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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고, 과거 소방관으로 일했던 나는 며칠 전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한 장면에서 눈길이 멈췄다. 제주시 이도동에서 지난 9일 10시 반쯤 도로에서 전동킥보드와 차량이 충돌하여 10대 청소년이 무릎을 다쳤다는 사고 소식이었다.

비슷한 사고가 없나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말문이 막혔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25년 4월 경남 김해 교차로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13살 중학생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 승용차와 충돌,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안타깝게 사망했다.

먼저 간 하늘에 간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같은 부모로서 마음이 먹먹했다. 뉴스를 보고 난 뒤 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내게 멀게만 느껴졌던 일인데 내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뉴스에 '전동킥보드 사고'를 치자 관련 기사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광주에선 한 남성이 개인 전동킥보드를 몰다가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단다. 전주에선 지난달 한 경찰관이 심야에 공유형 킥보드를 타고 가다 연석에 걸려 넘어져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매년 2천 건이 넘게 사고가 발생한단다.

어느새 거리 장악한 전동킥보드들... 헬멧 안 쓰면 벌금 2만 원, 두 명 타면 4만 원

 전동킥보드를 타다 차와 충돌한 13세 중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안타깝게 사망했다.(자료사진)
전동킥보드를 타다 차와 충돌한 13세 중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안타깝게 사망했다.(자료사진) ⓒ yassine_khalfalli on Unsplash

뉴스를 본 날, 저녁을 먹으며 15살 아이에게 전동킥보드를 타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학원 갈 때는 버스를 타는 게 편해서 전동킥보드를 타본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아이의 중학교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고 학원이나 집에 갈 때 전동킥보드를 많이 탄다고 했다.

"그냥 다들 편하게 타는데요?"라는 아이의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했다. 현재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대다수 공유용 전동킥보드는 면허 없이 앱만 깔면 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행법상, 16세 미만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은 불법이다(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정보 자세히 보기).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 전동킥보드 안내 중. (https://www.easylaw.go.kr/)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 전동킥보드 안내 중. (https://www.easylaw.go.kr/) ⓒ 법제처

15세 아이의 말에 담긴 무심함은, 어쩌면 어른들의 방치에서 시작됐던 것은 아닐까?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멈춤, 그리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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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대화를 나눈 다음 날 책을 빌리기 위해 대학교 도서관에 다녀왔다. 대학교 입구에서 어지럽게 세워진 전동킥보드들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학교 정문 입구, 버스 정류장 앞, 네거리 앞 도로상에 전동킥보드는 어느새 거리를 장악한 상태였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대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대학생들은 전동킥보드를 헬멧도 쓰지 않은 채 거침없이 올라타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총알처럼 속도를 내고 내리막을 내달리며 도서관과 식당으로 향했는데, 지켜보는 것마저 아슬아슬했다. 대학생이라도 헬멧을 쓰지 않고 타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이 2만 원이 부과된다.

도로교통법으로 지정된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 장치를 말한다. 전동킥보드 외에도 전동 이륜 평행 차, 전동기의 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가 있다.

전동킥보드 길가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길가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 김애리

최근 전동킥보드로 사고가 자주 발생해 2021년 전동킥보드 운전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법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자에 한해 전동킥보드 탑승이 가능하게 돼 있는데, 만 16세 미만은 면허를 취득할 수 없으니 무면허 운전으로 간주 되어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13세 미만 경우 보호자에 과태료).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 따라 형사 처벌과 민사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빠르고 편리한 수단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법으로 16세 미만은 탈 수 없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길가에 버려진 전동킥보드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헬멧을 쓰지 않았고 한 명도 아닌 비좁은 전동킥보드에 두 명이 타고 가던 학생들 모습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랐다(2인 탑승도 불법이며 위반시 벌금 4만원이다).

학생들이 탈 수 없도록 법적인 제도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전에 대한 인식은 미미해 보였다. 사고는 한순간이다. 내가 다치는 것은 물론 누군가의 가족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자유라는 것은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서울에만 2곳 생긴 '킥보드 없는 거리'...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먼저는 인프라 및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전동킥보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개인형 이동 장치 이용 안전 증진 조례 안이 25년 5월 16일 발의됏다.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를 낮12시부터 23시까지 지정하고, 보행자가 밀집된 지역에서 킥보드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것. 금지 구역 내 위반 때 일반 도로는 3만 원, 어린이 보호 구역 6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 운영을 하루 앞둔 5월15일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 현수막이 걸려 있다.전국 최초인 킥보드 없는 거리는 홍대 레드로드와 반포 학원가에서 운영된다. 통행금지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2025.5.15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 운영을 하루 앞둔 5월15일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 현수막이 걸려 있다.전국 최초인 킥보드 없는 거리는 홍대 레드로드와 반포 학원가에서 운영된다. 통행금지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2025.5.15 ⓒ 연합뉴스

현재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된 곳은 서울시 마포구 홍대 붉은 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 딱 두 곳 뿐이다. 하지만 사고가 자주 발생하니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길 소망해 본다.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을 줄이고 교통사고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교육과 홍보다. 도로교통법 제80조(운전면허)에 따르면 16세 미만은 법적으로 전동 킥 보드 이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모르는 일도 잦거나 또는 알면서도 무시하는 사례도 많은 것 같다.

이를 막으려면 학교와 가정에서 안전 교육 연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미성년 탑승 금지 집중 계도 주간을 운영하고, 경각심을 유발하고, 학생들에게 실제 교통사고 사례를 영상으로 보여주어 신체적, 법적 피해 설명도 상세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전동 킥보드를 타지 않는다는 안전 수칙과 안전 퀴즈 대회도 열어서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셋째는 실천이다. 벌과 규칙은 정해졌다고 해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헬멧 착용, 주행 구간 준수, 연령 제한 등 기본 수칙을 지키려는 생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법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서 생명을 지켜주는 끈이다. 그 끈을 스스로 놓아 버리는 것은 우리가 아닌지 묻고 싶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어쩌면 당신도 나와는 동떨어진 거리의 풍경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풍경이 계속되다보면, 카오스처럼 혼란스러워져 나와 내 가족의 안전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외면한 공백이 결국 타인 삶에서 상처로 겹겹이 쌓일 것이란 걸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전동킥보드사고#교통사고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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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시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미소천사맘입니다. 오늘하루도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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