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만세운동의 주역은 조선공산당과 항일혁명가이다. 일제는 만세운동의 확산을 저지하려고 이를 축소·은폐했고, 그 왜곡된 역사 기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빛의 혁명에 의한 국민적 열망으로 새 정부가 탄생했다. 6.10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내년을 앞두고 있기에 새 정부는 그간의 반역사적 왜곡을 바로잡아서 재정립해야 한다."

▲황선건 6.10만세운동유족회 회장. ⓒ 권우성
황선건 6.10만세운동유족회 회장은 일제에 의해 '죽은 역사'로 묻혔고, 해방 이후에도 친일 잔재 세력에 의해 그 의미가 축소된 만세운동의 복원을 거듭 강조했다. 황 회장은 지난 2022년 김단야, 권오설, 권오상, 박래원 등의 후손이 참여하여 설립된 유족회를 이끌고 지난 3년 동안 6.10만세운동의 죽은 역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왔다.
6.10만세운동은 사회주의 계열인 조선공산당과 민족주의 계열인 천도교가 소위 '자치론'을 거부하고 '비타협적 항일' 정신으로 추진한 운동이다. 이 정신을 이어받아 1년 후인 1927년에 민족협동전선 신간회가 결성되고, 1929년에 전 민족적인 학생독립운동이 광주로부터 시작됐다.
황 회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6.10만세운동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등재 신청을 추진하고 있고, 미서훈 독립운동가의 일괄 서훈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독립훈장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가보훈부에 김단야 등 독립운동가의 유해봉환 조치를 촉구하고, 내년 100주년을 맞아 전국민이 참여하는 역사바로세우기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6.10만세운동에 대한 일제의 왜곡"

