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백수린 작가의 오래된 작품까지 찾아 읽게 된 이유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도, 드라마틱한 반전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읽게 된다.
소설책 <여름의 빌라>는 단편소설 8편이 묶여있는 책이다(2020년 7월 출간). 지난번 읽었던 장편 소설 <눈부신 안부>는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먹고 난 뒤에 읽기 시작해서 새벽 시간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이틀 만에 완독했다.
며칠 전 완독을 마친 <여름의 빌라>는 단편 8편을 하루에 한 편씩 나눠 읽으면서, 각 편이 주는 여운을 잘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여름의 빌라백수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 ⓒ td00
여운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던 시간들. 그러다 소설보다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쓴 수필을 더 선호하는 내가, 왜 백수린 작가의 소설은 옛날 작품까지 찾아가며 읽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판타지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백수린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책을 읽다 보면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에 절로 감정이입하게 되고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에 위로 받고 자주 감동하게 된다. 아마도 이런 이유가, 수필을 더 선호하는 내가 백수린 작가의 소설만큼은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의 빌라 - 흑설탕 캔디소설책 여름의 빌라 중 흑설탕 캔디 내용의 일부 ⓒ td00
나아가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어려움과 슬픔 속에서 힘든 시간들을 지나온 여리고 약해 보이지만 내면이 강한 인물들인 것도 마음에 든다.
몇 년 전 힘든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나 역시도 억지로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나'와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어렵게 인정하고 받아들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백수린 작가만의 여리지만 강한 인물 설정이 더 마음에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백 작가의 소설이나 다른 작품의 추천사, 독자들의 리뷰를 보면 작가의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와 섬세한 표현과는 대조적으로 백수린 작가만의 강인함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같은 이유로 나는 소설책 <여름의 빌라>와 백수린 작가의 다른 소설책들도 추천하고 싶다.
소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우리의 인생과 우리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백수린 작가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문학의 아름다움을 한 번쯤 꼭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건 함께 나누면 배가 되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