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어머니를 용서했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안심하고 주무셔도 됩니다."
그녀의 덴마크 이름은 나나(Nana Locke), 한국 이름은 김이화. 지난 1972년 3월 29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생후 1개월이 되던 해에 남광보육원에 들어간 뒤, 한국사회봉사회(Korea Social Service, 아래 KSS)를 통해 그해 8월 덴마크로 해외 입양되었다.

▲1972년 해외입양 딩시 김이화씨 ⓒ 김이화
한국사회봉사회에 따르면, 그녀 친모 이름은 김지순, 친부는 김도일(1985년 사망)이다. 친부모의 예전 주소는 부산시다.
하지만 그녀가 한국을 떠난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뿌리, 그리고 아직 생존 가능성이 있는 친모다. 다음은 친모 김지순님을 애타게 찾고 있는 그와 지난 한달간 이메일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친어머니를 찾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절박하게 만듭니다.
이 인터뷰가 어머니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 출생 신고는 고아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었더라고요"
김이화씨는 지난 2012년, 한국사회봉사회에 다시 연락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고아'로 입양되었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봉사회로부터 충격적인 답변을 들었다.
"당신에게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그의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뿌리의집(Koroot)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입소했던 남광보육원에 기록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사무국장은 관련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사회봉사회는 분명 그가 남광보육원에 있었다고 명시해놓고 있었다.
"그래서 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한국사회봉사회가 맞다고 하는데, 남광보육원에서는 모른다고 하니까요. 모든 게 모순 투성이에요."
"사촌도 나처럼... 친모 동의 없이 입양"

▲1972년 해외입양 딩시 김이화씨 ⓒ 김이화
김이화씨는 우연히 같은 해, 같은 기관을 통해 해외 입양된 한국인 사촌을 찾았다. 그 사촌은 본인의 해외입양이 순전히 할머니와 고모의 결정으로, 친모의 동의가 전혀 없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사촌의 아버지는 지난 1996년에 돌아가셨고, 제 외삼촌이기도 합니다. 제 친모는 그의 여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같은 상황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사촌이 해외입양 당시 얻은 가족 연락처는 오래전에 끊겨버렸다. 사진 한 장, 번호 하나 남아 있지 않다.
"덴마크에서 잘 살았지만... 엄마가 된 후, 진짜 내가 궁금해졌어요"
김이화씨는 한 아들의 엄마다. 동물을 사랑하고, 두 마리 개와 세 마리 새와 함께 살고 있으며, 현재 기업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결혼을 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늘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왜 나는 버려졌을까? 내 어머니는 어떤 분 이실까?
"처음에는 그냥 제가 덴마크 사람이려니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제가 엄마가 된 이후에는 어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나를 놓는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한국 이름 '김이화'를 이름에 되살렸다. 또한 사촌을 만난 후, '김'이라는 성도 이름 앞에 다시 붙였다.

▲현재 김이화씨 ⓒ 김이화
김이화씨는 수년 동안 한국사회봉사회에 정보 요청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매번 벽과도 같은 대응이었다.
"아직 살아 계실지도 모를 친어머니의 정보를 절대 주지 않더군요. 제가 찾을 권리가 있는데도요. 그래서 제게 가장 큰 장애물은 한국사회봉사회였습니다."
그는 한국의 해외입양제 자체에도 비판을 가했다.
"한국은 더 이상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미혼모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많은 해외입양인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해요. 그런데 정보가 봉인되어 있죠. 그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진짜 지원이 필요해요… 그리고 선택권도요"
그는 해외입양인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진짜 지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외입양인들이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친부모도 자녀를 만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해요. 정서적, 법적, 사회적으로 진짜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어머니, 제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어머니를 용서했어요. 만약 제 해외입양 사실을 알고 계셨다면, 정말 힘드셨을 거예요. 만약 모르고 계셨다면, 저는 반드시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꼭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엄마는 이제 평생 안심하고 편히 주무셔도 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가족관계도 (김이화 기준)
부모, 어머니: 김지순, 아버지: 김도일(1985년 사망)
덴마크에 입양된 사촌: 김영미, 김영미의 어머니: 최경숙(사망)
본인: 김이화 (덴마크 이름: Nana Locke), 1972년 덴마크로 입양, 위 모든 인물들의 가족구성원
▶ 혹시 이 기사를 통해 김이화 씨의 친어머니 또는 가족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뿌리의집(전화: 02‑3210‑2451)에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의 오랜 기다림이, 이제는 끝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