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보 농성장에서 비행하는 송골매의 모습 ⓒ 이경호
2025년 6월, 다시 매(아래 송골매)를 만났다. 세종보 농성장 옆 교각 기둥 난간 위, 그곳에 가만히 앉아 강물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윤슬이 빛나는 강 위, 교각 위에 앉은 그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 같았고,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하는 듯했다. 지난해 8월 농성장에 나타났었던 송골매도 그랬다. 용맹한 눈빛과 맹금류 특유의 위엄으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우리는 그때 이렇게 말했었다. "강을 지키는 수호신이 왔다."
그 모습은 마치, 이곳이 살아 있는 곳인지,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인지, 살 자리를 찾으러 온 듯한 눈빛이었다. 6월 확인한 송골매는 날갯짓은 당당했고, 시선은 깊었다. 11일과 12일, 이틀 내내 같은 난간에 앉아 조용히 강을 바라보다 떠났다. 앞으로 매일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맹금류는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강이 살아 있는지, 먹이사슬이 작동하는지, 숨 쉴 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송골매가 잠시 내려앉았다는 것은, 이 강이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희망의 징표로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 않았다. 강은 아직 완전히 안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간절해졌다. 그가 다시 와서, 머물 수 있도록 강이 다시 살아나고, 송골매가 이곳을 자신의 삶터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 간절했다. 우리가 이 농성장을 잘 지켜야겠다는 다짐이 마음속에서 또렷이 솟구쳤다.

▲매가 날개를 푸는 모습 ⓒ 이경호
송골매는 단순한 새가 아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 제323-7호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법적보호종이다. 한때 전국에서 자취를 감췄던 그는, 이제 겨우 일부 지역의 교각이나 고층 건물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은 해안가나 섬에만 번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높은 절벽이나 험한 바위 틈에서 둥지를 틀고,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사냥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생명체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 속도는 생존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절박함에 세종보 농성장주면의 생태계가 응답해주면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난간에 앉아 있는 매(송골매)모습 ⓒ 이경호
송골매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상상과 신화 속에 등장해왔다. 몽골에서는 매를 길들이는 자만이 자연을 다스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조선의 왕들은 매사냥을 통해 통치자의 기개를 기르고자 했다. 매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매사냥 역시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로 함께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과 인간이 동맹을 맺는 일이다.
농성장에 출연한 송골매는 자연이고, 생명이고, 사람과 함께 흐르던 고요한 동반자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강은 강이기를 포기해야 했다. 물길은 끊기고, 퇴적물은 쌓이고, 생명은 떠나고, 강은 감옥처럼 가두어진 수로로 바뀌었다. 세종보는 그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세종보의 수문이 열려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스스로 숨 쉬지 못하는 구조는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보를 철거해야만 스스로 온전하게 숨 쉬는 구조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농성장을 지키는 것이다. 강을 지키기 위해, 멈춰 선 흐름을 다시 흐르게 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수문 다시 올리는 것을 막고 다시 해체하자고 시작된 싸움인 것이다.
농성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송골매가 살아갈 자리가 되도록, 이 강이 다시 살아 숨 쉬도록,
모든 생명이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