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난개발과 반환경 정책으로 생명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마다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또 다른 당신과 연결하고자 하는 새알미디어의 연속 기획입니다. 기후·환경 위기의 최전선에서 생명을 지키는 이들의 기록. 그 두 번째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입니다. 임도훈 활동가는 세종보 재가동에 맞서 금강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천막농성을 이어오며 금강에 깃든 생명들을 기록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흐르는 강을 막았더니 강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 사업은 16개의 보를 건설하면서 강의 흐름을 막았다. 흐르는 강을 막았더니 강은 썩기 시작했고 녹조가 창궐했다. 이곳에 서식하던 생명들은 강을 떠났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으로 2018년 16개 보 중 유일하게 세종보의 가동을 멈췄다. 금강은 다시 흘렀고 떠났던 생명들이 돌아왔다. 금강 스스로 살아나는 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금강 지킴이 임도훈 _천막농성 1년, 세종보 농성장의 하루 ⓒ 새알미디어
"저는 금강 활동가예요. 하천과 강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는 활동을 해왔고 1년에 한 100일 정도는 금강을 걷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까지 6미터로 강을 준설하고, 16개 보를 만들었어요. 흐르는 강을 막으니까 당연히 썩기 시작했어요. 수질이 나빠지고, 악취가 나고, 녹조가 창궐하고. 흐르는 강을 막으면 당연한 결과죠. 녹조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흐르는 물이 멈추면서 녹조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는 거예요. 그래서 물살이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철새들이 떠났죠.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으로 2018년부터 세종보를 열었어요. 그러면서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여울이 생기고, 자갈밭이 드러나고, 모래밭이 생기면서 하중도, 모래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철새들이 쉬어가고, 야생 동물들이 돌아왔어요.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미호종개, 흰수마자 같은 물살이들도 다시 오기 시작했고요. 녹조도 사라졌고, 물도 깨끗해졌고. 저는 흰목물떼새를 상징적으로 생각해요. 이런 자갈밭에 산란을 하는데, 4대강 사업 이후 사라졌던 이 새들이 수문을 개방한 이후 다시 돌아왔어요. 지금도 산란하고 있습니다."
임도훈 활동가는 개인마다 바라는 강의 모습이 있겠지만, 강을 지키는 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 말한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는 활동은 물 정책 전체를 지키는 싸움이다.
"세종보는 굉장히 상징적인 보에요. 4대강 16개 보 중에 가장 먼저, 가장 오래 개방된 보니까요. 여기가 증거예요. 수문을 열면 강이 이렇게 살아난다. 돌아온 생명들이 그 증거예요. 세종보를 닫으면 그냥 수문 하나 닫히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 물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겁니다. 댐 건설, 하천 준설 같은 하천 토건 사업으로요. 그래서 이 싸움은 세종보 하나의 싸움이 아니고 물 정책 전반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강은 취향 문제가 아니에요. 강은 살아야 해요. 실제로 세종보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수문이 닫혔을 때 악취 문제, 낙차 소음 문제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조깅, 산책, 자전거 타기도 힘들었고요. 수문을 열고 강이 살아나니까 그런 문제들이 해결됐어요. 지금도 이곳에 방문하시는 시민분들이 많습니다. 강에 물이 많았으면 좋겠다, 리버뷰의 어떤 프리미엄 이런 걸 생각하고 찬성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단순히 세종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만 금강이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강은 연결되어 있고 생명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어떤 누군가의 취향 문제로 강을 죽이거나 독점해선 안 되는 거죠. 그냥 이 강의 모습을 즐기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고 계세요. 그러니까 강은 이렇게 흘러야 하고 여기 생명들이 살아야 되는 거예요."
세종보 재가동 반대 천막농성 1년, 강과 생명을 지키는 자리
윤석열 정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물에 잠기게 될 자리에 천막을 세웠다. 금강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은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강에 깃든 생명들을 기록하며 흐르는 강을 지켜왔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세종보재가동반대천막농성장에서 ⓒ 새알미디어
"세종보는 철거하는 게 좋겠다고 정책적으로 결정이 됐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그걸 뒤집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2024년 4월 29일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어요. 수문이 닫히면 물에 잠기는 자리인데,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거죠. 1년 넘게 수문이 안 닫힌 건 저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에요. 세종보 재가동 중단이 결정될 때까지 농성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 아침에는 새소리에 일찍 일어나요. 천막 위에 앉아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깨기도 하고요.
새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깨는 건 굉장히 낭만적이죠. 일어나서 강을 모니터링하고, 만나는 생명들을 기록해요. 할미새, 물총새, 흰목물떼새, 깝작도요, 삑삑도요, 오리들, 그리고 너구리, 삵, 고라니 같은 친구들도 있어요. 매일 봐도 경이롭고 예뻐요. 농성을 시작한 첫날, 흰목물떼새가 산란을 시작했어요. 하루에 한 알씩 4일 동안 네 알을 나았는데 그렇게 부화한 아기 새들이 자라서 지금 다시 산란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 친구들을 농성 동지라고 불러요. 이곳을 왜 지켜야 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 기록해요. 여기 살고 있는 생명들이 있다는 걸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산란철인데 위장을 하니까 알이 잘 안 보여요. 그래서 조심해 달라고 팻말도 세워 뒀고요.
