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미준모' 카페를 자주 들여다본다. 미국 정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이 네이버 카페는 주로 이민자들이 글을 올려 생활에 도움을 주고받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좀 다르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입시 정보나 대학 위치별 생활에 관한 질문이 많았지만, 요즘은 "비자" 관련 글들이 훨씬 눈에 띈다.
"비자 인터뷰가 언제 다시 열릴까요?"
"다시 열린다고 해도 한꺼번에 몰려 딜레이 되면 어쩌죠?"
"걱정되고 속이 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이런 내용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달리는 댓글은 그저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정도일 뿐이다. 누군가는 이미 학교 합격 소식을 받았고, 누군가는 부모의 모든 계획을 걸고 준비해온 일인데, 단 하나의 비자 문제로 모든 게 불투명해진다는 사실은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겐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가 아닐까?
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살고 있다. 우리 집에서 차로 2~3시간 거리인 랄리(Raleigh)는 듀크대, UNC 채플힐 등 유명 대학들이 모여 있는 대학 도시로, 한국 유학생도 많기로 유명하다. 그곳에 사는 지인 한 명은 10년 넘게 유학생 대상 홈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통화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말도 마! 난리야, 난리! 원래 지금쯤이면 하나씩 입국해서 들어오고 그랬거든. 그런데 올해는 비자 때문에 다들 날도 못 잡고 계속 홀딩이야."
예정대로 올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비자가 제때 나오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고, 부모들 역시 예민해진 상황이라고 한다. 나도 과거에 미국 체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한국의 대사관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많은 유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인터뷰와 비자 발급 과정이 꽤 신속하게 진행됐던 기억이 있다. 물론 긴장되는 절차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비자 한 장이 이토록 어렵고 불확실한 시대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혼란의 배경은 뭘까? 이 모든 불안의 배경에는 현 트럼프 정부가 있다. 트럼프는 재선 이후,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명문 대학들에 대한 이념적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를 "좌파 엘리트 집단"이라 부르며, 공적 자금 지원 중단, 연방 학자금 프로그램 제한, 그리고 유학생 비자 관리 강화까지 연이어 언급하고 있다. 그 여파는 이미 대사관 창구와 인터뷰실 앞까지 퍼진 상태다.
미준모 카페 글 중에는 "비자 인터뷰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대사관 일정 자체가 밀려서 학기 시작에 맞춰 입국이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도 많다. 실제로 많은 학생과 부모들이 인터뷰 날짜를 기다리며 비행기 표조차 예약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불안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우리 가족은 시민권자가 아니라 영주권자다. 미국에 거주 중이긴 해도 언제나 어느 정도의 불안정한 경계에 있는 신분이다. 그런데 심지어 유학생 신분이라면, 이런 불확실성이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더 크게 다가올까.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유학'이라는 말 속에는 도전과 희망이 더 많이 담겨 있었지만, 이제는 그 앞에 '비자'라는 현실의 문턱이 너무 높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공항에서 비자 문제로 입국이 막힐까 걱정하고, 인터뷰 날짜가 밀리면서 모든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일들. 이게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도 아니고, "아니면 말지" 식으로 넘길 수 있는 간단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유학 준비생과 부모들이 겪고 있는 하루하루의 현실인 것이다.
나는 정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부모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교육을 인질로 삼을 건가. 지금 학생 비자 한 장을 받기 위해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피해를 보며 조용히 떨고 있는 이 상황은 누가 책임질 건가. 이게 정말 맞는 건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바라는 건 하나다. 아이들이 자기 꿈을 펼치는 데 어른들의 계산이나 권력 싸움이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적어도 교육 만큼은 조용하고 단단하게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게 지금 나처럼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하루하루 바라는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