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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원 치매 어르신 구강 검진 모습
요양원 치매 어르신 구강 검진 모습 ⓒ 참여연대

구강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민간 최초의 장애인치과병원을 열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틀니 제공 사업을 하고, 치과 진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치매 장기요양 어르신의 구강 돌봄 활동을 하는 의사가 있다.

그는 요즘 누구나, 어디서나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과 장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건강수명 5080 : 2050년 까지 건강수명 80세 실현'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건강한 노년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시민사회의 협력을 이끌고 있다.

건강과 돌봄을 실현하는 생활 중심 건강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치과의사이자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인 임지준 건강수명 5080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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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치과 진료를 함께 하는 따뜻한치과병원 의사이고,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지준입니다."

-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치과 진료를 하는 우리나라 최초 민간 장애인 치과 병원을 운영하시는데,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화학 같은 순수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로 전공을 하려 했어요. 저희 아버님이 공대 출신인데 조기 퇴직하셔서 그런지 제가 전문직을 하길 원하셨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치과 대학을 갔죠. 그런데 대학을 가니 공부하고 싶었던 전공도 아니고, 암기식 공부가 너무 싫더라고요. 대학 시절에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공중보건의로 포천 내촌면으로 갔는데 공중보건시설이 논밭이 있어서 접근이 힘들게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환자가 일주일에 한 명 정도 오더라고요. 제가 지루하고 심심한 걸 못 참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을 청년회랑 아는 치과 업체들과 이야기해서 아이들에게 치과 검진만 오면 칫솔 세트를 주겠다 했어요. 600세트 정도를 마련하고 홍보했더니 갑자기 환자가 하루에 25명 정도 오더라고요. 하루는 포천에 있는 장애인시설에서 일하시는 분이 진료받으러 오셨다가 장애인들이 구강검진이나 치과 진료를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진료해 줄 수 있는지 묻더라고요. 장애인 대상으로 하는 진료라 걱정도 되고 자신감은 없었지만, 대학 때 장애인 봉사 동아리를 한 경험도 있어서 한번 해 보겠다 했어요. 그렇게 장애인 치과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학 시절 장애인 봉사 동아리도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진료받는 치과 병원을 운영하니 사람들이 특별히 장애인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를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특별한 계기라고 할 건 없어요. 친척 중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계시긴 했어요.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장애인 인식 개선이 된 거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치과의사로 환자 진료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 있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잖아요. 장애인이나 치매 환자를 위한 돌봄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제가 사람들이 돌보지 않고 불편해 하는 곳에 시선이 가고, 그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것에 관심이 가다 보니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던 거 같아요.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치과의사라는 능력과 기술을 발휘해서 돌봄 활동을 한 것이죠."

 2001년 1월 30일 장애인 불우노인 전용 치과 개소식 모습
2001년 1월 30일 장애인 불우노인 전용 치과 개소식 모습 ⓒ 참여연대

- 현재 장애인 치과 치료뿐만 아니라 장기요양·치매 어르신 환자를 위한 스마일 돌봄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계시는데,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중보건의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이 치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틀니는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계시더라고요. 동료 공중보건의들이랑 의기투합해서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무료 틀니를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경제 상황이 어려운 어르신들 대상으로 '천사 캠페인'(천 명에게 무료 틀니 해드리기)을 시작했고, '사랑나누기치과의사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어요.

저소득층 대상 무료 틀니 사업은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아서 잘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단순히 의사 개인의 봉사 활동으로 유지하기에는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더라고요. 의사들의 경제적 지원 문제도 한계가 있었고, 진료도 생각보다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젊은 치과의사 등 치과계 참여를 더 넓히고, 경제적 지원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고, 장애인을 위한 치과 치료 시스템도 확대하고, 진료시스템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스마일 재단'을 만들었어요. 공공장애인치과병원 설립과 장애인 치과 진료 네트워크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치과 진료 환경도 많이 개선되었어요.

장애인 대상 구강 돌봄 활동을 시작으로 저소득 어르신 대상 무료 틀니 제공 등 사각지대를 찾아 활동하다 보니 치매 어르신 환자들이 치과 진료를 받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장애인치과병원에서 치매 환자는 치료받지 못해요.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니거든요. 장애인의 경우,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치료 제공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여 기존 대비 200% 수준으로 책정되었고, 2024년부터는 300%로 인상되어 지원되고 있어요. 하지만 치매는 법적으로 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이러한 수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요. 문제는 치매 어르신도 행동 조절이 어렵고, 고령으로 인해 전신질환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크고, 치과치료 후 사망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치과에서는 관련 수가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실제 진료 접근이 매우 어려워요.

