셨죠. 정비를 마치고 '오늘도 무사히 끝났다'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 마지막 인사가 현실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을까요.

그동안 우리는 많은 걸 바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 원청 사업장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라면 원청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도록 하는 내용)'이 통과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어졌습니다. 정치인들은 말했습니다. 이제는 더 안전한 일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형님은, 법이 만든 종이 위에서 죽었습니다.

형님이 일하시던 그 설비에는 안전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고, 형님은 또다시 혼자였습니다. 2인 1조 원칙도, 감시 장치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떠나야 바뀌는 세상.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 현실. 우리는 무엇을 바꿨다는 걸까요?

 고 김충현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렬.
고 김충현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렬.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제공)

김충현님, 죄송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더 이상 없게 하겠다.' 그런데 우리는 또 한 명의 동료를 떠나보냈습니다. 용균이 이름을 부르며 외쳤던 '위험의 외주화 중단' '2인 1조 의무화'는 여전히 구호로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김충현님, 우리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싸웠듯, 형님의 죽음 또한 잊지 않고 바꾸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두 개의 이름을 함께 외칠 것입니다.

'김용균과 김충현,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게 하자'라고. 김충현님의 빈자리를 기억하며, 또다시 거리에 서고, 현장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6월 14일 우리는 용산으로 갑니다. 구호로만 남아 있는 김용균과의 약속, 6년 전의 약속을 지금의 정부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한전KPS가, 한국서부발전이, 정부가, 모든 사람들이 김용균과 김충현을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싸우겠습니다.

김충현님이 남긴 자리, 그 자리를 채울 수는 없지만 김충현님의 뜻과 눈물을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안전하고 평안하기를. 이제는 더 이상 기계 소리 아닌, 따뜻한 말소리와 웃음 속에서 쉬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2025년 6월, 고 김용균의 동료 조창희 올림

 태안화력 앞.
태안화력 앞.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제공)


#김충현#김용균#태안화력#한전K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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