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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10 15:20최종 업데이트 25.06.10 15:20

자유를 꿈꾸는 몸짓, 플라멩코 무용수 알마

덕업일치는 꿈꾸는 알마

알마(Alma, 영혼)의 인생 목표는 딱 한가지다. '덕업일치' 자신이 좋아하는 '플라멩코'를 추며 그것을 나만의 업으로 삼고 싶다. 플라멩코를 출 때 가장 자유로워진다는 그녀, 알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를 찾아 떠나는’ 몸짓,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 알마 ‘나를 찾아 떠나는’ 몸짓,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 알마
‘나를 찾아 떠나는’ 몸짓,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 알마‘나를 찾아 떠나는’ 몸짓,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 알마 ⓒ 박보현

지난 7일 저녁 경남 진주 칠암동에 위치한 스테이지 우산에서 그동안 '옴팡'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이뤄 공연을 해 오던 알마가 단독으로 플라멩코 춤과 노래 공연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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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는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려줄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플라멩코는 스페인의 집시들이 유랑의 삶을 춤으로 승화시킨 예술이다. 격렬하게 발을 구르며 소리를 내고 손끝에는 감정이 실려 그 애잔함을 더한다.

플라멩코를 출 결심

그녀의 첫 무대는 연극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 <캣츠>에 반해 연극반에 들어갔고, 연극 지도 선생님의 눈에 띄어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에 입단했다. 이후 서울의 '수레 극단'까지, 숱한 무대를 오르내리며 '배우'로서의 행보를 이어 나갔다.

"그땐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좋았어요. 연극이 제 운명이라 믿었죠. 플라멩코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배우로서 특기를 하나쯤은 갖고 싶어서였죠."

그녀는 '연극배우'로서의 삶을 운명처럼 여겼지만, 어느 날부터 '무대'에 오르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3년 <돈키호테> 연극을 준비하며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작품의 배경지였던 돈키호테 마을을 돌며, 현지 플라멩코 아카데미를 알게 돼 하루 10시간 이상 춤을 연습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가슴 벅차게 밀려오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춤을 출 때면 제 감정이 자유롭게 흘러요. 연극에서는 정해진 배역을 연기해야 한다면 플라멩코를 출 때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쏟아져 나온다고 할까요? 영혼마저 자유로워지는 느낌,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싶었죠."

낯선 장르, 플라멩코

그녀는 극단을 떠나 플라멩코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길이었다. 플라멩코는 한국에서 아직 낯선 장르였고,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다시 스페인 유학길에 2년 정도 올랐다.

"플라멩코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지 몸짓이나 동작에 국한되지 않고, 그들의 노래나 문화를 이해해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음악도 공부하기 시작했죠. 중간에 체류 비용이 없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을 모아가면서 악착같이 배우려고 했어요. 정말 밥 먹는 것 말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플라멩코'에만 전념했던 것 같아요. 이제 정말 '플라멩코'없는 삶은 상상이 안 될 정도예요."

새로운 결로 무대를 채운 알마의 무대

그녀는 플라멩코를 우리 문화에 맞게 변형시키고 싶다고 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두고 연극배우와 플라멩코 무용수, 두 자아가 한 무대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제가 플라멩코를 추면서 거창한 성공이나 돈을 벌 수 없다고 해도 제 인생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관객 앞에 선 그녀는 단단한 구두 대신 맨발로 춤을 추기도 했다. 플라멩코의 강렬한 리듬 속에서도, 그녀는 편안함을 잃지 않았다. 격정을 쏟아내는 대신, 조용한 울림으로 무대를 채운 알마. 그의 춤은 맨발에서 시작해, 관객의 심장 끝까지 닿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높은 음역을 가졌지만, 묘하게 사람을 안정시키는 매력을 지녔다. 무대 위에서 그는 춤추는 몸으로, 말 없는 언어를 전했다. 화려함보다는 단단한 진심이 느껴졌고, 강렬함보다는 오래 여운이 남았다.

플라멩코라 하면 떠오르던 고정된 이미지에서 한걸음 비켜선 그녀의 무대는, 그래서 더 깊었다. 춤과 음악, 말과 침묵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그녀는 '자기만의 플라멩코'를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알마의 다음 무대가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플라멩코#스테이지우산#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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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현 (qhathsu) 내방

내 곁을 스치는 소소한 기쁨과 태연한 슬픔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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