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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8일, 규모 7.7의 지진이 미얀마를 강타했다. 중부 사가잉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지진은 인근 지역인 만달레이와 네피도를 포함해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남겼다. 해당 지진의 여파는 태국 방콕의 30층 규모 정부 청사가 붕괴하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으며, 지난 5월 29일까지 규모 5.4의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라이시스24>에 따르면, 최초 지진 발생일로부터 4월 중순까지 여진은 총 468회 이상 기록됐다. 피해 범위도 광활했고, 기간도 긴 지진이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에는 최소 3740명 사망, 5104명 부상이라는 인재가 따랐다. < AP통신 >은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된 숫자를 약 35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진앙을 찾다

진앙인 사가잉과 만달레이 등지의 피해는 다른 지역보다 심각하다고 알려졌다. 만달레이와 사가잉 지역에서만 최소 2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단법인 아디는 지난 2025년 5월 13일,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해 피해 현황을 눈으로 확인했다.

 만달레이 내 붕괴된 건물의 흔적
만달레이 내 붕괴된 건물의 흔적 ⓒ 사단법인 아디
이라와디 강변 임시 텐트 사단법인 아디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를 채우고 있던 수많은 건물과 교량은 붕괴한 상태였다. 5월 방문 당시 현장 곳곳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재건이 진행되지 못하고 방치된 건물의 터도 수두룩했다. 가장 가시적인 피해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이라와디강(Irrawaddy River) 근처였다. 지반이 약한 강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던 가옥들이 파괴되었고, 그 잔해의 옆으로 임시 텐트가 줄지어 세워진 모습이었다. 앞으로 수개월간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강변에 설치된 임시 텐트의 행렬은 사뭇 불안한 장면이었다.

고립된 사가잉

사가잉은 만달레이와 함께 지진 피해가 심각한 지역 중 하나지만, 미얀마 내부의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 건물의 80%가 파괴되고, 소방서마저 붕괴한 사가잉(msf south asia)을 복구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이지만, 미얀마 군부는 사가잉이 PDF(People's Defence Forces, 인민방위군)의 주둔지라는 이유로 되려 구호 물품 반입의 통제를 강화했다.

 붕괴된 아바 대교(Ava Bridge)
붕괴된 아바 대교(Ava Bridge) ⓒ 사단법인 아디
현장 취재 결과, 만달레이와 사가잉을 잇는 주 통로인 이라와디강 위 아바 대교(Ava Bridge)는 붕괴해 완전히 폐쇄되었다. 단 하나 남은 교량을 통해 사가잉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은 군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최소 2시간 이상의 검문 행렬을 지나야 했다. UN 인도주의 업무조정국(UN OCHA)에 따르면, 사가잉은 지진 피해 이전에도 군부의 공습으로 인해 5만 8525채의 주택이 불타고, 1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취약 지역이다. 지진과 몬순 기의 폭우는 이들을 벼랑 끝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단법인 아디는 만달레이에서 약 130km 떨어진 메이크틸라에서 평화 세대 양성을 목표로 도서관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5월, 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한 메이크틸라 역시 비교적 진앙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지진의 여파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우리 사업의 참여자인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 두 명의 가옥이 파괴되는 사고가 있었다.

 메이크틸라 평화도서관 학생의 가옥이 지진 피해를 받은 모습
메이크틸라 평화도서관 학생의 가옥이 지진 피해를 받은 모습 ⓒ 사단법인 아디

아디는 사업의 참여자들이 지진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 확인 후 즉시 구호 기금을 모금했고, 5월 13일 출장 당시 피해 학생을 직접 만나 기금을 전달했다. 피해 가옥의 상태는 처참했다. 지붕 및 천장이 훼손되어 빗물이 여과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벽과 기둥도 손상되어 집이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 피해 가옥을 점검한 현지 건축 기술자의 말에 의하면, 해당 가옥들은 사람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나, 재건 혹은 이사를 위한 비용이 없는 피해 가구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피해 가옥에 거주하고 있었다.

 메이크틸라 내 공립학교가 지진으로 파괴된 모습
메이크틸라 내 공립학교가 지진으로 파괴된 모습 ⓒ 사단법인 아디

메이크틸라 시내 곳곳에 파괴된 건물들이 눈에 띄었고, 공립 학교의 피해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이크틸라의 공립학교 교장과 인터뷰한 결과, 군부에서 피해 정도를 점검했으나 지원에 대한 확답은 없었다고 한다. NGO(비영리단체)나 CSO(시민사회단체)로부터의 지원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다. 수치로 표현되는 피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지역이기에, 더욱 지원의 손길이 늦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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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가치를 알리고, 그 가치에 대한 신뢰를 가진 어린이들을 양성하는 것이 아디가 미얀마에서 하는 일이다. 그러나 미얀마는 재난과 공습, 기후의 악조건과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복합적인 문제 상황에 놓였다. 어떤 방법으로 계속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집을 재건할 때, 우리는 가정을 재건하는 것이다. 우리가 재난에서 회복할 때, 우리는 삶과 생계를 재건하는 것이다."

개발 경제학자이자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을 역임하는 스리 물리아니 인드라와티의 말이다. 그의 말을 바꿔서 인용하면, 미얀마의 지진 피해 생존자들이 잃어버린 것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그들의 삶 자체이다. 미얀마를 재건하는 것은 단순한 공사나 복구 사업이 아닌, 한 사회가 다시 인간의 존업과 공동체의 가치를 되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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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분쟁지역에서 분쟁피해생존자와 현지활동가들과 함께 분쟁과 폭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회복을 기여하는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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