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당일 고 김충현 노동자가 작성한 TBM일지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제공)
나홀로 근무하다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태안화력 발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씨의 사고 배경을 두고 하청업체 한전KPS이 "작업오더(지시)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며 책임을 회피해 논란이 된 가운데, 작업 지시가 있었던 정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다. 해당 문서에는 고 김충현씨의 서명과 함께 작업 내용과 한전KPS 관계자의 서명도 담겼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10일 한전KPS 측의 해명을 뒤집는 문서를 공개했다. '6월 2일 작업전 안전회의(TBM) 일지'가 바로 그것.
고 김충현씨가 작업책임자로 기재돼 있는 이 문서에 따르면, 회의는 6월 2일 오전 8시 30분부터 10분간 공작실에서 진행됐다. '회사명·부서' 란에는 고 김충현씨 소속 회사·부서인 "한국파워O&M/기계1"이 적시돼 있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문서 우상단 '공사감독'란 속 인물은 한전KPS 측이다.
6월 2일 작업전 안전일지에 '작업내용' 기재
▲한전KPS, 고 김충현 노동자 작업지시 없었다? 안전일지 살펴보니
신문웅/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사고 당일 고 김충현 노동자가 작성한 TBM일지 작업내용 란에는 'CVP Vent Value Handle 제작 (#10)'이라고 적혀 있다"라며 "이것은 고인이 사고 당시 제작하던 공작물이 태안화력 10호기의 발전설비 제어 장비의 밸브를 여닫는 핸들(손잡이) 부품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한전KPS 측은 작업일지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CCTV 영상을 보면 고인이 회전체 감김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 원칙대로 장갑을 벗고 작업에 임하는 모습이 담겨있다"라며 "그전 작업을 준비할 때는 장갑을 끼고 있다가 선반 가동 직전 장갑을 벗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절차를 지켜 일했는데도 회전체가 작동되는 순간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한전KPS, 국회의장에게 "무슨 공작물인지 파악 못 해"... 허위보고 의심

▲고 김충현 노동자는 작업지시를 받고 태안화력 10호기 밸브를 돌리는 공구물을 만든 것으로 작업일지상 확인된다.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제공)
이 문서가 중요한 이유는 한전KPS와 고용노동부 대전지청이 지난 8일 현장을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허위 보고를 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8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전KPS 태안사업처장과 고용노동부 대전지청장에게 사고 경위 등을 따져 물었다.
당시 한전KPS 태안사업처장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작업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정확히 무슨 공작물인지는 파악 못 했다"라며 "그 부분은 경찰에서 조사 중에 있으니까 정확하게 조사를...(기다리고 있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2인, 3인이 감시한다고 하면 그런 사고는 안 났겠지만 워낙에 정밀작업이고 선반작업이 특수하다보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고발생 초기부터 한전KPS가 견지해왔던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대전지청장도 "아직까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그래서 그렇지 공구 제작하는 과정에서 옷이 들어가서 그런데 저희도 잘 이해가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망사고 7일 됐는데 아직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질타한 이유
고 김충현 대책위
두 사람의 발언을 요약하면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는 상태'라는 뜻이다. 하지만 10일 공개된 문서와 8일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한전KPS가 고 김충현씨의 작업일지를 파악했음에도 국회의장에게는 '사고가 났는데 (고 김충현씨가 작업한 공작물이) 정확히 무슨 공작물인지는 파악 못 했다'고 허위 보고한 것으로 의심된다. 또한 고용노동부 대전지청도 CCTV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큰데 "잘 이해가 안 된다" 등의 보고를 국회의장에게 한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이같은 인식을 가진 고용노동부와 한전KPS가 과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9일 고용노동부와 충남경찰청은 각각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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