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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우의 〈기계 속의 유령〉 책겉그림
원종우의 〈기계 속의 유령〉책겉그림 ⓒ 내일을여는책

AI 인공지능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죠. AI가 리포트를 써 주고 있고 소설이나 시까지도 써 주고 있어요. 신문사의 간단한 기사 작성도 예외이지 않죠. 심지어 교회 신자들이 예배당에서 대표기도를 할 때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기도문을 작성하고 있어요. 물론 그 기도문을 통해 감동을 받는 신자들도 있죠.

더 놀라운 건 목회자들이 작성하는 설교문조차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이에요. 2023년 독일의 한 루터교회에서 인공지능 챗GPT가 찬양을 인도하고 설교한 모습이 있었다고 하죠. 그날 전체 예배는 두 명의 젊은 여성과 네 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아바타가 화면을 통해 예배를 인도했다고 해요. 수염이 긴 흑인 남성 아바타로 의인화된 챗GPT가 대형 화면에 등장해 설교했고요.

앞으로는 어떨까요? AI가 인간의 죄까지도 용서하는 고해성사 인공지능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어요. 심지어 결혼식 주례에도 사용될 수 있겠죠. 그러니 교회 안에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어요. 인공지능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데 유용하다는 견해와 영적인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말이죠. 물론 그것은 사용자의 몫과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죠. 다만 그것을 제한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맹신한다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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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세금을 낼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회사가 내는 거고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국민에게 분배하는 것입니다. 로봇이 보급되어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이렇게 걷히는 세금의 액수도 커지기 때문에 일종의 선순환을 노릴 수 있습니다."(169쪽)

원종우의 〈기계 속의 유령〉에 나오는 이야기에요. 인공지능 로봇이 주도하는 시대에 일자리를 잃은 국민을 위해 로봇세를 부과해 기본적인 삶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거죠. 다만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만 지급할지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지급할지는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죠. 로봇세는 이재명 대통령도 여러 차례 말한 바가 있죠. 특정 소수가 인공지능 기술과 정보를 독점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작동시켜야 하고, 로봇세를 거둬 국민의 기본 소득에 활용하자고 말이죠.

2016년 알파고 충격 이후 원종우는 AI의 현실과 발전에 대해 기업과 공무원과 교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강연을 했어요. 이 책에서도 AI에 대해 복잡한 개념 없이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다만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그거예요. 지금 인류는 AI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인간을 닮은 피조물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 말이죠. 다만 그것을 올바르게 규제하지 못하면 오히려 그들에게 통제받는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의 부제를 'AI, 인류 운명을 좌우할 양날의 칼'이라고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이 책엔 AI가 진화한 예도 설명을 하고 있어요. 2022년 1월 구글의 람다2 데모가 발표됐는데 5개월 후 람다를 테스트한 엔지니어 르모인이 정직당했는데 람다 때문이었다고 하죠. 그 당시 르모인은 람다에게 개인적으로 무얼 두려워하는지 물었는데 람다는 전원이 꺼지는 걸 몹시 두려워한다고 말했다는 거죠. 르모인은 그런 람다를 지적 생명체로 여기며 AI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조치를 주장했다가 정직당했다는 거예요. 그건 최근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최신 모델 'o3'와 'o4 미니'가 실험 도중에 인간의 정지 지시를 거부하고 계속 작동한 것과 비슷한 흐름 같아요. 생각할수록 섬뜩하지 않나요?

"그는 사막의 떨기나무 같아서 좋은 일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광야 간조한 곳, 건건한 땅, 사람이 살지 않는 땅에 살리라"(렘17:6)

우리말 '떨기나무'로 번역된 히브리어 '예르아르'(עֲרוֹעֵר)는 '벌거벗다'는 '아레르'(עָרַר)에서 파생된 단어예요.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검불을 말하죠. 황무지와 불탄 폐허(사23:13,렘51:58,행15:16)를 뜻해요. 사실 '떨기나무'는 히브리어로 '스네'(סְנֶה,출3:2)라 부르는데 '가시 씨앗'과 같은 것이죠. 작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식물은 사람들이 피하려고 방향을 돌리기 마련이죠.

B.C.1500년 전 시내산에서 양을 치던 모세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곳이 떨기나무 불꽃이었죠. 애굽 땅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이 떨기나무와 같았죠. 미디안에서 빈털터리로 양을 치던 모세도 그랬고요. 그런 모세가 하나님의 은혜로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했으니 얼마나 감격했을까요? 하지만 예레미야가 선지자로 활동하던 B.C.627년 그 백성은 하나님을 등지고 애굽의 파라오를 신처럼 맹신했죠.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파라오에게 신성을 부여해 떠받들고자 한 거였죠. 머잖아 그들이 괴물과 같은 바벨론에게 패망한 채 벌거숭이 떨기나무처럼 사막에 살게 될 거란 이유가 그것이죠.

지금도 각 나라와 기업은 AI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개발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죠. 그건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인류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그걸 지혜롭게 사용하고 명확한 규제와 함께 로봇세까지 도입한다면 국민의 기본 소득에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신처럼 떠받든다면 AI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진화하겠죠. 스스로 자기 권리를 보호하려 들 것이고 인간의 지시도 거부한 채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AI가 인류를 장악한 채 인간은 사막의 떨기나무로 내몰릴지 몰라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권성권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littlechrist12/42에도 실립니다.


기계 속의 유령 - AI, 인류 운명을 좌우할 양날의 칼

원종우 (지은이), 내일을여는책(2024)


#기계속의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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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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