치매 국가책임제가 시행되었지만, 초기 정책에서 치과 분야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어요. 치매 교육 대상 직군에서도 치과의사와 약사는 제외되었고, 치매안심센터 등 주요 체계 안에도 치과 관련 인력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황이 바로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치구협)의 설립 배경이 되었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하나씩 돌파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장애인 치과진료만 담당하던 스마일재단도 치매 영역까지 확장하여 '스마일돌봄'을 기획했어요. 치매 어르신의 구강 돌봄이 병원 밖 방문진료 형태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선제적인 모델로 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에 구강보건실도 설치하고요. 이를 시작으로 2025년 현재까지 총 6곳에 구강보건실이 개소되었어요.

요양시설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구강건강의 중요성은 여전히 간과되고 있었기에, 돌파구가 필요하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서울요양원에서 우리 협회가 주도해 최초로 구강검진을 시행했고, 그때 요양원 관계자분들이 장기요양기관의 평가지표에 '구강관리 항목'을 독립된 지표로 신설하자고 제안한 거죠. 그 순간을 기점으로 관련 활동과 정책들이 빠르게 전개되기 시작했어요. 하나하나 쌓아 올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마치 기적처럼 상황이 풀려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임지준 따뜻한치과병원 의사,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
임지준 따뜻한치과병원 의사,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 ⓒ 참여연대

- 장애인 및 치매 환자를 위한 치과 진료 사업을 오랜 기간 봉사 차원을 넘어, 진료시스템 구축과 정부 정책 제안까지 적극적으로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노력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최근에는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새롭게 추진 중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경제적으로 틀니조차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고 '천사 캠페인'(천 명에게 무료 틀니 제공)을 시작했는데, 이후 국가 틀니 보험 도입의 계기가 되었어요. 당시 노인들에게 틀니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계기가 됐고, 2012년에 노인 틀니가 일부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어요.

장애인 치과 진료의 경우에도 권역별로 16개 센터가 설립되었어요. 서울에는 중앙센터로 서울대학 치과 병원 내에 있고, 인천에는 가천길병원, 강원도에는 강릉원주치과대학병원에 있어요. 그래서 장애인들도 치료받을 때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받을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예약이 6개월씩 밀려 있는 등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지만 장애인 구강 돌봄은 어느 정도 시스템이 잘 운영되는 거 같아요.

저는 돌봄 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우선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돌봄은 제가 평생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일이기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고요.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에 출마하시는 분들이 공공 요양원이나 공공 돌봄 시설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길 기대하고 있어요.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먼저 몇 곳에서 공공 요양원을 시범 운영해 보고 성과가 확인되면 자연스럽게 국가 차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치매·장기요양·고령 장애 등으로 인해 민간 치과 의료체계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주도의 전문 치과 진료 체계도 구축될 필요가 있어요. 서울시는 아직 치매나 장기요양 대상자를 위한 공공 치과병원 설립 계획이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경기도는 전국에서 요양원이 가장 많고, 전국적으로도 치매 환자 수는 약 100만 명, 장기요양 인정자는 120만 명이 넘는 등 수요가 매우 높아요.

현재 저는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재)돌봄과미래,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치매가족협회, 스마일 재단 등과 함께 경기 북부와 남부에 각각 1개소씩 공공 치과병원을 설립해 줄 것을 정부와 경기도에 공식 요청하고 있어요. 치료는 물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그리고 방문 진료가 가능한 이동 진료시스템까지 갖춘 공공치과 모델을 구상하고 있어요. 이 모델이 현실화한다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2025년 5월 19일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와 한국노인복지중앙회가 정부와 경기도에 ‘공공치과병원’ 설립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로 합의하였다.
2025년 5월 19일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와 한국노인복지중앙회가 정부와 경기도에 ‘공공치과병원’ 설립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로 합의하였다. ⓒ 참여연대

- 올해 처음으로 5월 2일을 '건강 장수의 날'로 제정하고 '건강수명 5080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건강수명 5080 국민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건강수명 5080 비전 선포'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구체적 내용이 궁금합니다.

