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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노점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이래 저래 떠돌다가 잠시 내려놓은 지친 일상 속 국수 한 그릇은 자신에 대한 안부이자 당부였다. ⓒ 정남준
부산 남항 바닷바람이 휘도는 자갈치 시장, 생선 비린내와 여기저기 들리는 흥정 소리가 뒤섞인 골목 어귀. 투박한 손으로 생선을 다듬던 노점상 할머니가 잠시 일을 멈추고, 생선 나무상자를 실은 작은 리어커 옆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털썩 앉는다. 이미 꼬들꼬들 엉켜붙은 냉국수 한 그릇이 앞에 놓여 있다.
두 손으로 잡은 멸치국수 사발의 국물을 허겁지겁 입에 들이킨다. 속이 탄 가슴을 시원하게 내려주는 국수 국물에 피곤이 스르르 녹아든다. 오가는 사람들과 상인들의 고함소리 속에서도 할머니의 짧은 식사는 잠시의 휴식이자, 지친 일상 속에서 자신에게 보내는 잔잔한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