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 이후 지난 6개월간 혼란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며 큰절까지 나온 가운데, 정작 당 지도부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초선인 박수민 의원은 반성문과 큰절을 준비하고 '릴레이 사과'를 시사했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계속해서 원내대표 업무를 이어가게 됐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 의사마저 고민하고 있다.
엎드린 초선, 반면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민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튿날인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께 드리는 반성문을 준비했다"며 "반성문을 읽고 절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 중) 빨리 한 명이라도 (사과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라며 "저부터 릴레이로 하겠다"고 알렸다.
오후 3시 40분께 국회 본관 돌바닥 위에 선 박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웠던 지난 6개월간 충분한 반성과 사과를 전하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계엄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한목소리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조기 하야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논의했다. 우리는 모두 질서 있는 하야를 시도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소추안이 너무 빨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면서 "더 안타까운 건 당내 분열 속에서 '탄핵 반대당', '계엄 옹호당'이라는 낙인까지 저희 스스로 찍은 것이다. 이 낙인이 이번 대선 패배로까지 작용했다"고 주장하며 눈물을 참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새 정부가 폭주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견제해 나가겠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파탄 나지 않도록 새롭게 신발 끈을 조이겠다"라며 "당내 쇄신과 재창당 운동에도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반성문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릴레이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오늘 밤까지 다음 주자를 지명하겠다"라고 덧붙였다. 10분간의 반성문 낭독을 마친 그는 곧이어 돌바닥에 엎드려 사과의 큰절을 올렸다.

▲원내대표직 사퇴 선언한 권성동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뒤 나서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국민의힘이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는 모습이다. 같은 날 오전 사퇴 의사를 밝힌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는 대행의 개념이 없다"는 이유로 다음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 업무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박형수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이날 오후 5시께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권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수리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비대위원장 등의 거취 문제 등도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의총을 열어 추가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현장에선 '사실상 오늘 사퇴한 사람은 없는 것 아니냐'라는 취재진의 질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김 비대위원장만 오는 월요일까지 더 생각해 보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현장] '지금 챌린지 찍나'?... 국힘 박수민 의원 “다음 '사죄 큰절 반성식' 할 사람 지목하겠다”
박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