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이뤄진 대선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선서한 후 바로 임기를 시작해 인선 작업에 속도 내고 있다. 반면 패배한 국민의힘은 내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대선 후 일주일에 대해 짚어보기 위해 지난 12일 시사평론가 박영식씨와 전화 연결해 여야의 일주일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전망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씨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이재명 대통령 ⓒ 대통령실 제공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잖아요. 일주일의 행보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금 오늘(12일)이 9일째잖아요.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성 있고 추진력 있게 국정 운영을 하는 것 같고 광폭 행보라고 봐도 될 것 같고요. 물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초반에 국정 방향도 탐색하는 등 인수위 기간이 있어야 되는데 인수위 기간이 없다 보니까 정부 부처와의 조율도 못 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출발할 수밖에 없죠.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무회의를 열어 공무원들의 기강도 잡고 자신이 일방적으로 주장을 하는 태도보다는 공무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요. 그리고 단기 해법이라도 있다면 빨리빨리 찾아서 업무 처리 속도를 굉장히 빠르게 높이는 걸 보면 역시 행정가 출신 대통령답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민생 회복 또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이미 내세우셨기 때문에 어디든 찾아가서 해결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어제(11일) 같은 경우에는 증권거래소 방문하셨잖아요. 제가 그 모습 보고 나서 사실 놀라운 점도 많이 봤습니다."
- 김밥 먹으며 국무회의하는 모습이 화제였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국무회의를 이렇게 긴 시간 하는 대통령도 없었을 거예요. 바로 이전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주장이나 의견을 개진하고 1시간 정도만 하고 끝났던 게 일상적인 국무회의였다고 하잖아요. 민생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각 부처별 현황 보고 듣고 대통령의 생각을 말하는 자리였다는 얘기인데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는 심지어 완벽한 이재명 체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특검법을 공포하는 거에 반대 의견 내는 것조차도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어요. 국무회의를 점심 도시락이나 김밥을 먹어가면서 장시간 하는 모습을 보면 원래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데 그동안은 안 했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 대통령실 인사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단 믿을 만한 사람 위주로 특히 능력 위주로 팀을 꾸리려는 의지가 있다고 보거든요. 거기에 대한 기준이 대통령실 인선으로 드러나고 있죠. 첫 번째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직함이 우선이 돼야 될 것이고 두 번째는 자기 직분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 된다는 거죠. 대통령의 국정 철학도 이해해야 하는 것이고요. 그것을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 대통령실의 주요 인선 기준이라고 보고요. 마지막으로는 헌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그 헌신이라는 게 내가 대통령실에 들어가서 적당한 경력을 쌓고 나와서 자기 정치를 하고자 함이 아니고 국정 운영 초반부터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헌신적인 인물들 위주로 인선하는 것 같아요.
언론의 비판을 감내하고서라도 일단 초반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정책 추진의 효율성 위해서 반드시 써야 한다고 하면 대통령 스스로도 어느 정도 계산을 하시겠죠. 이런 비판을 감내하고 성과로서 보여준다면 이 인선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인사를 철회할 수도 있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봅니다."
- 오광수 민정수석 논란은 어떻게 보세요?
"저도 단독 보도를 뜯어봤는데 문제가 없는 건 아니라고 보고요. 물론 검사장 시절의 일이었고 재산 신고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자신이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거라고 봐요. 일단 중요한 지점은 이 논란 터지자마자 오광수 민정수석이 바로 사죄의 의미로 인터뷰했다는 겁니다.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이걸 대통령께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13일 오광수 민정수석은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 편집자 주)
- 대통령실에서 장·차관 등 공직자에 대해 일주일 동안 국민추천을 받기로 했는데.
"인사 추천제와 관련돼서는 인사의 문턱을 확 낮추는 것이고 국민 참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니까 신선하고 혁신적인 시도라고 생각하고요. 과거에는 청와대나 여당의 좁은 인맥 풀에서 한정이 돼 있었잖아요. 근데 이제는 국민 누구나 숨겨진 인재를 발굴하거나 내가 원하는 사람을 추천할 수 있게 된 거니까 국민이 곧 주인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봐요.
이런 추천제를 통해 숨겨진 인재도 발굴하고 또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 구축을 해보겠더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또 의지가 느껴지고요. 추천한 인물들을 엄정하게 검증하고 실제 임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역할이 있죠. 국민에게 직접 인사 참여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고 또 국민 참여라는 씨앗이 어떻게 뿌리내려져서 공직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굉장히 주목되고요."
-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면피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데.
"저는 그렇다고 보지 않고요.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게 핑계 될 수는 없거든요. 모든 국정 운영의 책임은 정부 여당이 지는 것이 원칙이고, 적합한 시스템을 통해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데이터베이스화한 다음에 인사 검증을 하는 책임은 대통령실에 있는 거거든요. 이걸 핑계 삼거나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려고 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만약에 그런다고 한다면 누군들 나서서 비판 안 하겠습니까?"