"'건강수명 5080 프로젝트'는 2050년까지 국민 건강수명을 80세로 끌어 올리자는 목표를 담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건강 장수국가를 만들자는 차원을 넘어, 보건 정책의 중심을 '치료와 요양'에서 '예방과 돌봄'으로 전환하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데 그 핵심이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5년마다 건강수명을 2년씩 연장하여 2050년까지 평균 건강수명 80세 달성, 그리고 2100년에는 세계 최초의 '100세 건강 장수국가'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의료, 간호, 치의학, 영양, 재활, 약학, 돌봄, 보건행정, 과학기술 등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현재 35명의 추진위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참여 단체는 현재 30개에 이르며, 오는 9월 8일에는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본부'로 정식 창립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이 프로젝트가 국가위원회 형태로 구성되고, 5월 2일이 '건강장수의 날'로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저는 그동안 돌봄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이어오며, 전국 60곳이 넘는 요양원을 직접 다녔어요. 그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돌봄에 들어가지 않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돌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치료에 의존하기보다, 누구나 어디서나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예방 중심의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제는 '건강수명 5080 프로젝트'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 '건강수명 5080'의 의미는 무엇이고, 5월 2일을 '건강 장수의 날'로 정한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건강수명 5080'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병원과 요양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국가 전략으로 삼자는 선언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보다 평균 15년 가까이 짧고, 지역 간에는 최대 10년, 소득 간에는 약 9년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소득과 지역에 따른 건강수명 격차는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생명권의 불평등 문제입니다. 그래서 건강수명 5080 프로젝트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건강을 실현하기 위해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간 격차는 5년 이내로, 지역 및 소득 간 건강수명 격차는 2년 이내로' 줄이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요.

이 목표를 담은 상징적인 날이 바로 5월 2일, '건강 장수의 날'입니다. 이날은 단순히 '오복(5)'과 '구강 건강(치아의 2)'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넘어, 건강 수명과 기대 수명 간의 격차를 5년 이내로 단축하고, 소득 및 지역 간 건강 수명 격차를 2년 이내로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상징하는 거예요.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치료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건강 문화로의 실질적인 전환점을 의미해요. 5월 2일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어, 국민 스스로가 건강한 삶을 준비하고, 정부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국민주도형 건강문화 혁신의 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건강수명의 소득별,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인인권기본법' 내에 수명 격차 해소를 위한 조항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하셨는데, 건강수명이 소득별,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배경이 무엇인가요?

"누구나, 어디서나 질병 또는 장애 없이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건강수명인데, 건강수명 관련 연구 결과들을 보면 소득별, 지역별 차이가 나요. 건강수명의 지역 간 격차는 최대 10년, 소득 간 격차는 약 9년이 나요. 그런데 이 차이는 민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국가가 개입해야 할 구조적 인권 문제이죠. 예를 들어, 같은 소득 1분위 계층이라 하더라도 경기도 용인 수지구의 기대수명은 86.4세지만 강원도 철원군은 73.5세라고 해요. 단지 사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려 13년의 생명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농담으로 '오래 살고 싶으면 건강수명이 높은 특정 지역으로 이사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와요. 건강수명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거죠.

소득 수준에 따라 건강수명이 차이가 나는 건, 어느 정도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소득이 같아도 지역별로 건강수명에 차이가 난다는 건 분명한 문제가 아닐까요? 같은 조건에서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건강이 달라진다는 건, 정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격차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득별·지역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적 선택이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해 봐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지역별 건강 격차에 의료자원의 불균형이 있다면 건강수명이 낮은 지역에 의료자원을 먼저 분배하거나 다양한 공공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지역 발전을 위해서 공장 많이 짓는데, 공장 짓는 것만큼 고령화 시대에 맞게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에 투자하는 것도 생산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 지방선거에서 많은 지자체장이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고 고민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노인인권기본법'에 건강수명 격차 해소를 위한 조항들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구체적으로 '지역 간 건강수명 환경 격차 해소' 명시, '건강수명 형평성' 조항 신설, 지역별 건강수명 모니터링 지표 도입 및 성과기반 인센티브정책 도입 등 입법 방향을 담았고요. 노인인권기본법은 단지 노인의 복지를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생명권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기준이자 건강한 삶을 위한 것이라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국민 누구나 건강수명 5080을 위해 모든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건강관리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건강수명 5080은 '누구나, 어디서나 건강수명 80'이라는 비전을 갖자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건강수명 5080 실천 7대 전략'을 정했어요. 핵심 구호가 '치아 튼튼, 영양 든든, 근육 탄탄, 마음 단단, 검진 꼭꼭, 약물 똑똑, 습관 쭉쭉'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일상생활 속에서 치아가 건강해야 잘 먹고 몸 건강을 지키고(치아 튼튼),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해야 면역력과 체력도 유지하고(영양 든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돌봄 아닌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근육 탄탄), 심리 정서적 안정을 통해 정신 건강도 함께 돌보고(마음 단단),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야 조기 예방하고(검진 꼭꼭), 올바른 약물 복용과 관리하고(약물 똑똑), 흡연하지 않고, 잠을 잘 자는 좋은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해야(습관 쭉쭉) 건강수명이 80세가 실현된다는 의미로 만들었어요.

