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와 글로벌 반도체·AI 기업 엔비디아(NVDIA)는 지난 5월 20일 대만에서 '엔비디아 인증 교육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3D 디지털트윈 기술을 교육하고 활용하는 교육센터를 원주에 짓기로 한 것이다. 전 세계 시가 총액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원주 산업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해 지역 곳곳엔 환영 현수막이 붙기도 했다.
일각에선 "엔비디아 교육센터 유치가 구체적으로 원주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굳이 엔비디아가 아니더라도 반도체, AI 교육센터는 많은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이들은 "반도체와 AI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 와도 경제 기반이 취약한 원주에선 큰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가 총액 1위 기업과의 협력 의미

▲원주시는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엔비디아(대만)에서 엔비디아(대만), 대만 국립과학기술대학교, 에이수스(ASUS), 리드텍(Leadtek), 아이스테이징(iStaging), 루이뷔통(LOUIS VUITTON ) 등 글로벌 기술 선도기관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원주에 '엔비디아 인증 교육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21일 밝혔다. ⓒ 원주시 제공
하지만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지역경제 성장의 디딤돌 될 가능성이 크다. 원주는 크게 의료기기 산업과 자동차부품 산업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왔다. 지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들 산업은 아직도 전통 방식 그대로의 설계·생산·사후 처리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ERP(전사관리프로세스) 시스템 하나 갖추지 못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일례로 원주에는 144곳의 의료기기 업체(2023년, 원주시 경제지표 조사)가 등록돼 있다. 이중 종업원 10명 미만의 소기업이 전체의 70.1%를 차지한다. 생산직 비율은 47.2%로 절반에 가깝고 연구개발 인력은 15.4%에 불과하다. 연구 인력이 적으니 첨단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고위험성 감염체 면역 검사 시약이나 유전체 검사 시약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 ▲의료영상획득장치 등 우리나라 '수출 톱10'(식약처 발표, 2020년 기준)에 해당하는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이 드문 것이다. 반면에 온열기, 찜질기 등의 단순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업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선 지멘스, 필립스 등 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이 생태계 상단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시장의 기저에는 중국이 저가 단순 기기를 대량 생산하며 원주를 위협하고 있다. 원주 의료기기 산업은 이 두 집단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인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엔비디아 인증 교육센터'는 원주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교육센터가 들어서면 엔비디아의 AI 의료 플랫폼 '클라라(CLARA)'와 의료영상 분석 프레임워크 '모나이(MONAI)'를 활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 찰스 청 박사는 "GPU 기반 AI는 복잡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병원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최적화된 도구"라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등 주요 병원에서도 MONAI를 활용해 영상 분석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 로봇수술, 방사선 치료기기에도 AI를 탑재 가능하다. 지멘스는 엔비디아의 '홀로스캔 에스디케이(Holoscan SDK)'를 활용해 AI를 초음파기기와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높여 시장 경쟁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AI 기반 영상 분석·신약 개발... 글로벌 협력 사례 속속

▲지난 5월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이 열리는 타이베이 뮤직센터 현장. ⓒ 연합뉴스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영국 제약 회사)도 AI 모델을 통해 팬데믹 전염병에 대응하는 신약개발 제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병원에서는 생성형 AI 간호사 챗봇이 수술 상담부터 회복 후 모니터링까지 지원한다.
이러한 기술이 원주와 결합할 경우, 많은 기업이 단순 조립형 의료기기 생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열광하는 진단 지원, 자율 의료기기, 헬스케어 모니터링 기기 등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교육센터 수료생들이 원주 기업에 투입된다면 AI 융합형 의료기기 개발도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강수 시장은 "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과 원주미래산업진흥원이 엔비디아 교육센터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전문인력양성, 기업지원, R&D, 글로벌 협력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원주시 디지털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혁신성을 높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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