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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육아는 사실 매일 고된 하루하루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랑과 회복,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는 걸 이제는 알겠다.

나에게 육아는 삶의 보물 찾기와 같았다. 저출산과 개인화가 심화되는 시대, 그 와중에 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는 다시 사랑을 배웠고, 함께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 보게 됐다. 발견했다.

넷째 아이 임신 소식을 알게 되고 그걸 시어머니께 전했을 때, "혹시 이혼하고 싶어서 넷째를 낳는 거니?"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 당시 내 마음의 크기로는 받아들이기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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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려우니 낳는 게 맞느냐는 등, 내 임신 사실을 안 주변에서는 상처가 되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그럼에도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나는 내 시선을 바꾸는 선택을 했다.

헤어짐을 생각하기엔 나는 남편과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온전히 흐를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상처되는 말도 받아 들어야 했다.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나와 남 가릴 것 없이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다른 성향의 아이들을 보면서 타인을 더 깊게 이해하는 눈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만나는 게 좋았다.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 책표지.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 책표지. ⓒ 박현주

하지만 넷째 임신을 두고 우리 부부는 고민이 컸다. 여러 상황과 제반 사정을 고려하며 고민을 할 때, 생명은 사람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라고, 친정 부모님께서 설득하신 게 힘이 됐다. 부모인 우리가 건강하니 열심히 살아가면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내게 질문했다. 어디 숨겨놓은 재산이 있는 거냐, 로또에 당첨된 거 아니냐라고(아마도,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넷이냐 낳냐는 취지였겠다). 나는 웃으며 남편과 나의 건강한 몸과 마음이 숨겨놓은 재산이라고 답하곤 했다.

2020년 5월 25일, 그렇게 넷째 아이가 태어났다. 꼼짝없이, 나는 죽을 때까지 일해야만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5년이 흐른 지금. 살아내기 위해 조금씩 써 내려간 글이 에세이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2025년 5월 출간)로 출간되었다. 어쩌다 엄마가 된 나는 아이를 키우며 진짜 어른이자,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었다. 상처 많은 아이였고, 그런 내가 엄마가 되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온 시간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이젠 "죽을 때까지 일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쓴 책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2025년 5월 출간)는 단순한 육아 에세이를 넘어, 성장과 회복의 기록이 담겨 있는 책이다.

모두다 꽃이야.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100일 기념 사진
모두다 꽃이야.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100일 기념 사진 ⓒ 이유정

4명 다자녀를 키우며 겪은 감정의 파도, 엄마로서의 죄책감과 책임, 사랑과 소외, 이해와 용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상처 많았던 내가 아이를 키우며 오히려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육아에 지쳐 있는 엄마들, 또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괴로운 이들. 부모와의 갈등이나 시댁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여성들, 다자녀를 꿈꾸거나, 다자녀 가족의 현실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

우리도 넷, 오리도 넷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우리는 존재 만으로도 빛나는 사람들이다.
우리도 넷, 오리도 넷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우리는 존재 만으로도 빛나는 사람들이다. ⓒ 이유정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속 문장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엄마라는 이름은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회복하게 하는 이름이었다. 나를 알고자 하는 과정은 치유의 과정이었기에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내 아이를 안아주는 대신, 내 아이 얼굴에 상처를 낸 아이를 안아야 했던 날도 있었다. 사랑이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또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나는 말하고 싶다. 다자녀를 키우는 삶은 숫자의 문제나 단순한 '고생'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가정의 용기이자, 사회를 향한 희망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단지 생물학적 기능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 나아가 사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엮어가는 공동체적 경험이다.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는 육아와 가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모성애의 본질과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될 수 있는 기록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 이걸 원해?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담담히 말한다.

"응. 여전히,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로 살고 싶다."

 책표지
책표지 ⓒ 이담북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

이유정 (지은이), 이담북스(2025)


#다시태어나도네아이엄마#이담북스#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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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84dbwjd) 내방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며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사남매 엄마입니다. 엄마 이기에 볼수 있는것들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정직하게! 잘 살펴보며 기사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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