농성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아기 새들이 이소(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하는 걸 봤을 때에요. 나는 연습을 하다가 사람 가까이에도 앉고 그러거든요. 그리고 강가에 있다 보니 비가 오면 천막이 물에 잠기기도 해요. 작년엔 두 번 천막이 물에 잠겼었죠. 그런 것들을 동지들과 함께 극복해 나갔던 기억, 또 천막에 찾아와 함께 웃고 떠들었던 시간들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어요. 농성이 끝나더라도 이 자리가 그리워질 것 같아요."
고마나루,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지키기 위해 연대자들과 9시간 동안 수중농성, 천막은 뜯겼지만 다시는 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고마나루 농성이에요. 공주보 상류에 있는 아름다운 모래사장인데 공주보 수문을 닫으면 거기가 물에 잠기거든요. 그걸 막으려고 모래사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했는데 4일 만에 공무원과 용역 100여 명이 와서 천막을 철거했어요. 비박 농성으로 버텼는데, 마지막엔 사람이 있는데도 수문을 닫아버렸어요. 발끝부터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고 9시간 동안 물속에 있었죠. 그날은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그 다음 날 물에 잠긴 고마나루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다시는 이렇게 지지 말아야지' 이런 다짐을 하면서 바라봤던 것이 가장 기억나요.
힘들었다는 생각보다는 슬펐고 다시 한 번 어떤 의지를 다지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 같이 해줬던, 물에 같이 들어왔던 동지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 고마웠죠. 인간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만 이 친구들은 말을 못 하니까, 우리가 대신 목소리를 내야 하죠. 그게 우리가 여기 있는 거예요. 강이 살아야 하고, 이 친구들이 살아야 하니까요. 저희가 싸우는 이유고요."
정치 논리에 갇혀 거꾸로 가는 물 정책
세종보 재가동을 막는 것은 우리나라의 물 정책을 정상화하는 싸움이다. 토건 사업의 도구로, 정치적 논리에 갇혀서 생명의 강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세종보 재가동 문제는 물 정책 전체의 퇴행을 보여주는 상징이에요. 환경부는 세종보 개방 이후 수질이 좋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모니터링 자료를 다 갖고 있습니다. 저도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정부는 과학적 데이터가 아니라 정치 논리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어요. 홍수 예방, 가뭄 대응을 명분 삼지만 실질적 효과는 없습니다. 세계는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어요. 물 관리 일원화로 물 관련 업무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지만,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에요. 정책 철학은 없이 기존의 국토부식 물 관리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실상은 환경부가 국토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저는 새 정부가 들어서도 낙관하지는 않아요. (*인터뷰는 21대 대통령 선거 전에 진행했다) 예전에도 정부가 바뀌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어요. 16개 보 중에 지금 열려 있는 건 아직도 세종보 하나뿐이죠. 정책 제안은 계속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만 받고 실제로는 반영되지 않고 있어요. 낙동강은 수문이 한 번도 완전히 열리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현장에서 끈질기게 싸워야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토건 사업이 끝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하천은 침식, 운반, 퇴적이 반복되기 때문에 준설은 매년 해야 해요. 그래서 하천 준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업입니다. 하천 복원, 생태하천 조성도 충분히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토건 카르텔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발상을 바꾸면 강을 살리는 것도 훌륭한 사업이 될 수 있는데, 지금 정치는 그런 방향에 관심이 없죠."
그저 흐르기를
강을 지키는 싸움이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어디에도 이런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이 강의 모습 그대로 그저 흐르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강에 깃든 생명들과 생명의 편에서 싸우는 이들의 증인이 되어 주길 바라며 그는 오늘도 생명의 편에 서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세종보천막농성에서 생명을 기록하고 있다 ⓒ 새알미디어
"금강에 바라는 건 없어요. 그저 이 강이 자유롭게 흐르면 좋겠어요. 흐름을 막는 무의미한 시설물들이 사라지고, 강이 스스로 자기 몸을 치유할 수 있도록 두는 것. 아프지 않게, 그대로 지켜주는 것. 그게 제가 바라는 전부입니다."
"(이 싸움을)어떻게 기억해 달라기보다는, 그냥 찾아오셔서 이 회복되고 있는, 살아있는 강의 모습. 그리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지키는 이 강의 모습을 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요청을 드렸거든요. '공주보에서 우리가 수중 농성을 할 때 9시간이 걸렸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9시간이면 전국 어디서든지 올 수 있다. 물에 같이 들어오시면 더 좋겠지만 물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우리가 물에 잠겨가는 모습을 봐 달라. 그리고 그 증인이 돼 달라' 그래주시면 좋겠어요. 증인이 되어 주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싸운 사람들이 있고 이 강을 지키기 위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증인이 되어 주시고 그래서 '아 내가 그 강을 봤다. 내가 그 죽었던 강을 봤고 또 살아나는 강을 봤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을 지키는 현장들은 전국 곳곳에 있어요. 그 현장의 동지들이 모여 '생명 현장 지킴이 대회'도 했어요. 싸움은 치열하고, 그만큼 외롭고 간절하죠. 그래서 우리는 '3일 연대' 약속을 했어요. 포크레인이 들어오면, 연행될 각오로 3일 동안 함께 싸우겠다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다음의 말을 전했다.
"당신들의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고 얼마나 애타게 싸우고 있고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생명의 편에 같이 서서 끝까지 함께 할게요."
•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는
새알미디어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는 새알미디어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프로젝트는 <숲과나눔> 풀씨 12기 지원 사업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