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전쟁사 우표 전지 (1) 전쟁사 ⓒ 우정청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내가 실제로 겪은 바, 그 말은 명언이요, 진리로 여겨진다. 우리는 사형수가 이후 대통령이 되고, 사형 선고 당시 대통령이 푸른 수의를 입은 일도 보지 않았나.
나는 학창 시절 10여 년 영어를 배웠다. 하지만 학습을 게을리 한 탓에 영문 원서를 읽거나 영어권 외국인과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2004년 2월 2일 나는 미국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 소재 미국 국립 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에 가게 됐다. 평생 중고교 국어교사로 교단에 섰던 내가 정년을 앞둔 2002년, 뜻밖에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됐다. 늦깎이 기자로 의미 있는 기사를 쓴다면서 '의를 쫓는 사람'이라는 연재를 진행했다.
한 독자의 추천으로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10여 년 간 뒤쫓으며 암살 배후 진상을 밝히고자 했던 우국지사 고 권중희 선생을 만났다. 그분은 인터뷰 끄트머리에 '여비가 마련되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가서 백범 암살 관련 비밀문서를 원 없이 찾아보고 싶다'고 말씀했다. 그 말을 그대로 기사에 전하자 한 누리꾼이 "권중희 선생을 미국으로 보냅시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댓글은 불씨가 됐다. 보름 동안 국내외 누리꾼 1000여 명이 3000만 원가량의 성금을 보내주셨다. 나와 권 선생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동포 20여 분이 자원봉사자로 앞장 서서 우리를 도와줬다.

▲미국 국립 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미국 국립 문서기록관리청(2004. 2. 2.) 전경 ⓒ 박도

▲6. 25전쟁 사진 자료 검색NARA 5층 자료실에서 6. 25전쟁 사진 자료를 검색하다(2004. 2. 2. 오른쪽 고 권중희 선생, 좌 필자) ⓒ 박도
2004년 2월 2일, NARA 방문 첫날. 자원봉사자 재미동포 주태상씨의 안내로 마침내 나와 권중희 선생은 감개 무량하게 NARA에 입장했다. 전관을 둘러보는 가운데 5층 사진 자료실에 닿자 'Korean War'라는 파일이 눈에 띄어 대출받아 열람했다. 수많은 사진파일은 나의 어린시절인 1950년 6.25 전쟁 당시로 돌아가게 했다.
미 공군 B-29의 융단폭격, 치열한 시가지 전투, 전쟁 고아들의 비침한 모습, 인민군 포로, 장갑차와 대포들이 불을 뿜는 장면, 아비규환의 흥남 철수 장면...
순간 고려시대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선생의 고사가 떠올랐다. 어떤 방법으로든 그곳에 수장된 한국 현대사 및 6.25 사진들 가운데 중요 사진을 엄선·수집해 국내외 모든 동포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었다.
자원봉사자 주태상씨와 이선옥씨(둘은 이 만남을 인연으로 부부가 된다) 그리고 상하이 임시정부 박은식 대통령 막내 손자 박유종 선생의 헌신적 도움으로 2004년 미국 체류 동안 480컷을 수집했다. 또한 제주도 출신 재미사학자 이도영 박사가 발굴한 대전형무소 좌익사범 처형 장면도 세상에 빛을 보게 했다. 나는 '사진으로 보는 한국전쟁'이란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30회 연재를 한 뒤 사진 전문 눈빛 출판사에서 <지울 수 없는 이미지>라는제목의 6.25 전쟁 사진집을 발간했다.
사진집이 나온 뒤 국내 언론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 이후 2005년, 2007년, 2017년 미국 NARA에 가 민족사의 비극이 담긴 사진들을 스캔해 국내로 들여왔다.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주 남단 노퍽 시의 맥아더 기념관에도 두 차례 방문해 그곳이 소장하고 있는 6.25전쟁 사진 자료도 수집했다.

▲맥아더기념관미국 버지니아 주 노퍽 시에 소재한 맥아더 기념관 (2007. 3.) ⓒ 박도
미국에 잠자고 있는 우리 역사의 퍼즐들을 찾아온 지 8년여 지난 2025년 3월, 강원지방우정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수집해온 6.25 전쟁 사진 자료로 우표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여러 차례 담당 실무자들과의 협의 끝에 마침내 2005년 5월 8일 우표 발행 업무 협약서를 체결하고 '호국보훈의 달'인 올 6월에 이를 발행키로 했다.
부디 이 우표(전지)가 우표 수집 애호가 및 국내외로 사랑받길 바란다. 그리하여 동족간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평화사상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평화통일의 촉매제가 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6. 25 전쟁6. 25 전쟁 - 교전 ⓒ 우정청

▲6. 25전쟁6. 25전쟁 - 생활상 ⓒ 우정청
[덧붙이는 말] 이 기사를 빌려 2004년 권중희 선생 미국 보내기 모금 당시 성금을 보내주신 1000여 누리꾼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여러분의 성금이 마침내 우표로 발전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기사와 분단 극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작품으로,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념우표는 사전 예약을 받은 뒤 해당 수량만 한정 발행합니다. 2025. 6. 9.~7.4. 예약접수신청 / 7.7.~7.11. 우표 발행 / 7.14. 이후에 등기우편으로 발송됩니다. 예약접수 신청은 춘천, 원주, 강릉우체국에 전화 접수도 가능하고, 아래 그림의 큐알코드 스캔하여 인터넷 접수도 가능합니다.

