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 CEO 중대재해 첫 처벌
또 중대재해 '첫 실형'에 경총 "가혹한 처사 ··· 균형·정당성 잃어"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하여 원청인 한국제강 주식회사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대표이사에 대하여 징역 1년, 위 회사에 대하여 벌금 1억 원 등을 선고했다.
[1] 대표이사의 첫 실형 선고에 대해 위와 같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무엇을 '우려'해야 하는지, 진짜 '가혹한 처사'가 무엇인지 굳이 바로잡지는 않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으로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법인·기관에 대해서는 사망 재해의 경우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두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러한 법정형의 범죄에 대해 법원이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며 대표이사 징역 1년, 법인 벌금 1억 원을 각 선고한 것은 '뉴스'가 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일터에서의 죽음을 야기한 기업의 안전보건범죄로 인해 기업을 경영하던 이가 감옥에 가는 것을 여전히 이례적인 소식이라 여긴다. 법정형에 한참 못 미치는 양형이어도 말이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으로 최초의 실형을 선고한 한국제강 판결의 구체적인 양형 이유를 들여다보면, 안전보건범죄에 대한 법원 인식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은 판결문의 주문으로 표기되는 양형(처분형)에 주목할 뿐 자세한 양형 이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과거 중대재해 사건에서 일선 현장 노동자 또는 중간관리자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상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주된 입법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법원이 부과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형량과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은 이 법이 어떻게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살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이 사건에서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하청노동자 산재예방을 위하여 중량물 취급 작업 시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제강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를 고려하여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 감독자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등이 업무를 각 사업장에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도급, 용역, 위탁 등을 받는 자의 산재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마련을 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수급인(하청업체)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안전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도록 하였다. 한편 하청업체 대표는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 사건 작업에 사용된 섬유벨트는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음에도 피해자로 하여금 해당 섬유벨트를 방열판 보수 작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 중량물 인양 작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인 피해자는 방열판을 뒤집기 위해 방열판의 러그홀에 손상된 섬유벨트를 표면이 날카로운 고리에 샤클도 없이 직접 연결한 후 크레인을 조작하였다. 그 순간 섬유벨트가 끊어지고 방열판이 낙하하면서 중량물과 근접하여 크레인을 조종하던 피해자를 덮침에 따라 왼쪽 다리가 협착되었다. 피해자는 2022. 3. 16. 사고 당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좌측 대퇴동맥 손상에 의한 실혈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한국제강 대표이사와 하청업체 대표가 각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고, 이에 더해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산안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하청업체 대표는 산안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 혐의로 각 기소되었다. 한국제강 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안법의 각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기소되었다. 그 외에도 이 사건 이후 한국제강 사업장에 대하여 실시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 총 21개의 안전·보건조치 불이행 사항이 적발되어, 한국제강 법인 등에 대해 산안법위반죄가 추가로 적용되었다.
제1심 법원인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신설된 개념인 이른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관한 형사책임을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인지"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쟁점 중 하나라고 밝혔다.
[3] 그런데 판결에 따르면,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2007년경부터 판결 선고 시까지 한국제강의 경영책임자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재직해 왔는데, 2010. 6. 9. 검찰청과 고용노동부 합동 점검에서의 안전조치의무위반 적발로 인해 2011년 벌금형 처벌을 받았고, 2020. 12. 21.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의 사고 예방 감독에서도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확인되어 2021. 3.경 벌금형 처벌을 받았으며, 2021. 5. 24.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2021. 5. 27.경 실시한 정기 감독에서 또 다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되어 2021. 11.경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21년 사망사고에 대한 산안법위반에 대해 2022. 5. 10. 제1심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2023. 2. 9. 항소심 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재차 발생한 2022년 사망사고에 대한 판결이 이 사건 판결이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양형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양형에 있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이유로는 ① 피해자 과실, ②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 및 유족의 선처 탄원, ③ 사건 이후 사후조치 등을 밝히고 있고, 불리한 이유로는 ① 산업재해 예방의 필요성 및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취지, ② 동종의 범죄전력과 사망사고 이력, ③ 원청으로서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장기간 해태하고 책임을 전가해온 점 등이 있다.

▲2023.09.26. 부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재판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 ⓒ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이는 다른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판결의 양형이유와 상당 부분 동일하다. 산안법 위반 사건과 비교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기존 법인 산안법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바탕으로 상이한 의무주체, 높은 법정형 등을 포함한 새로운 법이 제정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지만, 여전히 위반의 정도가 중한지,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는지, 피해가 중한지 여부 등과 무관하게 배상, 합의, 처벌불원 등의 사정이 경미한 형벌을 정당화하는 영향력 있는 양형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목할 부분은 제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이유로 피해자의 과실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피해자에게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또는 피해 확대에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기재하고 있지 않아 판결문을 통해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참고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로 '사고 발생 경위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두고 있는데, 판결이유 중에는 위 감경요소에 해당하는 '특히 참작할 사유'로서의 피해자의 과실은 없고, 설령 있더라도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서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여 제외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또 다른 양형이유로 이 사건 이후 한국제강의 사후조치가 있었던 점을 들었다. 그런데 이 사건 10개월 전 발생한 2021년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피해자 유족의 처벌불원의사, 피해자의 과실, 다른 종사자의 책임, 피고인들이 두 차례 산안법 위반 전력이 있지만 벌금형을 초과하지 않은 점, 사후적인 안전조치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당시 법원이 유리한 양형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사실상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동일한 감경요소를 계속해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에서 밝힌 이 사건 당시와 이후의 반복적인 법 위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한국제강의 사후조치 노력이 적절하거나 충실했다는 2021년 사망사고 판결과 이 사건 판결의 평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어떤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원의 처분형은 입법자가 정한 법정형과 범죄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로 이례적이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안전보건범죄가 가벼운 범죄라고 선언하려는 것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각주
[1] 제1심 판결(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4. 26. 선고 2022고합95 판결)의 양형이 항소심(부산고등법원 2023. 8. 23. 선고(창원)2023노167 판결)에서도 유지되었고, 대법원 2023. 8. 23. 선고 2023도12316 판결로 이를 확정하였다.
[2] 이하 내용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023 노동판례비평(제28호),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판결 양형이유 검토' 일부를 요약, 정리하여 작성하였다.
[3]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 보도자료 -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4. 26. 선고 2022 고합95 판결 - 2023. 4. 23.자
[4] 창원지방법원 2023. 11. 3.자 2022초기1795 결정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6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의 필자인 박다혜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