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추모문화제가 6일 오후 3시 서울역 12번 출구 앞에서 진행됐다. 민중가수 지민주씨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 받지 않게"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추모문화제가 6일 오후 3시 서울역 12번 출구 앞에서 진행됐다. 민중가수 지민주씨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 받지 않게"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소중한

[기사 수정 : 6월 11일 오후 4시 9분]

나홀로 근무하다가 '끼임 사고'로 숨진 고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들이 최근 발전소 현장에서 산재 사고를 은폐하려는 회사 측의 태도를 잇따라 증언하고 있다. 그중 한 노동자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산재 치료 과정을 공개했다.

고 김충현 대책위는 11일 "한전KPS의 재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 A씨는 작업 중 오른손에 2도 화상을 입었지만 산재 처리를 하지 못했다. 회사 관리자로부터 '회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화상 입고도 산재 안 돼... 회사는 원론적인 답변만

 고온·고압의 스팀을 배관에 주입하다 2도 화상을 입은 재해자의 오른손 모습
고온·고압의 스팀을 배관에 주입하다 2도 화상을 입은 재해자의 오른손 모습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제공)

A씨는 올해 1월 태안화력 발전소 외곽 CS탱크의 충수 배관을 녹이라는 작업 지시를 받고, 동료와 함께 고온·고압의 스팀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었다.

AD
당시 A씨는 동료와 함께 약 한 시간 동안 호스를 배관에 연결한 후 고온·고압의 스팀을 주입했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배관이 얼었던 것이 아니라 밸브가 열리지 않아 얼어 있는 것으로 오인한 상황이었다. 빈 배관에 고온의 물이 가득 차자, 배관과 호스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물이 A씨의 손에 튀었다.

사고 당시 A씨는 목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뜨거운 물이 손에 튀어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현장에는 한전KPS와 한국서부발전의 감독자들이 각각 1명씩 있었지만, 원청과 하청 관리자들이 사고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했음에도, 사고 당일과 병원 방문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에는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산재 처리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치료비도 A씨가 직접 병원비를 결제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업체에서 비용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지급됐다.

 A씨가 개인 카드로 병원에서 치료비를 결재한 내역
A씨가 개인 카드로 병원에서 치료비를 결재한 내역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제공)

 사고 당시 A씨가 속해있던 한전KPS의 재하청 업체 ㈜에이치케이씨에서 A씨의 계좌로 치료비를 송금한 내역. 합산해보니 총 지출한 치료비 금액에서 16,000원 부족한 금액이 지급되었다.
사고 당시 A씨가 속해있던 한전KPS의 재하청 업체 ㈜에이치케이씨에서 A씨의 계좌로 치료비를 송금한 내역. 합산해보니 총 지출한 치료비 금액에서 16,000원 부족한 금액이 지급되었다.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A씨의 화상 소식을 알게 된 한 정규직 노동자가 한국파워O&M 관리자에게 산재 관련 문의를 한 뒤에야 회사에서 산재 처리 여부를 물어왔다.

그러나 회사 관리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공상처리가 낫다"며 산재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회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산재 처리를 하지 말 것을 암묵적으로 요청했다. 결국 A씨는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고 초기부터 회사 측은 영수증 제출을 지시하며 산재 처리 없이 넘어가려 했고, 외부에 알려지자 형식적으로 재해자의 의견만 물었을 뿐 공상 처리로 유도해 산재 처리를 하지 않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태안화력 하청 업체 협력 병원인 태안의 한 병원에는 발전소에서 다친 노동자들이 수시로 치료받거나 입원 중이라는 사실이 수년째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대부분 발전소에서 다친 근로자가 개인 비용을 결제하고 영수증을 챙겨 회사에 제출해 비용 처리를 받는 것이 관례"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전KPS 관계자는 "1월 발생한 사고를 포함한 산재 사고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며 "현장 사고 매뉴얼도 본사 차원에서 적용되고 있고, 총체적인 점검을 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또한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김충현대책위#산재은폐#위험의외주화#한전KP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