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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훈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캠퍼스 내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태훈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캠퍼스 내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전선정

"대선 개표방송이 한창 진행되던 밤 10시 반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일베 나한테 걸리면 죽습니다'라고 인터뷰한 것을 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명분을 줍시다'라는 트윗을 서명운동 링크와 함께 올렸다. 그게 3만 번 넘게 재게시 되고, 각종 커뮤니티에 퍼져나갔다. 1초에 한번씩 새로고침할 때마다 서명운동 동참 인원이 100명씩 올라가더라."

'일베 폐쇄 서명운동'으로 10만 명의 참가자를 모은 박태훈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캠퍼스 내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서명운동에서 받은 시민들 의견 4만여 개를 갈무리하고, 요구안을 정리해 오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후 100일째 되는 날인 지난 4월 28일 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대선 직후 동참 인원이 급증해 6만 명이 서명했고 지난 7일 오후 9시께 목표치인 10만 명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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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대선에서 20대 남성의 약 70% 가까이가 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대선 후보(아래 이준석 의원)를 지지한 건 극우화된 커뮤니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결과"라며 "지금 바꾸지 못한다면 몇 년 뒤 이준석을 대통령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때 폭식투쟁을 하던 일베를 폐쇄하고 규제했더라면 지금처럼 이준석 의원이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까"라며 "사자명예훼손·여성혐오 발언 등 혐오와 차별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단호한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10년 넘게 쌓인 분노가 (이번 대선에서) 20대 남성의 극단적 표심을 두고 폭발했다고 생각한다"며 "규범과 도덕을 위선이라고 낙인 찍고, 다 필요 없다고 하는 게 '일베문화'고, 그게 단적으로 드러난 게 이준석 의원의 충격적 발언이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바꿔야 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일베는 이제 망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일베의 영향력은 건재하다"며 "세월호 참사 때 폭식투쟁하던 일베가 고령화된 건 맞지만, 어린 친구들이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학원강사로 일하는 지인 3명이 있는데, 모두 '중학생들도 일베를 한다'고 하더라"라며 "수업 중 일베 게시물을 보여준다거나 '노무현에 대해서 아냐'고 묻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더해 박 위원장은 "서명운동을 할 때 '일베 폐쇄 서포터즈' 신청도 함께 받았는데, 참여하겠다고 밝힌 시민이 6500명"이라며 "그중에서는 소위 말하는 'TK의 장녀'라는 분들도 있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가 서포터즈 활동을 하기 위해 몇년 만에 집에서 나온 20대 여성분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게 무섭다. 내 아이가 일베 같은 커뮤니티의 혐오에 물들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신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어머니와 '교실에서 불법 비상계엄 옹호하고 일베드립 하는 거 그만 보고 싶다'라고 한 고등학생의 의견들이 인상 깊었다"라고 덧붙였다.

아래 박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일베 폐쇄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 지키는 일"

 일베 회원등이 2014년 9월 6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이른바 '폭식투쟁'을 벌이는 모습.
일베 회원등이 2014년 9월 6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이른바 '폭식투쟁'을 벌이는 모습. ⓒ 이희훈

- 서명운동 시작 후 40일 만에 10만 명이 동참했다.

"사실 처음에 10만 명을 목표로 했을 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대선 개표방송 때까지만 해도 4만 명에 멈춰 있었다. 그런데 대선 후 나흘 만에 10만 명을 달성해서 일베 폐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걸 느꼈다."

- 비슷한 시기에 이준석 의원의 제명 청원도 큰 지지를 얻었다.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갖고 있는 '혐오정치'라는 문제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잘 몰랐는데, TV토론 등 대선 과정에서 그 문제가 드러났다고 본다. 나도 당시 'TV토론의 이준석은 일베 그 자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시민들이 (일베 폐쇄 서명운동과 이준석 의원 제명 청원에) 모두 참여해주지 않았나 싶다."

- 서명운동을 하며 일베에 관해 생각이 달라진 게 있나.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는 '재밌는 게 장땡'이라는 경향이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고, 여성혐오 등 이준석 의원의 혐오 발언으로 낄낄대며 논다. 연령층이 어려지고 초등학생까지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위험하구나 생각했다."

- 일베 폐쇄가 정말 가능하나.

