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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가자 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식사 배급소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 2025.6.4.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은 6월 4일 배급소 근처에서 발생한 총격 사망 사건으로 유엔이 비난하자 해당 시설의 임시 폐쇄를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가자 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식사 배급소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 2025.6.4.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은 6월 4일 배급소 근처에서 발생한 총격 사망 사건으로 유엔이 비난하자 해당 시설의 임시 폐쇄를 발표했다. ⓒ AFP=연합뉴스

6월 10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남부에 있는 넷자림 회랑(Netzarim Corridor) 인근에서 구호 식량을 받으려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총을 쏴 약 20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정부 미디어 사무소(Media Office)가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12세의 어린이도 포함돼 있었고 부상자는 200명이 넘었다. 이들은 모두 가자 인도주의 재단(Gaza Humanitarian Foundation, GHF)이 운영하는 배급소에서 식량을 받으려던 주민들이었다.

미디어 사무소는 GHF가 구호 활동을 시작한 5월 27일 이래 150명 이상의 가자지구 주민이 배급지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살해됐고 약 15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디어 사무소는 GHF가 구호 활동으로 가장해 "매복 살인"에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배급소 살인, 시간 갈수록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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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하고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구호 활동 단체다. GHF가 배급을 시작한 5월 27일부터 구호식량을 받으려던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5월 27일 GHF 배급소 인근에 구호 식량을 받으러 수천 명이 몰려들자 이스라엘군은 이들에게 발포했다. 현장에 있었던 AP 통신 기자는 이스라엘군의 탱크와 총 소리를 들었고 헬기 사격도 보았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주민은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배급소로 움직이려는 순간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이 발포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굶는 아이들을 위해 식품을 구하러 갔던 남편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남편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며 목숨을 걸고 구호 식량을 받으러 갔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세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다.

GHF 배급소 인근에서의 사상자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6월 1일에 GHF의 배급을 받으려던 주민 31명이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됐고 2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CNN에 "우리는 배급소 안이나 인근에 있는 주민들에게 발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이스라엘군 소식통은 CNN에 배급소를 열기 전 1킬로미터쯤 거리에 있는 주민들에게 발포했음을 인정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 지구 중부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구호품 배급 센터에서 돌아오고 있는 모습. GHF는 가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국이 지원하는 민간 구호 단체다. 유엔과 주요 구호 단체들은 GHF가 이스라엘의 군사 목적을 충족시키도록 설계되었다고 우려하며 GHF와의 협력을 거부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 지구 중부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구호품 배급 센터에서 돌아오고 있는 모습. GHF는 가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국이 지원하는 민간 구호 단체다. 유엔과 주요 구호 단체들은 GHF가 이스라엘의 군사 목적을 충족시키도록 설계되었다고 우려하며 GHF와의 협력을 거부했다. ⓒ AFP=연합뉴스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들은 이스라엘군이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발포했다고 증언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주민은 CNN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걸 보았고 자신은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증언했다. 알자지라, CNN, 로이터 등 여러 언론은 가자지구 보건당국과 병원 의사들의 증언을 인용해 병원에 실려 온 부상자와 사망자 중 다수가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구호품 배급소나 인근에서 주민을 겨냥해 총을 쏘지 않았고 다만 갑자기 주민들이 몰려들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허공에 총을 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러 언론의 보도대로 다수의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몰려드는 주민들을 겨냥해 총을 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GHF의 배급소 인근에서 구호 식량을 받으려던 주민들이 계속 살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초 이스라엘군의 발포가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호 식량을 받으려는 주민을 직접 겨냥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가자지구에서는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건 이스라엘이 이 상황을 의도했다는 것

굶어 죽지 않기 위해 그리고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상황은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2일 가자지구에 대한 식량, 의약품, 연료 공급을 완전히 차단했다. 1단계 휴전이 끝나는 3월 18일 이전에 이뤄진 조치였다. 구호품 반입 차단과 휴전 종료로 가자지구는 다시 지옥으로 변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매일 수십 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의 봉쇄로 식량난은 극한 상황에 도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구호품 반입 차단이 하마스에 압력을 주기 위한 전술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가자지구 보건국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몇 주 동안 52명이 사망했고 그중 50명이 어린이였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가자지구 식량난이 악화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높아졌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5월 19일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을 다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완전 봉쇄 후 11주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 후 며칠 동안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품 트럭은 하루 10대 미만이었다. 구호단체들이 주장하는 하루 500대 이상의 구호품 트럭 숫자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유엔은 이는 바닷물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며 구호품 반입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반입 확대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군의 통제하에 직접 구호식량을 배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GHF의 배급이 시작됐다.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도주의 재난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마하고 구호품이 하마스 대원들에게 가는 것을 막겠다며 운영을 시작한 구호단체다. 그러나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들은 GHF가 인도주의 지원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배급을 받으려는 주민에 대한 총격과 대규모 사망 및 부상은 이런 비난이 근거가 없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GHF는 가자지구 전체에 4곳의 배급소를 설치했다. 그것도 가자지구 북부는 제외하고 중부와 남부에 설치했다. 이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배급을 받기 위해 많은 주민이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했다. 도착한 후에도 신분 확인을 위해 뙤약볕에서 길게 줄을 서 몇 시간을 기다리거나 사람이 너무 많아 결국은 허탕을 치기도 했다. 이는 유엔이 주도하는 구호품 배급소가 가자지구 전체에 400곳이 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가자 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식사 배급소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 2025.6.4.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은 6월 4일 배급소 근처에서 발생한 총격 사망 사건으로 유엔이 비난하자 해당 시설의 임시 폐쇄를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가자 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식사 배급소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 2025.6.4.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은 6월 4일 배급소 근처에서 발생한 총격 사망 사건으로 유엔이 비난하자 해당 시설의 임시 폐쇄를 발표했다. ⓒ AFP=연합뉴스

<알자지라>에 의하면 GHF는 첫날 8천 박스의 구호 식량을 배급했는데 이는 총 46만 2천 끼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그러나 이는 200만 명이 넘는 가자지구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기도 했다. <알자지라>가 공개한 영상에 의하면 박스 안에는 밀가루 세 봉지, 스파게티면 세 봉지, 콩 통조림, 비스킷이 들어있었다. 많지 않은 식품이 들어있는 이 상자를 받기 위해 주민들은 서로 경쟁하고 싸워야 했고 목숨까지 내놓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아수라장을 겪고도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던 사람들은 <알자지라>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스카프로 얼굴을 가렸다는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건 구호식량 구하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GHF의 이런 배급 방식이 인도주의와 구호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가자지구 전체에 4곳의 배급소만 설치한 것은 공평한 구호품 배급의 원칙을 어긴 것이고 주민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건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GHF가 이스라엘군의 통제 하에 있고 식량을 무기화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이스라엘이 인도주의와 구호 활동을 정치화, 무기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식량난은 식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봉쇄로 구호품 반입이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에 의하면 가자지구 주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굶주림에 처해 있고 주민 93%가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다른 한편 주민들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매일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GHF를 제외한 다른 구호단체들의 구호품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굶어 죽거나 폭격으로 죽거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가자지구식량난#가자지구GHF#이스라엘식량무기화#가자지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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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 박사,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평화연구자와 갈등해결 전문가로 활동, 저서는 <공격 사회>, <평화학>, <갈등해결 수업>, <평화의 눈으로 본 세계의 무력 분쟁>, <10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갈등은 기회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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