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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깜찍한 목소리의 알림음이 울린다. 대부분의 알림톡을 꺼놓는 편이라 이렇게 갑자기 중고거래 알림음이 울리면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남편이 사용하던 골프가방을 5,000원에 내놓은 지 3일 만에 거래를 문의하는 채팅창이 열리며 내는 소리였다. 석 달 전에 내놓은 내가 쓰던 백팩을 8,000원에 거래하겠다는 알림이 뒤늦게 오기도 한다.

중고물품 거래가 활성화된 지 이미 오래지만 예전엔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했었다. 딸들이 물품 구매 후 사이즈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을 해야 할 때, '안 되면 당근해야지 뭐'라던 말들을 흘려 들었었다.

재활용품은 분리 배출하거나 수거비를 내며 버릴 줄만 알았다. 인천시 남동구에서 운영하는 '여기로' 사이트에 들어가 여행가방, 돗자리 등의 생활용품을 5,000원에, 장롱이나 소파를 10,000원에, 그 밖의 소소한 것들도 3,000원 정도를 내고 처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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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때 이렇게 만만찮은 돈이 드는데, 돈을 받고 처리할 수 있다니. 우연한 계기로 중고거래를 시작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당근'이라는 중고거래 앱을 설치한 후 물건을 올리고 가격을 책정하고 채팅으로 거래를 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물론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바람을 맞기도 하고,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아 추위에 떨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매너 있는 거래자들이 더 많았다.

집에 쓰지 않은 털실이 있기에 '나눔'하였더니 답례로 따끈한 호떡을 주시는 분도 있었고, 판매뿐만 아니라 구매했을 때, 본인 집을 찾느라 수고했으니 깎아주겠다며 소형 화장대를 저렴하게 주신 분도 있었다. 거래 후, 후기 내용을 반영하여 설정한 매너 온도를 참고하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용을 대충 가늠할 수 있다.

호떡을 답례로 주는 이웃들… 코로나 때 지역소비 활성화되면서 급부상

 중고 물품 거래뿐만 아니라 나눔을 활용하여 이웃과 소통할 수 있다. 먹거리로 화답하거나 친절한 대화로 기분과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중고 물품 거래뿐만 아니라 나눔을 활용하여 이웃과 소통할 수 있다. 먹거리로 화답하거나 친절한 대화로 기분과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 한현숙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을 이용하면서 '당신 근처의 이웃'의 준말이 '당근'임을 알게 되었다. 당근마켓의 로고, 주황색 당근 모양에 대한 궁금증을 그제야 풀 수 있었다. 더불어 '하이퍼로컬'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었다.

하이퍼로컬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것, 가장 지역적인 것'을 뜻한다고 한다. 과거 온라인의 특징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것이라면, 하이퍼로컬은 시공간을 철저하게 그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동네 또는 단지 수준의 좁은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는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공동의 관심사나 이야기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특성을 살린 것이다.

그래서 하이퍼로컬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 위치 기반 서비스 중 대표 주자인 미국의 넥스트도어(Nextdoor)나 포스퀘어(Foursquare)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GPS를 활용해 위치 정보를 수집해 쇼핑·관광 등에 활용하거나 철저한 지역·동네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 대상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불특정 다수가 아닌 바로 자신의 이웃이기 때문에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관심사를 주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생활 반경이 거주 지역으로 제한되고, 긴급재난 지원금 등의 재정 지원 정책 시행으로 지역 내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급부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하이퍼로컬 서비스인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은 나날이 그 이용자가 증가해 2025년 현재 전국적으로 누적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우리 동네 5명 중 3명이 이웃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늦게 배운 생활 활력소... '문고리 거래' '반값 택배' 새로운 시도들

나의 '당근' 앱 이용은 꽤 늦은 편에 속하나,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거래 물품이 청소나 집안 정리 후에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당근'으로 연결된 이웃과의 거래 활동은 옷장을 정리하고, 서랍에서 안 쓰던 물건을 꺼내고, 수납장에서 먼지 쓴 물건들을 확인하며 주도적으로 살았단 뜻이기도 하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읊조리는 말은 '이것을 왜 샀을까? 물건을 이제 그만 사야겠다.'라는 것이다. 정리와 수납을 잘하면 자원을 절약하고, 근검한 생활 태도를 유지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데, 나에게는 '당근'으로 인한 거래활동이 선순환 영향을 준 셈이다.

딸들의 옷들과 커피 추출 관련 도구를 거래할 때, 젊은이들과의 거래 채팅에서 쿨거래, 문고리거래 등의 단어가 등장해 그 뜻을 검색한 적이 있다. 판매자의 물건을 확인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할 긴 의사소통 과정을 생략하고 '믿고 사겠으니 서로 신용을 지키자'는 것이 쿨거래이고, 현관 손잡이에 물건을 걸어두고 거래하는 방식이 문고리 거래라고 한다.

내가 판매할 물건에 하자가 없으니 사진 찍어 당당하게 쿨거래를 하였고, 비대면 거래 방식이지만 나의 주거를 노출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문고리 거래는 사양했다. 최근엔 반값 택배가 가능하냐는 말에 그것은 또 무엇인고? 하며 막내딸에게 물어 태어나 처음 편의점을 이용한 반값 택배도 보내 보았다.

보낼 물품을 잘 포장한 후, 편의점을 방문해 받는 사람과 내 정보, 수령할 편의점 점포명을 기계에 입력해서 자동 계산된 요금을 확인한 뒤 결제하면 운송장을 받을 수 있다. 포장한 물품에 운송장을 붙여 택배 투입구에 넣어 반값 택배를 마무리할 때 마음에 활력이 불었다. 새로운 경험은 우리 마음을 언제나 달뜨게 한다.

다만 요즘엔 당근 부동산 거래, 동호회 모임, 인력 모집 등 그 단위가 커지고, 이용자 수 증가에 따른 분쟁신고건수 급증, 사기행위, 범죄 악용 등 불미스러운 일도 기사로 종종 접한다. 생활의 활력소가 될 만큼만 건강하고 야무지게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물건을 중고로 싸게 발견하고, 가까운 동네 이웃들과 연결되고 싶은 본연의 취지를 잘 살린다면 참 좋을 것이다.

'당근마켓'을 이용할 때, 수시로 공지사항이나 고객센터의 알림을 놓치지 말고, 당근페이 등을 이용하여 안전거래를 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막아 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나도 서두에 언급한 골프가방을 우리 동네 지하철 1번 출구에서 저녁 6시 거래한 날, 약속 시각 5분 전까지 채팅을 통해 연락하기, 당근페이로 결제하기, 약속시각 꼭 지키기 등 유의사항을 공유했다. 물론 장소에 나갈 때도 가족을 동반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중고 거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고 물품을 거래하면서 이웃과 소통하고 따스한 정을 나누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안전하고 건강한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성장하기 바란다.
중고 물품을 거래하면서 이웃과 소통하고 따스한 정을 나누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안전하고 건강한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성장하기 바란다. ⓒ 한현숙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사 채택 후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중고거래#당신#당신근처의이웃#당근페이#절약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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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국어 교사, 다음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가족여행, 반려견, 학교 이야기 짓기를 좋아합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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