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김병기·서영교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2기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김병기(왼쪽)·서영교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 앞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하지 마세요. 하지 마시라고요"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김병기 의원이 취재진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김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합동토론회가 끝난 후 기자들로부터 아들의 취업 청탁 의혹 관련 질문을 받고 유난히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MBC는 김 의원의 부인인 이 아무개씨가 2016년 7월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전화해 아들의 국정원 취업을 청탁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이씨가 아들의 국정원 취업 실패를 언급하자 이 전 실장이 "올해 안에 처리할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한 번만 더 믿고 기다려달라, 책임지고 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김 의원 아들의 국정원 취업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한겨레>는 김 의원이 2016년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가 된 후, 아들의 국정원 탈락 이유를 국정원에 집중 추궁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이 "모든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아들 취업 청탁' 의혹 MBC 보도에 수사 의뢰 예고한 김병기
이날 MBC 보도에 대해 김 의원은 "말 같지 않은 소리"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7년 전 해명과 다른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고 질문하자 "국가정보원에서 2018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그것(아들 채용 절차)이 문제가 없다고 공식 해명했고 서너 차례 걸쳐서 내부 감찰과 감사를 진행했다"며 "감사원 역시 정식 감사를 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김 의원은 "두 기관에 (사실 관계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그 일(채용 탈락)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처음부터 (취재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 신원조회까지 다 통과됐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신원조회에서 떨어져 탈락될 수 있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아들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일 분노하는 건 어떻게 기자님들이 피해자 입장에서 보도하지 않고 자극적인 보도를, 내용도 있지 않은 하나를 갖고 왜곡을 해 보도를 하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통화 녹취는 사실이지만 청탁이 아니라는 말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게 어떻게 청탁이 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녹취록 보도에 대해 '수사 의뢰'를 예고했다. 김 의원은 "공소시효가 지났을 수 있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며 "그동안 후배들이 다칠까 봐, 또 사실 그걸(채용) 주도했던 사람은 다 퇴직해 (현재 있는) 직원들만 다치는 걸 원하지도 않아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원내대표가 되든 안 되든, 당락과 관계없이 이 문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김 의원은 격앙된 어조로 "하지 마시라"는 말을 여러 차례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