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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태어난 흰목물떼새 어린새
올해 태어난 흰목물떼새 어린새 ⓒ 임도훈

세종보 농성장에서 다시 한 번 생명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가 무사히 번식에 성공해 새끼 3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지난 11일 3개체와 부모새를 확인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농성장에서 흰목물떼새 3대를 키워낸 셈입니다. 이곳 세종보 농성장은 이제 흰목물떼새에게 단순한 서식지를 넘어 생명을 잇는 터전이자 저항과 회복의 상징이 됐습니다.

흰목물떼새는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2024년 4월 29일, 세종보 농성장을 막 마련하던 그때 가장 먼저 이곳 둔치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은 한 쌍의 흰목물떼새가 있었습니다. 이 작고 연약한 생명은 마치 우리보다 먼저 농성을 시작한 존재처럼, 자갈밭 위에서 조용히 생명을 품고 있었습니다. 흰목물떼새는 그렇게, 강을 지키는 싸움과 생명의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습니다.

흰목물떼새는 일부 텃새 성향을 가진 여름철새로 강가의 자갈밭이나 자연하천의 개방된 공간에서 번식합니다. 자갈밭 위에 직접 알을 낳기 때문에 수문 개방 여부나 서식지 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인간의 간섭과 하천 개발로 서식지가 급감해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조류입니다.

특히 이 새는 천적이 접근하면 울음으로 주의를 끌고, 몸소 위험을 무릅써 둥지에서 멀어지는 '의태 행동'을 통해 새끼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내주는 어미새의 헌신은 우리의 싸움과도 닮아 있습니다.

 지난해 번식했던 흰목물떼새의 모습
지난해 번식했던 흰목물떼새의 모습 ⓒ 김병기

올해 우리는 새로운 생태적 특징도 확인했습니다. 흰목물떼새는 천적의 판단을 흐리기 위해 매일매일 가짜 둥지를 만들어냅니다. 농성장 주변 자갈밭에는 수십여 개의 가짜 둥지가 발견됐습니다. 또한 밤에 훨씬 더 활발히 먹이 활동을 하는 습성도 확인됐습니다. 그 덕에 우리는 매일 밤 농성장에서 흰목물떼새의 사냥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어미새는 밤이면 가짜 둥지를 만들고, 천적을 유인하며 온몸으로 새끼들을 지켜냈습니다. 그 결과, 이 작은 강변에 새끼 3마리의 생명이 무사히 자라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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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일은 세종보 수문이 닫혀 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강이 흐르지 않았다면, 흰목물떼새는 오지도, 머물지도, 생명을 잇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이 생명의 회복은 강이 흐르기 시작한 덕분이며, 그 흐름을 400일 넘게 지켜낸 우리의 농성의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는 분명히 말합니다. 흰목물떼새의 삶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강은 흐를 때 살아나고, 생명은 흐름 위에 깃듭니다.

세종보는 이제 철거돼야 합니다. 이미 생명이 돌아오는 강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세종보 해체는 선택이 아니라, 되살아난 생명을 위한 당연한 책무입니다. 흰목물떼새는 다시 알을 품었고, 우리는 다시 강을 품습니다.

이 싸움은 생명의 편에 설 것인가, 죽음의 둑을 지킬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공론화와 정치적 수사에 휘둘릴 때가 아닙니다. 실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흰목물떼새 3대를 지켜낸 것처럼, 우리는 강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

#흰목물떼새#이소#새끼#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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