"서울서부지법 폭동 직후에 폐쇄 민원을 넣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 기각 후 돌아오자마자 (민원을) 기각하더라. 하지만 폐쇄 자체는 현재 있는 법령으로도 가능하다. 정부가 결단만 하면 가능하다. 일베와 서울서부지법 폭동의 연관성과 관련해 너무 많은 증거가 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일베 및 내란3갤(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미국정치 갤러리를 이르는 말 - 기자 주) 폐쇄로만 끝나선 안 된다. 혐오문화 규제·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행 제도에선 피해자가 게시글과 댓글을 하나하나 직접 신고해야 한다. 삭제에도 시간이 걸린다. 커뮤니티 관리자의 책임과 의무는 거의 없다. 그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외국의 여러 사례를 비교·분석하며 (대안을) 구체화 중이다."

- 관련해서 입법이 가능하다고 보나.

"두 가지를 기대 중이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받아 최연소로 국회에 입성한다. 나 같은 남성보다 여성의 입장에서 일베와 혐오문화를 양산하는 커뮤니티의 문제점에 더 강하게 문제의식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또 이번에 야 5당이 함께 대선을 치르며 마련한 합의안에 원내 교섭단체 완화 조건이 있다. 완화가 된다면 진보당을 포함한 원내 교섭단체가 새롭게 생기게 될 것이고, 진보당이 발의할 여러 법안들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 서명운동 중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혐오와 내란 선동 표현을 제재하는 게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대학생들의 커뮤니티로 기능하는 '에브리타임' 예시를 들고 싶다. 대학생 중 80%가 이용하는 앱이지만, 혐오성 게시물·댓글을 쓰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글을 잘 올리지 않는다. 글을 올려봤자 조롱 당하거나 (글 작성자가) 여성인 것 같으면 성희롱성 쪽지를 받기도 한다. 침묵을 강요받는 것이다. 극단적인 혐오표현을 제지해야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적절히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혐오표현을 제재하는 게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다. 혐오표현 없이도 이재명 대통령 등 진보진영의 인사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자는 게 아니다. 사자명예훼손·여성혐오 등 명백한 혐오표현을 제재하자는 거다."

- 최종적인 목표는.

"건강한 공론장 역할을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일베 폐쇄를 주장하면 '범죄 없는 커뮤니티 없다. 취사 선택하지 말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강도와 빈도가 너무 차이가 나서 그렇지, 혐오문화는 진영을 불문하고 있다. 서로 의견을 배제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게 일베 폐쇄를 넘어선 본질적인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1020 남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도 훨씬 재밌고 강인하고 건강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21대 대선에 출마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 참석해 휴대폰을 살펴보고 있다.
21대 대선에 출마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 참석해 휴대폰을 살펴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아래는 일베 폐쇄 서명운동에 시민들이 남긴 의견 중 일부다.

"저는 현재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교실에서 학우들과 생활하다 보면, 수많은 일베 용어, 혐오 단어를 남발하는 학생들로 인해 불쾌감을 느낍니다. 이는 친구들 간의 원만한 교우관계, 원활한 수업 진행을 저해시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베 그리고 유사한 극우 커뮤니티는 맹목적인 혐오와 편가르기를 조장하며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합니다."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 조롱, 심각한 수위의 성희롱이 빈번합니다. 청소년, 청년들의 정서를 망가트립니다. 이것은 과도한 자유이며 제한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여정이 어렵더라도 함께 끝까지 가길 바라겠습니다. 압박이 아니고 함께 가자는 소리입니다!"

"어렸을 때 일베 용어를 사용하며 친구들과 떠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 그 단어가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미였다는 것을 알고 크게 충격받았습니다. 일베는 모든 것을 혐오합니다. 인터넷 사이트 하나에 틀어박혀 세상 모든 것을 혐오하고 조롱하며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합니다. 오로지 본인들이 재밌다는 이유로 말이죠. 현재는 어린 친구들이 일베를 보고 자라며 혐오와 폭력을 배우며 자라고 있습니다. 저처럼 한때의 실수로 후회하는 일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탈조선만이 답이다'라고들 하는데, 아니요. 저는 이 나라를 박박 빨아서 고쳐쓰며 꼭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혐오와 차별을 묵인한 결과인 거 같습니다. 앞으로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사라져야 마땅합니다."

#일베폐쇄#이재명#박태훈#이준석#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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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몸담은 세상이 궁금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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