▲황선건 6.10만세운동유족회 회장. ⓒ 권우성
- 99주년 행사 때 '역사선언'을 준비하고 있는데, 배경은?
"일제는 만세운동의 확산을 저지하려고 6.10만세운동을 축소·왜곡했다. 조선공산당과 천도교 주동자에게는 6월 사건(조선공산당2차사건)으로 치안유지법을 적용해 중형을 언도했는데, 살인적 고문으로 권오설, 권오상은 옥사 순국했다. 일제는 또 6.10만세운동의 실제적 주체이며 실행주체인 6.10특별투쟁위원회(조선공산당)를 6월 사건으로 별건수사하고 학생계 11명만 6.10만세사건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학생계조차 11명 중 6명이 조선학생과학연구회(고려공산청년회의 학생조직) 회원이었기에 조선공산당 고려공산청년회가 6.10만세운동의 중심주체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일제는 의도적으로 6.10만세운동을 일개 학생이 일으킨 사건으로 취급했다."
- 6.10만세운동유족회는 언제 결성됐나?
"김단야, 권오설, 권오상, 박래원 등의 후손이 참여해서 2022년에 설립했다. 역사왜곡으로 인한 6.10만세운동의 주체인데, 이념의 잣대로 핍박받은 분들이다. 항일혁명 조선공산당을 택하여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 유족회는 지난 3년간 어떤 활동을 해왔나?
"강제징용 관련 시위현장, 후쿠시마 해양오염 규탄 현장, 제3자 변상 규탄집회, 국가보안법철폐 집회, 안동 독립기념관장 한희원 임명 철회 집회 등 역사 현장에 참여했다. 제가 역사단체 설립의 산파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죽은 역사를 살리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권오설권오상기념사업회, 김단야기념사업회, 역사콘텐츠위원회, 스탈린정치학살 독립운동가유해봉환추진위원회 등을 조직하고 지난해 12월 11일에는 '죽은 역사'의 주역 이관술, 이재유, 김단야, 권오설 등의 기념단체 연합체인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을 출범시켰다.
또 지난 3월에는 6.10만세운동 주체의 한 축인 천도교와 함께 100주년 준비하는 100주년기념사업공동준비의 취지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9년에 맞이하는 광주학생독립운동 100주년도 광주 관련 단체와 연대해서 이른 바 '6.10만세운동·광주학생운동100주년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제99주기 6.10독립만세운동 기념식’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천도교중앙총부와 6.10독립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내년 100주년 맞아 세계기록유산 등재, 독립훈장제 추진"
- 6.10만세운동의 실체는 일제 등에 의해 어떻게 왜곡돼 왔나?
"학생이 중심이 된 독립운동으로 왜곡해왔는데, 6.10만세운동의 운동주체는 크게 3계열이다. 조선공산당계, 천도교계, 학생계이다. 이 운동의 중심에 조선공산당, 고려공산청년회가 있었다. 천도교의 중심인물인 박래원과 학생계 11명 중 6명이 조선학생과학연구회(고려공산청년회 학생조직) 회원이었기에 사실상 조선공산당이 운동의 중심이었다."
- 내년이 100주년인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6.10만세운동·광주학생독립운동100주년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은 황석영(작가), 권영길(전 민주노총초대위원장),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윤경로(근현대사기념관장), 박인준(천도교 교령)이 맡아 주셨다. 광주학생독립운동 100주년과 함께 100주년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이유는 1926년 6.10만세운동, 1927년 신간회, 1929년 광주학생운동이 사실상 그 내용과 맥락이 이어지는 독립운동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항일혁명가와 좌우가 통합된 정신이 있었다."
- 6.10만세운동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것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 한국위원회의 제안으로 '6.10만세운동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준식-전독립기념관장)를 구성했다. 6차례의 심도 있는 회의를 거쳐 재판기록 등을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 독립훈장제를 추진하는 까닭은?
"건국훈장 명칭의 서훈 제도로는 미서훈 독립운동가의 서훈을 해결할 수 없다. 이념과 정권의 입맛에 의한 잣대와 국가보훈부 중심으로 세운 임의적 잣대가 서훈의 기준이 돼왔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의 서훈을 받으려면 그 후손이 입증하는 것은 부당하다. 국가가 독립운동가의 서훈에 관련한 요건을 준비해야 한다. 독립투사의 후손이 국가보훈부에 사정하며 매달리는 작금의 상황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 조선총독부자료상 독립운동 관련 기소와 형 확정, 수감 현황 등 객관적으로 입증된 약 4만명에 대하여는 조건 없이 서훈해야 한다. 또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사상범 투옥자 통계를 확인하면 총 5만 4662명에 달하는데, 통계가 없는 1920년과 1944년, 1945년 등을 추정하고, 여기에 퇴학자의 수를 합하면 서훈해야 할 독립유공자는 7만 명을 웃돌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025년 지금까지 국가보훈부가 서훈을 인정한 독립유공자는 2만 명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옥고를 치른 독립유공자가 전원 서훈을 받기까지 200년이 걸린다."
- 그간의 독립운동가 서훈에 어떤 난점이 있었나?
"가령 독립유공자의 서훈을 신청하면 친일 행적을 이유로 들어 거부한 경우가 있다. 광주 3.1운동의 주역 김범수 선생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정해두·이기홍 선생의 경우 친일 행적을 이유로 들어 서훈을 거부했다. 다시 자료를 보완하여 독립유공자 서훈을 신청했는데, 국가보훈부는 '해방 후 행적'이 불명하다는 이유로 서훈을 거부했다. '독립훈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마을훈장도 있고, 체육훈장도 있는데, 독립훈장이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독립훈장을 신설해야 한다."
"김단야 등 독립운동가 유해 봉환해야"

▲황선건 6.10만세운동유족회 회장. ⓒ 권우성
- 김단야 등 독립운동가 유해봉환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1930년대 스탈린은 김단야 등 독립운동가들을 밀정이란 누명을 씌워 총살했다. 유해를 봉환하는 책임은 국가보훈부에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유족회 등이 요구한 보훈부장관 면담요구를 거부했고, 심지어 '동일내용 3회 악성 민원'으로 취급했다. 이는 유해봉환의 책임을 회피한 방임으로 볼 수 있다. 보훈부는 지금이라도 관련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듣고 유해봉환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6.10만세운동의 역사적 복권사업을 다양하게 펼칠 예정이다. 또 내년 100주년 기념사업은 전국민이 참여해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다. 6.10만세운동이 진영을 넘어선 독립운동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여 현재 우리사회의 갈등을 통합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또 100주년은 남북한이 함께하는 기념식이 되도록 노력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도록 해서 세계인에게 만세운동의 역사를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근현대사에서 끊어진 조선공산당과 항일혁명의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
한편, 10일 오전 서울 안국동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제99주년 6·10독립만세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6.10만세운동100주년위원회는 '99주년 역사선언'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99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오는 11일 6·10만세운동 99주년 학술대회 '권오설과 그의 시대'(천도교 중앙대교당), 14일 6·10만세운동 99주년 기념 답사 '6·10만세운동, 독립항쟁의 불길 타오르다!', 26일 6·10만세운동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출범식 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