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배우고 싶었던 재봉틀을 배우기로 했다. ⓒ sharonmccutcheon on Unsplash
은퇴를 하고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모든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오랫동안 배우고 싶었던 재봉틀을 배우기로 했다. 어떤 이는 책과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했지만 재봉틀이 없던 나에겐 시도조차 어려웠다.
재봉틀에 대한 열망은 조카의 결혼식에서 극에 달했다. 사촌 언니는 손으로 하는 모든 조작 활동에 천부적 재능을 보였다. 뜨개질도 잘했고 재봉틀도 잘 했다. 드디어 그 솜씨가 꽃을 피운 것은 딸의 결혼식에서였다. 언니의 딸은 언니가 6개월 동안 손수 한 코 한 코 뜨고 망사 레이스로 풍성하게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버진 로드를 걸어 나왔다. 유명 디자이너의 드레스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그 웨딩드레스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추억이 되고 사랑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었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엔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정색의 재봉틀이 있었다. 엄마의 혼수품이었다. 엄마는 책상 높이의 재봉틀을 열고 까만 망아지 같은 몸통을 꺼냈다. 발로 페달을 밟고 바쁘게 손을 움직여 식탁보를 만들고 옷을 만들고 해어진 옷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수동식 재봉틀은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야리야리하게 생긴 희고 편리한 전자식 재봉틀이 나왔으나 나의 재봉틀은 여전히 추억 속의 까만 재봉틀뿐이다.
재봉틀을 배운 지 이제 1년 가까이 되어간다. 나를 재봉틀 앞에 앉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동대문구 용두여성복지관이다. 재봉틀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알게 된 용두복지관은 용두문화복지센터내의 3~4층의 시설이다. 용두문화복지센터는 2018년에 지하 2층~지상 5층 3630(제곱미터)로 231억이 투입되어 2018년 9월 13일에 개관된 동대문구 문화시설이다. 다양한 여가와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북 카페와 직장어린이집, 열람실, 시니어 홀과 지상 5층 다목적체육시설과 다양한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강의실이 있다.
용두복지관은 3개월 단위로 3, 6, 9, 12월에 신청을 하는데 유료, 또는 무료 강좌들이 37개가 있다. 유료 강좌도 3개월에 3만 원 정도의 저렴한 수강료도 수강할 수 있는데 조건이 있다. 유료 무료 관계없이 1인 1강좌만 수강 가능하다. 수강하고 싶은 과목은 너무 많은데 재봉틀 한 강좌만 수강하는 이유이다. 일부분의 시민이 아닌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구)의 배려가 아닐 수 없다. 하고 싶은 많은 강좌 중 한 개를 정한 후 수강신청하는 날 잊지 말고 빨리 들어가서 신청을 해야 한다. 인기 강좌는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마감이 되기 때문이다
재봉틀 수업은 생활 한복, 패션디자인, 홈패션, 패션리폼과 전문가 양성을 위한 양재 기능사 과정 등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나는 초보답게 홈패션으로 시작했다. 홈패션에서 밑실 감기, 윗실 끼우기, 북집끼우기, 직선 박기와 곡선 박기, 되돌아박기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6개월 동안 수강했다. 처음엔 밑실을 잘못 넣어 안 박히기도 하고, 바늘을 내려놓고 밑실을 꺼내 바늘을 부러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배우니 이제 바늘도 알아서 끼우고, 노루발도 척척 끼우고 뺀다. 그래서 초보는 홈패션을 추천한다.
기초를 배우고 자신감이 붙었다면 패션리폼반 수강을 권한다. 패션리폼을 6개월 가까이 배우면서 바지길이 수선은 누워서 떡 먹기이고 친절한 강사님의 도움을 받아 바지통도 알맞게 줄여서 유행이 지난 바지도 회생시켰다. 유행이 지난 블라우스의 길이도 줄여보고 작아서 못 입던 바지의 허리도 힘들었지만 수선하여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패션리폼반이야말로 지구환경에 꼭 필요한 수업이다고 생각한다. 유행에 따라 계절에 따라 멋진 옷을 구입하지만 쉽게 버려지는 일명 '패스트패션'은 지구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옷을 만들기 위해 소비되는 이산화탄소와 많은 물, 청바지 한 번에 1만 리터의 물이 소모되고 티셔츠 하나에 2700리터의 물이 소모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화학제품, 그 외에 쉽게 버려지는 폐섬유류들과 의류 폐기물들은 매립, 또는 방치되어 쓰레기가 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옷을 살 때 꼭 필요한 옷인지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구입한 옷은 쉽게 버리지 말고 수선하여 입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패션리폼은 미약하나마 환경을 지킴이를 선도하는 강좌이다. 주는 옷 수선을 하는 강좌이지만 못 입는 청바지를 이용해 파우치도 만들고 폐플래카드를 이너 백으로 만들기도 하는 패션 리폼. 지금도 인기가 많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수강했으면 하는 바람과 배우고 싶은 열망을 다양한 강좌가 준비되어 있는 용두문화센터(여성복지관)에서 해소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애 올라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