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 9일 대북방송 실시 대비 실제훈련에서 확성기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 합참 제공
[기사 보강 : 11일 오후 6시 25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해 재개됐던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1년여 만에 중지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상부 지시에 따라 오늘 오후부터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남북관계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군 당국은 이번 조치를 앞으로 방송을 전면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중단' 대신 일시적이라는 의미가 있는 '중지'로 표현했다. 앞으로 북한이 접경지역에서 대남 방송을 계속하거나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하는 등 도발 상황에 따라 대북 방송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방송 중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오후 2시를 기해 군 당국에 전방 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남북관계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민께 약속 드린 바를 실천한 것"이라면서 "특히 이는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피해를 겪고 온 접경 지역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두고 관련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 과정에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겠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군 당국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것은 정부가 먼저 북한에 적대적인 남북 관계를 개선하자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보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9일 민간단체에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2024년 6월 대북 확성기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2018년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한 지 6년 만의 조치였다.
그런데, 당초 윤석열 정부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명분으로 삼았던 북한 오물풍선은 2024년 11월 28일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날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대북 확성기 방송에 북한도 똑같이 대남 방송으로 맞대응을 하는 통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쇠를 긁는 소리나 곡소리, 짐승 울음 소리 같은 소음에 시달리며 수면장애·노이로제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왔다.
군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북한이 대남방송을 중지하는 등 호응해 올지 여부에 대해 "북한도 모든 대남 방송을 중지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일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