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의 날 기념 국악 한마당. 여민동락 ⓒ 이상기
2023년 7월 국악진흥법이 통과되었다. 국악을 육성 진흥하고 국악 문화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때부터 시행한다고 했으니 국악진흥법은 2024년 7월부터 그 효력을 발휘했다. 이 법에 따라 국악의 날이 만들어졌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29년(1447) 6월 5일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여민락(與民樂), 치화평(致和平), 취풍형((醉豐亨) 등의 음악을 공사간 연향에 모두 통용케 했다." 그에 따라 백성과 더불어 악을 즐기도록 한 6월 5일을 국악의 날로 설정하게 되었다.
그 첫해 국악의 날을 알리는 행사와 공연이 6월 5일 곳곳에서 열렸다. 경복궁 흥례문 앞 광장에서 제1회 국악의 날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여섯 지역의 농악 길놀이가 펼쳐졌다. 그리고 공연과 행사로 이루어진 '여민락 대축제'가 6월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다.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세종 때 왕실 연회를 재현한 '세종조 회례연'이 7일과 8일 양일간 개최된다. 6월 5일부터 15일까지 국립국악원, 지방 국악원, 지역 문화재단이 준비한 공연과 행사, 교육 프로그램, 학술대회 등이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목계나루에서 열리는 국악 한마당 ⓒ 이상기
제1회 '국악의 날·국악주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소개, 국악 프로그램, 공지사항이라는 세 개의 배너가 나온다. 소개에 따르면 "제1회 국악의 날을 기념해 6월 5일부터 15일까지를 국악주간으로 정해 국악이 우리 모두 함께 즐기는, 진정한 국민의 음악임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에 따라 총 49건의 국악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국악의 날 기념 충주시민과 함께 하는 여민동락' 행사가 6월 7일(토) 충주시 목계나루에서 진행된다고 나온다.
목계나루에서 예술인들과 함께 충주의 국악을 이야기하다

▲발제를 하는 사물놀이 몰개 이영광 대표 ⓒ 이상기
6월 7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목계나루에서 충주시민과 함께 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 행사가 열렸다. 충주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이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악 이야기 마당과 국악 한마당으로 이루어졌다. 국악 이야기 마당은 '충주의 국악문화'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콜로키움이다. 서울과 충주의 국악인 2명이 발제를 하고, 충주의 국악 종사 4명이 패널로 나와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국악 한마당은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공연팀이 네 마당의 공연을 펼쳤다.
국악 이야기 마당에서 발제한 두 사람은 충주에서 30년 이상 활동한 사물놀이 몰개 이영광 대표와 한예종 전통예술원 전지영 교수다. 이영광 대표는 충주의 유구한 역사와 가야금 명인 우륵으로부터 이어지는 예술의 맥을 이야기했다. 그러한 전통이 탄금대, 목계나루, 달천에 남아 있어, 지역민의 삶과 함께 해왔다. 그런데 충주가 지방의 중소도시로 전락하면서 예술의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줄어들고, 맥이 끊기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국악 이야기 마당 토론에 참석한 사람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사회를 본 한예종 전통예술원장 성기숙 교수 ⓒ 이상기
전지영 교수는 '국악과 지역문화유산'이라는 발제를 했다. 첫 마디가 국악은 전공자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악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악은 현장을 모르는 훈수나 정답을 사양한단다. 지역 문화유산 관련 행사에서도 정답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원형의 내실을 기하고 지역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훈수를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지자체 중심으로 기획 운영하다 보면 시민과 소통이 부족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는 그만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가한 충주의 대표적인 국악인들은 자신들이 겪어온 어려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경·서도 소리꾼 이영희는 30년 동안 충주에서 국악과 소리를 전승하고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후계자 양성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충주 시립국악단 단원인 마혜령은 10년 이상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자신이 올바른 길을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국악협회 충주지부 김경태 부지부장은 행정기관의 관심과 지원 부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에 대해 함재곤 충주시 문화예술과장은 비판을 수용한다면서도 예술인들의 꾸준한 활동과 화합을 요청하기도 했다.
목계나루에서 펼쳐진 수준 높은 국악의 향연
▲헌천수(獻天壽)
이상기
비교적 무거운 주제로 한 시간 토론하고 나서 한예종 예술원 교수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공연팀의 전통 국악 한마당이 두 시간 동안 펼쳐졌다. 공연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헌천수(獻天壽)다. 궁중음악으로 임금이 천수를 누리길 바라면서 바치는 반주음악이다. 생황이 곡을 연주하고 양금이 리듬을 맞추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소리가 고상하면서도 품위가 있다. 생황을 진윤경 한예종 교수가, 양금을 김형섭 한예종 교수가 연주했다.
2부는 산조 앙상블이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그것은 국악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산조 앙상블이기 때문이다. 또 공연에 참가한 연주자들도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들이어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거문고 유영주, 가야금 김형섭, 피리 진윤경, 칠현금 류경화, 장구 이강토다. 거문고와 가야금이 앞에 서고, 피리와 칠현금이 뒤에 서서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약과 장단, 빠름과 느림이 조화를 이루며 17분간 물 흐르듯 연주가 이루어졌다. 행사에 참가한 관객들이 모두 연주에 빠져들었다.

▲산조 앙상블: 거문고, 가야금, 피리, 칠현금, 장구가 어우러진 산조 ⓒ 이상기
3부는 소고춤이다. 한예종 연희과 학생 9명이 소고를 들고 나와 소리와 재주를 보여주었다. 4부는 연희 한마당이다. 연희 한마당은 섞어잽이, 사자춤, 사물판굿으로 이루어졌다. 섞어잽이는 7명의 사물놀이패와 5명의 춤꾼이 함께 펼치는 연희로 춤으로 시작해 사물놀이로 끝난다. 사자춤은 7명의 사물놀이패의 음악에 맞춰 두 마리 사자가 춤을 춘다. 섞어잽이와 사자춤은 같은 사람들이 공연을 만들었다.

▲사자춤 ⓒ 이상기
마지막으로 행해진 사물놀이 판굿은 사물놀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예를 시연하는 종합 연희다. 사물놀이는 물론이고, 상모돌리기, 버나돌리기를 보여주었다. 버나돌리기에는 관객들을 불러 함께 연희를 하기도 했다. 사물놀이 판굿을 마치고는 행사를 주관한 충주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 관계자와 한예종 전통예술원 공연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이야기 마당에 참여한 발표자와 관객 일부도 함께 했다.

▲목계나루: 다리가 놓이며 배의 운항이 끊겼다. ⓒ 이상기
목계나루는 한강의 내륙항 중 가장 번성했던 곳이다. 강 건너 가흥에 조창(漕倉)이 있고, 목계와 엄정에 내창(內倉)이 있어 조운선(漕運船)과 상선(商船)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 때문에 조선시대 목계는 하항 마을로 번창했다. 목계나루에서는 예술인들이 모여 목계별신제를 지냈고, 목계나루 뱃소리 같은 민요가 전해지고 있다. 목계나루는 또 신경림 시인의 시 <목계나루>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중원민속보존회에서는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을 위해 '목계나루 뱃소리의 가치 발굴과 학술적 조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