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대 국회의원직을 비례대표로 승계한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의정 활동에 대해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손솔 진보당 의원은 "광장이 곧 나"라며 자신을 "광장과 일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자원봉사단 팀장으로 활동한 그는 광장을 밝혔던 청년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기억한다고 전했다.
"특히 윤석열 구속 취소 이후엔 매일 저녁 집회를 했습니다. 주말 하루도 어려운데, 매일 나오는 청년들이 있더라고요. '여기 오려고 몇 시에 출근했다', '야근이 너무 길다' 이런 얘기 들으면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일하는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실감했죠. 광장을 지나오며 포괄임금제는 진짜 폐지해야겠다 느꼈어요."
만 30세인 손 의원은 대선 후 대통령실 참모로 간 강유정·위성락 전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아 22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 됐다. 그는 지난 12일 국회 등원식을 '광장의 청년들'과 함께 했다. 계엄 후 대학가 시국선언을 시작한 대학생이 직접 의원 배지를 달아줬고, 함께 자원봉사단을 꾸렸던 이들은 '인간 화환'을 만들어 손 의원을 응원했다.
▲국회 등원한 손솔 진보당 의원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 대개혁 이룰 것"
유성호
손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4년 후 22대 총선에서 그가 속한 진보당은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했고, 진보당 몫으로 비례대표 후보 명단(15번)에 들어간 손 의원은 이번에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위성정당을 향한 비판, 더구나 이번에 손 의원과 함께 의원직을 승계한 기본소득당 몫의 최혁진 의원(16번)의 미복당로 논란까지 인 것을 두고, 그는 "그런 해프닝이 있었다고 해서 연합정치의 중요한 가치와 내용, 성과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과반이상의 야당 의석을 확보했기에 계엄 해제와 정권 교체가 가능했다"며 "이 모든 과정에 연합정치가 함께한 몫과 연합정치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흙수저당·민중연합당 대표, 진보당 수석대변인, 이재명 캠프 다시만들세계2030위원장 등을 역임한 손 의원은 이제 첫 원내 활동을 앞두고 있다. 그는 국회 입성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하면 많이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웃었다.
손 의원은 "내가 서 있는, 특히 청년들과 함께 있는 곳에서 약자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라면 온몸으로 부딪혀왔다"며 그간 활동을 회상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포부도 밝혔다. 고교 시절 "지치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자필로 쓴 '나의 사명'을 두고 "지금도 그대로"라고 전했다.
지난 12일 국회 본관에서 진행한 손 의원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청년 위해 포괄임금제 폐지하고파"

▲국회 등원한 손솔 진보당 의원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 대개혁 이룰 것"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등원식에서 청년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고교 시절 '나의 사명'으로 "지치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가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적었더라. 이때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나.
"고등학교 때 반의 상담 담당이었는데 친구들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경쟁에 지치고 괴로워하는 모두가 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거기선 구조적 문제보다 기질이나 유전과 같은 개인적인 일로 다루더라. 그때 (고교시절) 적어낸 '나의 사명'을 다시 읽었다. 지금도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 승진, 이직 등 경쟁의 연쇄에 시달린다. (정치를 통해)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된다는 생각이다."
-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나.
"가장 가깝게는 형광 조끼를 입고 (윤석열 파면 촉구) 광장에서 자원봉사단에서 활동했다. 이전 이태원·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시절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학교 방문에 저항했다. 학교든, 시민단체든, 원외정당이든 청년들이 있는 곳에서 민주주의와 약자를 지킬 수 있는 활동이라면 온몸으로 부딪혀서 다 했다. 구의역 사고가 한켠의 사고 소식으로만 존재했을 때 10일 동안 '9-4 승강장'에서 살았다. 많으 분들이 추모에 동참해 (서울시의) 사과도 받아내고 동료 분들의 계약직 전환도 진행시켰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영역을 찾아내서 알려내고 바꿔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그때 느꼈다."
- 그러한 영역이 또 있나.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 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고 싶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청년 이직준비급여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해도 연장근로나 야간 수당을 못 받게 하는 포괄임금제는 엄청난 노동 착취를 조장한다. 이직준비급여는 청년들의 의사를 폭넓게 존중하려는 제도다. 현재 제도는 자발적이지 않은 실직만 도와준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퇴직과 자발적 이직이 필수다."
- 청년 세대도 그 구성원이 다양하다.
"청년 세대 내의 격차 그리고 청년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는 시대적 어려움, 이렇게 두 차원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전자의 경우 힘겹게 매일 노동하며 버티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끌어내야 한다. 후자에 해당하는 이들에겐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를 계속 마주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복합 위기다. 이에 대한 대응력, 청년 세대가 힘을 모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갖춰야 한다. 코로나19와 광장 모두 그 경험 중 하나다. 정치권에선 '부모 세대가 누린 걸 청년이 못 누린다'며 세대 갈등으로 접근하는데 이 프레임도 바꿔야 한다. 그 시도로 돌봄사회를 얘기하고 싶다."
