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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10 09:34최종 업데이트 25.06.10 09:34

[주장] 최고 법원을 대구·광주로 이전해서 균형발전 완성하자

대법원
대법원 ⓒ 이정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체 유권자의 49.42%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되어 다수 국민들의 기대 속에 출범했다. 출범과 함께 무너진 민생경제를 회복하려는 정책 의지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그중 하나로 상법을 개정해서 주식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선진국이 되면서 은행 예금 금리가 0%로 수렴해갈 것이어서 여타의 여유자금 운용 경로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왜곡되어 있어서 부동산 투자가 유일한 저축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국민경제와 기업의 성장 과실을 기업의 극소수 지배 주주들이 독식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저발전은 기업에게도 자금 조달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축소시켜서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되어 있다. 저축 및 투자 수단으로 주식시장이 30%대, 부동산시장이 70%대의 비중을 가짐으로써 청년세대의 주거환경과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는 또한 망국적 현상인 결혼과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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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정상화 외에 또 하나의 정책 수단이 있다. 서울에 소재한 주요 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해서 서울의 밀집도, 인구 압력을 줄이는 정책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과 세종 행정중심도시 조성을 시작했다. 최대도시와 별개로 행정수도를 갖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청와대와 국회의 이전으로 세종특별시 조성은 완성될 것이다.

지리적 집중과 소멸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들은 집중의 원인에 관해 권력의 집중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경제학자 P.크루그만이 대표적이다. 주요 기능의 이전은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좋고 필요하다. 마치 나무를 심을 때 묘목 시기에는 촘촘히 식목을 했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간벌을 해야 나무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듯이 서울에도 일정 기능을 외부로 이전함으로써 더 다양한 새로운 기능들이 발전하는 생태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수도 이전 구상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와 함께 당시 박정희 대통령부터 시작되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할 수 있다. 최고 법원의 지방 이전이다. 대구와 광주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이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국회와 청와대의 이전과 함께 최고 법원의 이전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서울을 여러 개로 나누는 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경제수도 서울, 행정(및 과학) 수도 세종(및 대전), 해양 수도 부산과 함께 사법 수도 대구와 광주로 나누어지게 된다. 오늘날 해외에서도 3부 혹은 사법부가 각각 다른 도시에 위치해서 균형발전을 꾀하는 나라는 (초국가인 EU를 포함해서)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남아공, 체코, 칠레 등 많은 사례가 있다.

이 체계는 우리 역사에서 처음인 것도 아니다. 통일신라와 발해에서의 5(소)경제도, 고려의 4경제도를 현대식으로 계승 부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관습법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주권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목표인 5극3특 제도를 5경5극3특 체계로 발전시킴으로써 국토공간 대개조 전략은 헌법적,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좀 더 명확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리적 규모별 기능에 관한 개념이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가 각각 맡아야 할 기능이 차별화되어 있지 않아서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역할이 애매하고, 따라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특히 중소도시의 비중이 두터운 구미 선진국에 비해 급격히 축소되어 소멸지역으로 되고 있고, 지방 대도시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 생각하면서도 메가리전, 즉 초광역을 도시 개념인 메가시티로 해석하려 했다. 개발도상국 시절에 불가피하게 서울에 집중했던 기능을 선진국 진입과 함께 지방 대도시로, 대도시의 기능을 중소도시로 이관해서 각각 고유의 기능을 갖게 하면서 그들이 협력하는 초광역의 개념을 그려야 한다.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공약에는 비수도권에 미래 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존 산업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많은 정책이 들어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선도 기술로 대두되고 있는 시기에 이 기술을 육성하고 또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정책을 지방에 집중적으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수출주도 경제로 발전해온 대한민국에서 내륙의 대도시는 산업 측면에서만 발전을 기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권력기관 분산은 그와 관련된 고급서비스부문(APS: Advanced Producer Services)을 이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고 법원의 이전은 그와 관련되는 검찰, 경찰, 대형 로펌의 일부 기능을 동반 이전시킬 것이다.

이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라는 기회의 창을 공급해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인적 자본의 상시적 유출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이미 2023년과 2024년의 21대 국회 막바지에 이에 관한 법안이 제출되었던 것도 이런 중요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현재 대법원의 증원이 논쟁거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최고 법원의 광주, 대구 이전도 함께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균형발전#공공기관#지방소멸#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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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jaehk) 내방

현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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