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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조선일보 간판
조선일보 간판 ⓒ 연합뉴스

"아직도 (고소장이) 안 날라오고 있어, 고소를 할 수가 없지. 나는 그냥 고소해줬으면 좋겠는데?"

지난 2월, <조선일보>는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주 기자가 유튜브 채널에서 '명태균씨가 윤석열 부부와 통화녹음 등이 담긴 USB 파일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준 사실'을 폭로하자, 해당 신문은 보도 당일 입장문을 내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했다. 보도 당일 입장문을 내고 법적 조치를 공언한 것은 그만큼 사안의 파급력을 심각하게 봤다는 방증이다.

그 뒤로부터 4개월이 흐른 지난 12일 <조선일보> 측에 주진우 기자를 실제로 고소했는지 문의해봤다. 2월에 공식 입장문을 낸 해당 언론 공보 관련 업무 담당자는 부서 이동으로 더 이상 그 업무를 맡지 않는다고 했다. 고소 여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후임 담당자에게 '주진우 기자 고소 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문자를 남기고,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13일 현재까지 해당 담당자는 문자 메시지에 어떤 답도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사무실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하루가 지난 현재까지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주진우 기자 고소와 관련해 해당 언론의 반응은 적어도 지금까진 '무응답'인 상태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주진우 기자를 고소한 걸까, 안 한 걸까, 아니면 못 한 걸까.

주진우 기자는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 기자는 "고소를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면서 "방화범을 폭로한 것인데, 폭로한 사람을 고소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조선일보 입장문은) 조선일보가 당장 위기를 모면하려고 거짓말 한 게 되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소장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법정에서 조선일보가 명태균USB를 쥐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밝혀질 수 있게"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선전포고가 무위로 끝나지 않길

 명태균씨가 4월 30일 오전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건물에 도착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명태균씨가 4월 30일 오전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건물에 도착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주 기자의 말대로 <조선일보>가 명태균 USB를 전달받고,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베일에 싸인 부분이다. 해당 언론이 명태균 USB를 활용해 대통령 부부와 교감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주 기자가 공개한 녹취에서 전 대통령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조선일보 폐간"을 거론한 걸 보면, 윤석열 부부와 그들 사이에 좋지 않은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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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측이 지난 2월 낸 입장문을 보면, 명태균USB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명태균 USB를 대통령실에 전달한 적 없다', '당사자 동의를 얻을 때까지 보도를 유보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입장문에 명시한 '주진우 고소 여부'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해당 언론이 정말로 소송전을 벌인다면, 베일에 싸인 부분이 드러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주진우 기자의 보도를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는데, '허위사실'은 법정에서 해당 언론이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명태균 USB를 확보한 후 이뤄졌던 일들이 조금이나마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주진우 기자 역시, 소송으로 가길 원하고 있다. 소송전이 벌어진다면, 재판 현장은 굉장히 흥미로운 취재 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일보>가 법적 조치를 했는지, 아니면 준비 중인지는 현재로선 알길이 없다. 주 기자가 수사기관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수사가 늦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 기자를 상대로 한 <조선일보>의 선전포고가 무위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 자칭하는 회사가 다급한 나머지 '보여주기식 입장문'을 냈다는 건 너무 모양 빠지는 일 아닌가.

#조선일보#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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