-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부모 세대가 조부모 세대를 요양원에 맡기며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생각하기 어렵듯, 돌봄을 각자도생으로 해결하기 시작하면 결국 문제만 대물림될 뿐이다. 돌봄을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지는 제도가 마련되면 청년 세대를 포함해 개인이 갖는 불안감이 낮아진다. '함께 돌봐야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의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준석 TV토론 발언 참담"

▲제22대 국회의원직을 비례대표로 승계한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진보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TV토론 당시 논란이 됐던 여성 신체 언급 발언과 관련해 "공직자나 정치인, 등록된 언론인의 혐오 표현의 경우에는 단순 유포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라며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차별 행위 금지를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제도화해야한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 청년 세대의 성별 갈등도 심각하다.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하지만, (혐오를) 주도하거나 조장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또 다르다.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굉장히 불안하다. 인구도 줄고, 일자리도 없고, 기후위기도 마주해야 한다. 불안한 미래가 눈앞에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질서를 마련하지 못한 답답한 상황이다. '쟤 때문이야'라며 젠더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청년들을 자신이 있는 곳에서 아우성치고 있을 뿐이다."
- 혐오를 조장하려는 사람들에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나.
"의도적으로 (갈등을) 가져가려는 정치세력이 있다. 이러한 갈라치기나 위로부터의 혐오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일반인보다 공직자, 정치인, 언론인의 혐오 표현은 전파력이 있기 때문에 단순 유포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 그래야 여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약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 대선 중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TV토론 발언은 어떻게 봤나.
"말로 맞은 것 같았다. 다음날까지 힘들었다. 이런 참담함과 분노를 온 국민이 느꼈기에 (이준석의 의원직) 제명 청원에 54만명이나 동의한 것이다. 한편 국민들의 토로 방법이 제명 요청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위로부터의 혐오를 더욱 제재하고 처벌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남을 공격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차별 행위 금지를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제도화해야한다."
-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 단장으로 활동했고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피해자,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하는 등 지속적으로 여성 의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나 예산 축소로 여성정책을 공격했다. 지금은 그걸 복원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단순히 여성이 소외됐다는 감각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여성정책을 기본값으로 되돌릴 것인지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
- 2024년 총선 출마 당시에는 1호 법안으로 여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지금도 유효한가.
"당시 숏컷이니까, 페미니스트니까, 여성이니까 당한 무차별 폭행이 많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야기하며 '여성 의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강화됐다. 이를 빠르게 중단시필 킬요가 있었다. 기존의 성폭력처벌법 등은 협소하게 성을 매개로 한 폭력만 다뤄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일반적인 폭력, 폭언, 상해는 포괄하지 못한다. 젠더에 관한 맥락이 담겨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관련 작업은 계속해서 해나갈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 사회대개혁위원회 만들어야"
▲22대 국회 최연소 손솔 의원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성호
- 최근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 후 복당하지 않은 최혁진 의원의 사례가 있었다. 위성정당의 문제점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사건에는) 진보당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 그런 해프닝이 있었다고 해서 연합정치의 중요한 가치와 내용, 성과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때 과반의 야당 의석을 확보했기에 계엄 해제와 정권 교체가 가능했다. 이 모든 과정에 연합정치가 함께한 몫과 연합정치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있었다."
- 대선 국면, 그리고 정권교체 후 광장의 목소리가 잊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교체가 인수위 없이 빠른 호흡으로 진행됐다. 대선 과정에서 5일 동안 광장의 청년들에게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받았는데 거기에 청년들의 요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광장에 나온 청년들의 가장 큰 바람도 내란 세력 청산과 정권교체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모인 마음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앞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지 (광장의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 관련해서 이재명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광장과 대선 국면에서 야5당이 연합 정치를 실현하며 같이 합의했던 사안들이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사회대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빠르게 시행해서 광장의 요구를 정부가 이어가려고 한다는 믿음을 줘야한다."
-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으로서의 포부를 말해본다면.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0년대는 기후위기, 인구 감소로 인한 획기적 변화를 상상하고 대비해야 시기이자 변화의 초석을 놓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국민들께서 정권 교체로 환경을 마련해주신 지금이 적기다. 바뀐 지금의 조건에서 돌봄사회 등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싶다. 훗날 '그때 22대 국회에서 손솔이 있었기에 청년들이 서로 싸우지 않았고, 우리가 20~30년동안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거야'라고 회고될 만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등원식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자원봉사자와 청년들과 함께 출근하고 있다. ⓒ 유성호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등원식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자원봉사자로부터 축하꽃다발을 받고 있다. ⓒ 유성호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손솔 진보당 의원 등원식에서 한 청년이 손 의원에게 국회 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 유성호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등원식에 참석하자,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안아주며 축하해 주고 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