현재 의료 시스템은 치료 중심으로 병이 나면 치료하고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요. 건강수명 5080은 치료보다는 예방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병원과 복지시설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장수가 아니라 지역과 가정에서 스스로 건강하게 생활해서 건강 장수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2025년 5월 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건강장수의 날(오복 데이) 기념 ‘건강수명 5080 비전 선포식’
2025년 5월 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건강장수의 날(오복 데이) 기념 ‘건강수명 5080 비전 선포식’ ⓒ 참여연대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의 큰 방향은 건강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국회에서 건강축제 같은 행사를 개최하고, 조기축구회 등 생활체육 단체들과 협업하여,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게 건강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할 예정이에요. 올해 처음으로 5월 2일을 '건강 장수의 날'로 지정해 비전 선포식을 진행했는데, 내년부터 이를 법정기념일로 제정하고, 건강축제 주간으로 확대해 다양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한, 어릴 때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연계한 청소년 건강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고요. 나아가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한 '핑크리본 운동'처럼, 건강 장수의 기적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로 '미라클 5080'이라는 이름의 국민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어요.

추진 방식은 '따로, 그러나 똑같이'라는 원칙에 따라, '건강수명 5080'이라는 큰 기치 아래 치과, 영양, 재활, 약학 등 다양한 분야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치과는 구강 돌봄 캠페인을, 영양 분야는 식생활 개선 활동을, 재활 분야는 어르신의 근육 유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입니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통해 하나의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것이죠.

더불어 치매 예방을 위한 '대한민국 치매 극복 123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에요. '1년, 2%, 30%'이라는 구호는 치매 발병 시기를 1년 늦추고, 유병률을 2% 낮추며, 가족 돌봄 부담을 30% 경감하자는 목표를 담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효과를 추구하면서도,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현실적인 방향을 지향합니다.

오는 9월 8일에는 '건강수명 5080 국민추진위원회'를 '국민운동본부'로 전환하여 공식 창립할 계획이고요. 이후 새 정부에 이 운동이 민·관 협력 기반의 국가 프로젝트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안할 예정입니다. 저출산 대응이 매우 중요한 정책 분야임은 분명하지만, 그 예산의 일부를(단 5%만이라도) 건강수명 분야에 투자한다면, 노인 문제 해결은 물론 국민의 건강수명도 가시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건강과 돌봄이 탄탄히 뒷받침되는 진정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저는 사람들이 흔히 관심 두지 않는 분야에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주류의 길만 따르게 된다면 사회는 어느 한 방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열 명 중 한 명만이라도 관심 받지 못한 곳, 소외된 분야에 눈을 돌린다면 사회 전체가 더욱 단단하고 균형 있게 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비주류라고 여겨졌던 치매나 장애인 분야에 몸담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지금 치과계에서 균형을 잃고 있는 부분들을 다시 바로잡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저는 비주류의 길을 기꺼이 선택하며, 사회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주류의 뒤편, 관심 받지 못한 영역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균형을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가장 집중하고 싶은 일은 '건강수명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에요. 소득에 따라, 지역에 따라 기대수명이 달라지는 현실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입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든 존엄하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 저는 그 출발점에 '구강건강'과 '돌봄'이 있다고 믿으며, 앞으로도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복지동향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월간 <복지동향>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민아·전은경 활동가가 인터뷰하고 정리했습니다.


#복지동향#임지준#치매구강관리#공공치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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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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