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책임감을 갖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강조한 건 국정안정을 위한 여야의 책임 있는 자세였다. 우 의장은 국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우선 과제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민생 회복을 꼽으면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개헌 논의와 같은 첨예한 현안에는 여야 협의와 국회 차원의 논의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참여자가 50만명을 넘어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의원직 제명 요구 국민청원과 관련해 우 의장은 국민청원을 심사할 국회윤리특위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형소법 개정안 두고 "새 원내대표 협의로 의견 모으도록"

▲우원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우 의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협치가 말처럼 쉽지 않다"라며 "여야가 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여당은 정부의 막강한 행정력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가고 야당은 정부 견제라는 국민적 명분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 드러난 민심을 토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책임감을 갖고 이번 국회에 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오는 12일 본회의를 여당에서 미룬 것은 그런 의지의 반영이 아닌가"라며 "앞으로 새로운 여야 원내대표가 뽑힐 텐데 국회의장으로서 새로운 정부가 안정적으로 출발하고 국민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제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안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추경 편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우 의장은 "추경이 매우 시급하다"라며 "추경이 서민들의 삶을 움직일 수 있는 마중물이라도 넣을 수 있도록 역할해야 한다. 국회도 그렇고 정부에서도 준비하고 있는데 우선 추경을 통해 서민 경제가 움직일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내년 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 충분히 검토하는 개혁 과제가 우리에게 있다"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다만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정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선 "국회의장이 각 법안에 찬성한다거나 찬성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새로운 원내대표가 뽑히면 협의를 통해 의견들을 모아가는 게 좋다"라고 답했다. 헌법 제84조 해석을 두고는 "입법조사처에서도 확인해 봤는데 내란과 외환의 사유가 아니면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범위에) 재판까지 포함하는 게 헌법학계 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도 "국정이 안정돼야 한다"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도 우 의장은 "인수위 없는 여대야소 새 정부 출발이라는 처음 겪는 상황에서 시기를 정하기보단 국민적 요구를 잘 수렴하고 그 속에서 사회의 큰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확고하고 분명하다"라면서도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부가 안정되는 일이다. (…)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지방분권과 권력구조 개편 등을 다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논의를 충분히 해나가야 하는데 국회가 논의를 수렴하고 대통령도 이 문제에 집중하려면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한 제명 청원 참여자가 50만 명을 넘은 상황과 관련해선 "국회의원이 잘못하면 징계하고 잘못에 대한 판단도 해야 할 텐데 윤리특위를 못 만들었다"라며 "제일 답답했던 것이고 국회의장으로서도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윤리특위 구성) 문제를 다루겠다"라며 "아주 강하게 합의를 요청할 것이고 합의가 잘 안 되면 제가 중재를 서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보겠다"라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민생 지킨 국회의장 평가받고파"

▲우원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에 앞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충현씨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서도 국회와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우 의장은 "국회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참담한 일"이라며 "태안화력 사업장은 7년 전 김용균 청년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만드는 계기가 됐던 사업장이다. 그때 2인 1조 원칙을 분명하게 세웠는데 (이번 사고에)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가 난 지 7일째 되는 날에도 노동부와 사업장 책임자가 아직 원인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게 너무나 한심한 일"이라며 "아직 정부에 이 일을 책임지는 단위가 있지 않다. 국회 관련 상임위와 관심 있는 의원들과 이 문제를 대처해 나가겠지만 실무적으로 돌아가는 정부 단위와 함께 해법을 찾아나가는 데 관심을 갖고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남은 임기 1년 동안 "국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제도, 비상시 본회의 원격회의 도입, 상임위 배분 방식, 교섭단체 요건 완화, 국회 경호·경비 체계 개선, 국회 예산통제권 강화 등 과제들이 굉장히 많다. 이번 22대 국회에 할 수 있는 건 적용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해 하기 어려운 건 23대 국회로 넘기되 이번 1년 동안 하자는 생각으로 국회 개혁특위를 아주 세게 작동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남은 임기 동안 개인적인 각오나 바람이 있다면 현장 속에서 민주주의와 민생을 지킨 국회의장으로 평가받고 싶다"라며 "여의도 담장 안이 아니라 국민들 속에 있는 국회로 진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