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노인회가 제시한 한라산 산악열차 조성 이미지. ⓒ 제주의소리
'제주 한라산 정상부에 산악열차와 럭셔리 호텔을 개발한다'는 황당한 계획이 정작 제주도민사회도 모르게 대한노인회 차원에서 다뤄진 정황이 확인됐다. 제주도의회에 참석한 제주도 고위공직자도 "오픈된(열린)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라고 답변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노인회 공약에 포함된 '한라산 산악열차 조성사업' 은 한라산 정상부에 가칭 '백록'이라 명명된 16km 길이의 산악열차를 연결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열차의 종접에는 100실 규모의 산상호텔을 건립한다는 계획까지 포함됐다.
황당한 발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내용이 구체적이다. 대한노인회가 제시한 문서에는 "천혜의 관광자원인 한라산의 자연환경을 사계정 상시 체험할 수 있는 개념의 산악열차 관광시설 도입을 통해 동북아 최고 관광도시화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업 배경이 명시됐다. 미국 워싱턴이나 스위스 융프라우의 산악열차를 제주에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산악열차 조성에 사업비 4000억 원, 산상열차 조성에 1500억 원을 들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산악열차는 급경사 구간 주행에 유리한 톱니·치차를 이용한 형식까지 제시했고, 산상호텔 내부의 테라스, 스파, 웰니스센터 등의 구체적 계획까지 열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한노인회 회장에 취임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공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세계한인상공회총연합회 회장을 겸직한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서도 "기업인으로서 부영이 갖고 있는 무주리조트에 산상열차를 만들어보고 싶고, 또 제주도 산악열차도 저희가 꼭 하고 싶다. 무주의 산상열차와 제주도 산악열차는 국가적 먹거리고 생활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노인회는 지난 5월 대선후보 신분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관련된 공약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노인회의 이같은 계획은 11일 열린 제439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태민 위원장(국민의힘, 애월읍갑)은 이 사업을 언급하며 "산악열차와 관련해 제주도 전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제주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여러가지 인센티브도 주고있지만, 신성장 산업이 없기 때문에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기업 차원에서 제안을 했기 때문에 우리도 들어볼 필요는 있다"라고 피력했다.
답변을 요구받은 김양보 제주도 문화체육국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스위스나 다른 나라를 보면 100년 전에도 산악열차를 한 데도 있고, 다양하게 문화의 특성에 맞게끔 하고 있다"며 "어떤 관광 시설이 필요한지에 대한 부분들은 폐쇄된 관점이 아니라 이제 오픈된(열린)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접근을 하는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환경적 측면에서만 그냥 묻어두려고 하지 말고 지사를 설득하라. 우리의 현재 동력으로는 제주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요원하고 관광발전은 어렵다"고 채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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