"국힘, 개혁파에 기득권층 저항하며 당권 싸움으로 가고 있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 해체 4법'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후 내홍이 길어지는 것 같은데.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란 정당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정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점점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선 과정에서도 선대위가 얼마나 사분오열됐는지 우리가 다 보지 않았습니까? 근데 대선 패배 이후에도 사실상 배가 좌초되어 가라앉고 있는데 선장들끼리의 논쟁만 벌이는 격이라고 보거든요. 보통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도 빨리 재정비해야 하고 혁신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시간을 가져야 되죠. 그런데 국민의힘은 어제오늘만 하더라도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당권파라고 불리는 친윤계 의원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 내홍이 생각보다 굉장히 길어지고,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인 건 맞는 것 같고요. 젊은 층뿐만 아니라 친한계로 불리는 개혁적인 인사들의 요구나 이런 게 있고 또 당 내부에 굉장히 보수적인 기득권층인 친윤계의 저항이 맞물리면서 결국 당권 싸움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 김문수 후보는 계속 정치 할 거 같아요.
"전당대회 나갈 것 같은데요. 전당대회에 뜻이 있어서 턱걸이도 하고 훌라후프 돌리는 모습 보여줬다고 보고요. 김문수 스스로도 전당대회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측근으로부터 들리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전당대회에 나가서 선택받을 후보군이 김문수, 한동훈 혹은 친윤계 대표 주자 정도로, 3자 구도로 전당대회가 열리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요.
김문수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얻었던 득표가 약 41%에 가깝잖아요. 그게 범친윤계 의원들은 기본적인 보수의 표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김문수 후보 측의 생각은 아예 달라요. 김문수 후보가 아니었다면 40% 불가능했다는 거거든요. 하지만 제가 볼 때 김문수 후보였기 때문에 41%를 얻었다고 보는 게 사실 맞아요."
- 그러나 김문수 후보가 아닌 한동훈 전 대표라면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은 반대하고 탄핵은 찬성하니까요.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한동훈 전 대표가 대선에서 만약에 나왔다고 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고요. 이번 대선은 시대정신과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가 대통령이 되는 평가였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이번에 전당대회에 한동훈 전 대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미안한 얘기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의 당원들이나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층은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다수 되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한동훈 전 대표가 유튜버처럼 당원 모집을 하기 위해서 개인 유튜브도 열심히 하고 지난 대선 기간에 자신이 따로 또 같이 김문수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것처럼 활동하긴 했지만, 기득권과 보수 유권자들은 한동훈 전 대표를 이른바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유승민 전 의원의 사례처럼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서 다시 한 번 당대표를 하거나 다시 한번 당권과 대권을 거머쥘 수 있는 가능성은 한 자릿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차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마 한동훈의 친한계는 스스로 박차고 나오거나 아니면 당내 소수파로 남아서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는 세력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저는 짧게는 그렇게 내다보고 있죠."
- 국민의힘에 대해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가능성이 있을까요?
"냉정하게 얘기하면 위헌 정당 심판 청구는 이번 행정부에서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미 3개의 특검을 통해서 수사 대상으로 분류돼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가 있다고 보고요. 메머드 특검이 가동돼서 처벌까지 나아간다고 하면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은 실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어 의원직 상실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렇게 된다고 하면 홍준표 전 시장이 이미 경고했던 것처럼 국민의힘은 정당 해산 청구를 통해 해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으로서의 존립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비상계엄 해제를 동의하는 과정에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다수의 친윤계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될 가능성을 미리 알았을 수도 있고 선포된 이후에도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내란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게다가 김건희 특검에는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사건도 있고 또 채 해병 특검의 경우에도 지금 현직 의원입니다만 당시에 법률 비서관을 했던 주진우 의원도 800에 7070으로 전화를 받았던 사람 중의 한 명이잖아요. 특검 수사 통해서 이미 포토 라인에 설 국민의힘 의원들이 꽤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은 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죠."
- 앞으로 정치권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당분간 이재명의 시대이자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국민이 많을 거라고 보고요. 왜냐하면 경제 회복과 내란 종식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여당과 정부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와 국민들이 다수가 될 거라고 봅니다. 그 중간중간에 변수라든지 생각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튀어나올 수도 있겠죠. 근데 그 위기가 있을 때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어떻게 그 리스크를 관리하고 극복하느냐는 평가의 대상이고 또 입증해야 할 일이라고 보고요.
당장 IMF 때보다도 더 극심한 위기라는 의식을 갖고 있고 동시에 내란을 종식 해야 된다라는 막중한 위기감과 책임감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국은 이런 정치를 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더 많을 것 같고요. 그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보수층의 사분오열 자중지란이 또 길어지고 지방선거까지 범보수 판이 정리가 안 되면 지방선거에서도 결국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