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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우리는 내란 세력들이 북한을 도발해 계엄의 명분을 찾으려 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는 그렇게 한 몸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속된 남북 대결과 불신은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이제 한반도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 아직도 접경지역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대북, 대남방송을 중단하고 더 이상 서로에게 오물풍선과 대북 전단지를 살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제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대화를 모색해보자(관련 기사: 남북관계, '적당한 거리'에서 다시 시작하자, https://omn.kr/2dcx2). 이제 정치에 남북관계를 맡겨둘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서로 방문하고 만나고,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사회문화교류가 남북관계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내가 공동집필자로 참여한 신간 <구역으로 본 평양학개론>(2025년 6월 출간)을 소개하고 새로운 한반도에서 평양 방문을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다시 시작된 평양 여행, 하지만 한국인은 갈 수 없다?

구역으로 본 평양학개론 구역으로 본 평양학개론 표지 사진
구역으로 본 평양학개론구역으로 본 평양학개론 표지 사진 ⓒ 조유현

설레는 마음으로 고려항공 비행기에 올라섰다. 드디어 평양에 간다. 낯선 평양 말투의 스튜어디스도, 요깃거리로 나온 '다진 소고기와 겹빵'(햄버거)도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은둔의 왕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심장, 평양을 가는 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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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비행을 마치고 산비탈을 깎아 만든 '뙈기밭' 넘어 평양국제공항이 저 멀리 내려다보인다. 리모델링 된 평양국제공항은 한산하지만 깔끔하다. 이제 버스를 타고 말로만 듣던 평양, 그 깊은 도심 속으로 향한다. 널찍한 도로에 비해 한산한 거리, 새롭게 들어선 고층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시민들의 모습까지, 존재하지만 비현실적인 이곳은 평양이다.

이렇게 평양에 도착한 이는 안타깝게도 필자도, 한국 사람도 아니다. 최근 북한 관광에 나선 러시아인의 유튜브 영상 속 평양의 모습이다. 부산보다 가까운 곳이지만, 남한 사람들은 여전히 북한 평양에는 갈 수가 없다. 평양은 여전히 그곳에 있겠지만 한국인들이 느끼는 거리는 더 멀어진 느낌이다.

필자가 2022년 평양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과 함께 평양학연구회를 만들어 공부한 지도 3년이 되어 간다. 평양학연구회는 그간 <평양 오디세이>(2022)와 <북한 자료로 본 평양학개론>(2024)을 출간하며 기초를 다져왔다. 이번에 출간하는 <구역으로 본 평양학개론>은 앞선 두 권의 평양학 교양총서에 이은 세 번째 책자이다.

구역별로 여행하는 평양학개론

 북한 길거리에서 펼쳐진 군인 퍼레이드(자료사진).
북한 길거리에서 펼쳐진 군인 퍼레이드(자료사진). ⓒ micha_braendli on Unsplash

이 책은 평양을 구성하는 19개 구역(區域)과 2개의 군(郡)을 각각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평양의 구역을 소개한 자료로는 2003년 남북이 함께 제작한 <조선향토대백과>가 거의 유일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평양은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새롭게 변화한 평양의 구석구석을 행정구역별로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소개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평양의 행정구역별 특징들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각각의 구역들이 갖는 역사적,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특징들을 각 장의 소주제로 선정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또한 각 구역의 주요 지리를 인공위성 사진을 활용해 소개하고 개별 장소나 건축물 사진을 통해 독자들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각 장 마무리에서는 해당 구역별로 핫플레이스를 선정해 소개했다. 각 구역을 여행하고 맛집도 경험할 수 있는 당일 여행 추천 코스라 할 수 있다.

평양학연구회 집필자들은 모두 각 구역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연구하고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맡은 구역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노력했다. 돌아보건대 평양의 각 구역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평양 연구의 '맛'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돈 없고 시국도 불안정... 어렵사리 나온 이 책

이 책이 나오는 과정은 평탄치 않았다.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이 시국에 무슨 평양 연구냐'는 말도 들어야 했다.

책자 발간을 위한 재정 지원도 끊겨 출간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평양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안 좋을수록, 북한을, 평양을 더 깊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 잡고 군사분계선 넘는 남-북 정상 2018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오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손 잡고 군사분계선 넘는 남-북 정상2018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오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매달 여의도에 모여 서로가 조사한 구역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글을 쓰며 연구자로서, 힘들면서도 또 행복했던 기억들을 다시 돌아봤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분의 마음이 함께 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 책을 들고 평양에 한 달 간 머물며 19개 구역과 2개 군을 모두 여행할 수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남과 북이 하루빨리 증오와 적대를 해소하고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길 기원해 본다. 자, 준비는 끝났다. 이제 평양의 알록달록 다채로운 구역들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


구역으로 본 평양학개론

조유현, 김미연, 김태윤, 박소혜, 정일영, 허선혜, 황주희 (지은이), 민속원(2025)


#평양#평양학개론#구역#골목#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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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평양학개론],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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