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 남소연
"한동훈 전 대표와 상의했냐?"
"김문수 전 대선 후보의 의중이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지령을 받는 것 아니냐?"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기자들과 만나 "개혁안을 말씀드렸더니 많은 의원들이 제게 '배후가 누구냐'고 묻는다"라며 당시 자신을 향해 어떤 공격이 쏟아졌는지 공개했다. 전날(9일) 비공개 의원총회서 본인의 임기연장과 5개 혁신안 모두 퇴짜를 맞은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셈이다. 그의 임기는 오는 16일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 일정과 맞물리면서 여전히 '미정'인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8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의 개혁안은 우리 당이 과거에 잘못한 것을 반성하고 앞으로 국민께 신뢰받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그마저도 저의 개인정치를 위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제 임기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치부한다면 당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당무 감사 ▲민심·당심 반영 제도 개선 ▲지방선거 상향식 공천 등 일명 '5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중 전당대회 조기 개최와 당무감사는 대선 패배 책임론과 맞물려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고, 혁신안이 전날 의원총회서 좌초되는 계기가 됐다(관련 기사:
5시간 난상토론 끝에 꺾인 김용태와 혁신안... "당원 투표로 임기연장? NO" https://omn.kr/2e27v).
▲김용태에게 쏟아진 비난 "한동훈과 상의? 이준석 지령이냐"
유성호
친윤계, 후보갈이 당무감사 반발에는 "누구를 징계하려는 조치 아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김 위원장은 "의원들이 제 개혁안의 절차나 임기가 어떻다고 말하시는 건 개혁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고 해석될 것"이라며 "제가 제시한 개혁안을 받을 건지 말 건지에 대해서만 답하면 될 것 같다"며 사실상 자신을 반대한 범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직격했다.
이어 "제가 저 좋자고 이런 개혁안을 낸 것은 아니다. 저도 의원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 저도 사람이고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며 "그런데 어제 의원총회서 독재라느니 (제게) 정말 입에 담을 수 없는 비판까지 (하셨다)"고 토로했다.
더해 "그런 비판까지 담아가면서 제가 개혁안을 말씀드린 건 당을 살려보기 위함"이라며 "민주당이 대한민국 삼권분립을 위협할 수 있어 많은 시민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 당이라도 정신차려서 대안정당 역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게 국민에 대한 정치의 도리인데 국민들께 정말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서 벌어졌던 대선 '후보갈이' 파동에 관한 당무감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제안이 '친윤계 찍어내기'라는 의심을 받는 데 대해 "후보 교체로 많은 당원과 시민들이 놀라셨지 않나. 그날의 진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를 징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에 참패했다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반성하고 개혁할지 총의를 모아야 한다"라며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 해석하는 의원들만 있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질타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작심한 듯 대답하던 김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많은 분들의 함의를 모아가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으로 갈음했다. 반면,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라며 "그 뒤에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거나 (오는 16일) 선출될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임하면서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 옵션은 배제한 뉘앙스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오는 8월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 개최로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지고 있는 데 대해선 "당내민주주의 회복 위한 개혁안이 작동돼야 전당대회가 조금 더 올바르고 건강하게 치러질 수 있다"면서도 "총의가 모이면 8월이든 그 이전에라도 치를 수 있다"고 했다.
김용태 두고 사분오열 국민의힘... "사퇴 vs. 개혁 계속"
일부 당내 인사들은 여론전을 통해 김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계속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김대식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의힘 의원 간 총의가) 결론은 나지 않았는데, 우리가 비대위 전문 정당도 아닌데 비대위만 계속해서 되겠나"라며 "전당대회는 빨리하는 게 좋다. (7~8월 중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중론이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이라는 건 지도부 총사퇴"라면서 "총사퇴하면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순서는) '우리가 부족했구나' 반성하고 나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첫날부터 (김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는 게 맞는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대선 후보 교체 과정에 대한 당무감사 실시를 두고는 "전체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당시 64명이 후보 교체에 대해 찬성했는데 (찬성 명단에) 김용태 비대위원장(당시 비대위원)의 이름이 있었다. 김 비대위원장도 그 책임에서 회피할 수 없다.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다만 "새로운 지도 체제가 구축된 후 총론이 모아지면 (당무감사 건은) 짚고는 넘어가야 한다"며 "당원들이 궁금해하니 충분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송석준 의원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대체로 전당대회를 빨리 치러서 우리 당 지도부와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강한 편이었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지난 대선을 무난하게 치렀다는 평도 받고 있고 혁신성도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어 의원들 의견을 모아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그런 걸(새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는 것)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한계 김소희 의원은 같은 날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비정상적인 경선 과정에서 홀로 반대했고, 대통령과의 절연을 이끌어냈고, 영부인(김건희씨)에 대해 사과도 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메시지를 계속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이) 개혁을 계속해 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의총에서) 전당대회 하지 말자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전당대회를 하면 나올 후보가 뻔할 텐데 계파 문제(를 또 겪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서도 "김 비대위원장과 같은 생각이었다"며 "이걸 매듭짓고 가지 않으면 민주당에 계속 공격당할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일종 의원 역시 이날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두고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충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후보 교체 당무 감사는 "당무감사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김 비대위원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임기는 6월 30일까지다. (그 이후 상황은 그에 맞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